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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약·짝퉁 단속 일선인데…'딴 짓' 하는 세관 직원들

입력 2021-11-02 19:59 수정 2021-11-02 23:10

내부자가 제보한 '근무태만 의심' 영상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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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가 제보한 '근무태만 의심' 영상 살펴보니…

[앵커]

추적보도 훅, 제보 영상을 보며 시작하겠습니다. 잡담을 하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합니다. 그 사이에 운반기 위로는 수많은 우편물이 지나갑니다.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국제우편을 검사하는 세관의 모습입니다. 특히 마약 밀반입을 걸러내는 게 중요한 역할입니다. 영상을 제보한 내부고발자는 '근무태만'으로 의심되는 세관 직원들의 행동들을 보다 못해 지난달까지 5개월간 매일 찍어놨다고 합니다. 그 영상들을 뉴스룸에 보내왔습니다.

정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관세청 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습니다.

뒤늦게 자리에 앉은 다른 직원도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를 집어 듭니다.

40분 짜리 영상에서 직원들은 30분 넘게 휴대전화만 보고 있습니다.

컨베이어벨트의 우편물을 보는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여기는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국제 우편물이 가장 먼저 거쳐 가는 곳입니다.

직원들은 우편물을 만져보거나 뜯어보고 탐지견을 이용해 마약이나 짝퉁 등을 걸러내야 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휴대전화만 보는 사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수많은 우편물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국제 우편물이 다음으로 거쳐가는 X-RAY 검사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관세청 직원이 X-RAY 화면이 아닌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카카오톡을 하거나 게임이나 주식을 하고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끼고 유튜브를 봅니다.

그러는 사이 또다시 수많은 우편물이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갑니다.

이렇게 검색대를 통과한 우편물은 곧바로 국내 곳곳으로 배달됩니다.

관세청 근무체계에 따르면 근무시간과 쉬는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A씨/전 인천공항 용역 사원 : 처음에는 좀 놀랐죠, 많이. 그런데 그다음 날도 또 똑같고 그다음 날도 계속되니까 그냥 무뎌진 거 같아요. 처음에는 이렇게 허술하게 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냥 놀이터였어요. 거기는.]

A씨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국제우편세관 직원들의 근무 실태를 매일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30분 안팎 동영상이 300여 개, 총 150시간 분량입니다.

영상에는 관세청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휴대전화를 보거나 모여서 잡담하고 조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A씨/전 인천공항 용역 사원 : 모든 직원이 다 이렇기 때문에 저는 그냥 지나갈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촬영을 하다가 계속 촬영을 하게 됐죠. 언론에 보도돼서 이게 정말 잘못된 거라고 좀 알아줬으면 해요.]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은 최근 마약 밀반입 시도가 늘어 관심이 집중된 곳입니다.

코로나 19로 해외 이동이 어려워지자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마약을 밀수하려는 사례가 많이 늘어난 겁니다.

[정일영/의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현장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좀 더 성실하게 근무해서 적발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근무 평가 시스템이 도입돼야 하고요. 잘못했을 때는 징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근무태만으로 판명되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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