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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내가 왔어" 목숨걸고 테러 소식 전한 아프간 기자들

입력 2018-05-01 16:09

30일 카불서 자폭테러로 9명 사망…코스트서 총격으로 BBC 리포터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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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카불서 자폭테러로 9명 사망…코스트서 총격으로 BBC 리포터 숨져

"걱정 마, 내가 왔어" 목숨걸고 테러 소식 전한 아프간 기자들

지난달 30일 오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이슬람국가(IS)의 2차례 자폭테러로 숨진 AFP통신 수석 사진기자 샤 마라이(41)는 이날 오전 8시께 첫 번째 테러가 벌어진 직후 교통상황 때문에 현장에 도착하지 못해 속을 태우는 같은 회사 영상기자에게 이 말을 왓츠앱 메신저로 전했다.

카불 시내 국가안보국(NDS) 인근에서 벌어진 자폭테러 현장상황을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도 촬영하던 마라이는 기자증까지 목에 걸고 기자로 위장한 2번째 테러범이 폭탄조끼를 터뜨려 자폭하면서 주변에 있던 다른 기자 8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아프간에서 태어난 마라이는 19살 때인 1996년,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잡은 해에 AFP통신 카불 지사에서 운전사로 처음 일하기 시작했다.

사진기자들을 태우고 현장으로 나가던 마라이는 기자들 옆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의 아프간 공격을 취재한 뒤 2002년부터 전업 사진기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5년에 작성한 사내 프로필에 "사진을 독학했다"면서 "지금은 내 사진이 세계에 보여진다"고 자신이 아프간 소식을 세계에 전하는 데 자부심을 나타냈다.

일부다처를 허용하는 이슬람 관습에 따라 2명의 부인과 6명의 자녀를 둔 마라이는 2016년 "매일 아침 출퇴근할 때 '저 차에 폭탄이 실렸을 수 있다', '군중 속에서 자폭테러범이 뛰어나올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한다"며 자신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블로그에 쓰기도 했다.

이번 테러로 숨진 기자들 가운데 1TV에서 일하는 가지 라술리(21)는 올해 카불대학교 졸업과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같은 회사 카메라맨 나로즈 알리 라자비와 함께 현장에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아프간에서 드문 여성 언론인인 아자디 라디오 소속 파리슈타 마람 두라니도 이번 테러로 같은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사망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동부 코스트에서는 BBC 아프간 현지어(파슈툰어) 방송 리포터인 아마드 샤가 차를 타고 가다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날 하루 아프간에서 숨진 언론인은 모두 10명으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이후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언론인 사망자가 나왔다.

하지만 탈레반과 내전이 17년째 이어지고 시리아와 이라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IS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아프간에서 언론인 피살은 드문 일이 아니다.

2016년에는 아프간 톨로TV 직원들이 탄 버스를 겨냥한 탈레반의 자폭테러로 이 방송국 직원 7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작년 11월에는 샴사드 TV 방송국 건물 안으로 무장 괴한이 침입해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아프간 언론인들은 언론인을 겨냥한 테러를 비난하고 당국에 치안강화를 요구하면서도 테러에 굴복해 아프간 소식을 국내외에 전하는 것을 중단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아프간 언론인연합(AFJ)은 테러직후 성명에서 "이번 테러는 언론을 겨냥한 조직적 공격이자 전쟁범죄"라며 "언론을 겨냥한 공격에도 아프간 언론은 계속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카불지사에서 일했던 순 엥겔 라스무센은 "나는 그들(아프간 언론인들)이 일하는 것을 봤고 그들을 믿는다"면서 "숨진 이들의 동료들은 또다시 끔찍한 테러 현장을 커버하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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