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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이 바꾼 문화재 얼굴…궁궐 현판 '엉터리 복원'

입력 2014-10-03 20:26 수정 2014-10-0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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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JTBC 문화재 탐사 시리즈 병들어가는 문화재 순서입니다. 지난 번에 첨성대가 기울고 있는 사실을 보도해드려서 문화재청이 보강작업에 들어가기로 했고,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이 심각하다는 것도 보도해드렸습니다. 오늘(3일)은 세번째로 '얼굴 바뀐 궁궐'입니다. 경복궁과 덕수궁 같은 조선시대 궁궐에는 모두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현판은 건축물의 쓰임새와 의미가 담겨 있는 일종의 이름표이자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광화문 복원 당시에도 현판의 글자체, 색을 결정하는 데 몇달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복원을 하면서 제대로 고증을 하지 않는 바람에 엉뚱한 게 달려있는 경우가 하나둘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후손들의 무관심이 문화재의 얼굴을 바꿔버린 겁니다.

정아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적 제10호인 서울 대학로 인근의 혜화문은 조선 건국 직후인 1396년 세워졌습니다.

세월의 부침에 허물어지면서 1992년 29억원을 들여 복원 공사를 했고 현판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니 뭔가 어색합니다.

글씨가 마치 한글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져 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원본 현판과 비교하니 금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순서는 물론, 글씨체까지 완전히 다릅니다.

[최은철/동방대학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 : 복원이라는 것은 옛날 것을 지금 사람이 하는 건데 색상이나 순서도 당연히 세심하게 따져봐야 하겠죠.]

그렇다면 다른 곳은 어떨까.

취재진은 조선시대 궁궐과 성곽의 현판을 일제강점기에 찍은 사진과 낱낱이 비교해 봤습니다.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입니다.

일제시대 편찬된 '조선고적도보'와 '한국명소사진첩'에 있는 화성 팔달문을 보면 현판의 바탕색과 글자색이 지금과 다릅니다.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 그리고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연무대 역시 바탕색과 글자색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덕수궁 광명문도 1920년 편찬된 '덕수궁국장서첩' 등 일제시대 사진에선 현판의 흰바탕과 검은 글씨가 또렷이 보입니다.

지금 덕수궁 광명문 현판은 검은 바탕에는 흰색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 대비가 거처하던 경복궁 청연루 그리고 협경당, 국보 제226호인 창경궁 명정전도 현판의 색과 서체가 달라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동현/전 문화재 연구소장 : 70년대까지는 고증을 철저히 하지 않고 단청기술자 마음대로 하든지 관리소장 의견에 따라서 했습니다. 학자들에게 고증을 안 맡겼어요.]

그러나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와 비교해 지금의 현판이 달라진 것은 맞지만, 경위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에 2억원을 들여 궁궐 현판 조사를 실시해 원형대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용교/새누리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 문화재는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원칙 중 하나인데, 확인되는 대로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우리 문화재들이 원래 얼굴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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