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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한가족 마을' 해체 위기…집단 이주 논란, 왜?

입력 2019-02-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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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부분 80대 이상의 고령인 한 마을 주민들이 모두 이사를 가게 생겼습니다. 항공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정부 계획때문인데요, 혼자 살지만 이웃이 다 한 가족이었던 이 마을에 찾아가봤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오후 5시가 넘은 시간.

경로당의 부엌이 분주합니다.

[유정분/주민 : (젊은) 우리가 밥을 하잖아. 전부 노인들이고 하니까…]

마을 사람들은 저녁을 같이 먹습니다.

80세 이상의 고령이라 대부분 혼자 살기 때문입니다.

[김정자/입동리 이장 : 옛날 방식으로 같이 여럿이서 먹으면 서로 맛있으니까…]

반찬값으로 내는 회비는 1인 가구는 3만 원, 2인 가구는 5만 원입니다.

[유정분/주민 : 김장은 각자 한 통씩 가져와 떨어지는 대로.]

가족처럼 사는 마을 공동체입니다.

32가구가 사는 마을에 걱정거리가 생긴 것은 2016년 정부에서 항공산업단지를 만들겠다며 이주를 하라고 한 것입니다.

이 곳 주민들에게 강제 이주는 처음이 아닙니다.

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원래 살던 곳은 저 야트막한 산 아래 쪽 마을입니다.

하지만 군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한 번, 또 일반 공항이 들어선다며 또 한 번 이주를 하면서 이 마을이 3번째 자리 잡은 마을인데요. 또 한 번 이주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문홍렬/주민 : 매봉산이 어렸을 때 어르신들 하는 말씀이 매가 하늘을 나는 형상이라고 정말 전투비행장이 들어선 거죠.]

실제 하루 종일 비행기 소음에 시달립니다.

소나 돼지 등 가축을 기르기도 어렵습니다.

[귀 다 먹었어. 여기 귀 안 먹은 사람 없어. 살살 하면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어.]

하지만 뿔뿔이 흩어질까 이주를 원치 않는 것입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강제 이주한 것은 지난 1979년.

당시 집도 같이 지었습니다.

이 마을로 이주해왔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집들도 새로 지었어야 하는데요. 돈이 없었기 때문에 근처 개천에서 모래를 파다 직접 모래벽돌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모래 벽돌은 이렇게 담장뿐만 아니라 모든 마을의 집들의 기초를 만드는 데도 쓰였습니다.

[민영자/주민 : 틀 짜서 만들었어. 저 개울에서 만들어서는 다 지게로 지어 날랐어. 이거 엄청 뼈아프게 지은 집이야.]

보상금으로 부족해 융자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연순임/주민 : 융자 받아서 집 짓고서는 빚만 내고 갚느라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컸어. 그거 이자 해서 불어나고 허덕이다가.]

세번째 강제 이주를 앞둔 지금도 당시 상황과 비슷합니다.

현재 책정 된 보상금은 3.3㎡당 40만 원 수준입니다.

이주가 가능한 택지는 60만 원대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빚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김옥희/주민 : 옛날 식으로 하지 말고 이 땅이 필요하면 살 만한 땅을 구해서 이 집을 그대로 옮겨달라 이거야. 우리가 집을 판다고 그랬어, 땅을 판다고 그랬어. 왜 잘살고 있는걸.]

처음 산업단지 건설이 추진된 2016년에는 청주시가 인근에 땅을 공급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유지 제공이 법적 논란에 빠지며 얼마 전 이를 번복했습니다.

대신 근처에 이주할만한 곳들을 추천했습니다.

부지에 남쪽과 동쪽이 높은 흙벽으로 막혀 있고요. 한 마을 전체가 이주를 해오기에는 부지가 좀 좁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주민들이 이주지를 선정하면 도로 등 기반시설을 만들어 주겠다는 입장입니다.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집단 이주 논란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함께 모여살 수 있는 마을입니다.

공공의 이익이 중요하지만 개개인들에게 계속해서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짚어봐야겠습니다.

(인턴기자 : 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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