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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뉴타운의 그늘…서울 한복판 '흉물 마을'

입력 2017-03-14 21:44 수정 2017-03-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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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0년대 '뉴타운'이란 이름으로 재개발 청사진이 펼쳐졌었지요. 그런데 10년이 넘도록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폐가처럼 방치된 집들이 늘고 있는 현장, 밀착카메라로 들여다 봤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입니다.

인파 속을 벗어나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자 담장 안쪽이 쓰레기 더미로 가득찬 집이 나타납니다.

이태원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 골목 주택 앞입니다. 담장은 대부분 이렇게 무너져 내린 상태고요. 대문 앞을 보시면 이렇게 굳게 철근으로 잠겨있습니다.

아래를 보시면 이런 베개나 깁스 같은 각종 생활용 쓰레기가 가득 차 있고요. 대문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각종 쓰레기가 가득해서 안쪽으로 진입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마을 주민 : 할머니가 살았었는데 편찮으셔서…못 살아요. 쓰레기장이에요.]

한남동 뉴타운 재개발 사업지구는 2003년 이명박 전 대통령 서울시장 재임 시절 지정됐습니다.

한때 투자 유망 지역으로 각광받았지만, 삽도 뜨지 못한채 10년 넘게 제자리 걸음입니다.

높은 담벼락에는 균열을 막기위해 임시방편으로 작은 쇠붙이로 고정해둔 것이 전부입니다.

재개발 지역으로 묶이면서 개축과 증축에 제약을 받다 보니 집 일부가 부서져도 마음대로 수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방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주방 담벼락도 부서져 추운 곳에서 밥을 지어먹어야 합니다.

[김선월/마을 주민 : 이 노인네가 구십 줄에 앉은 노인이 오죽하겠어요. 죽지 못해 사는거지…]

가파른 언덕과 좁은 골목을 따라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수십채입니다.

붕괴위험이 높은 위험 건물엔 접근금지 테이프만 붙어있고, 철제 난간은 손을 대자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듯 위태롭게 흔들거립니다.

한강과 강남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금싸라기 땅이지만 이곳에선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불이 나면서 녹아내린 주택 일부는 흉물스럽게 방치가 돼있고요. 바닥에는 각종 생활용 쓰레기가 버려지면서 골목 안에는 악취가 풍길 정도입니다.

이제 마을에 남은건 노인들 뿐입니다. 빈집 사이에 홀로남은 구멍가게엔 손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전경윤/마을 상인 : 사람이 없어요. 장사가 안 돼요. (사람은 얼마나 많이 줄었어요?) 없어요,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팔았어요.]

빈집들 사이로 혼자사는 노인이 많다 보니 쓸쓸히 여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이정희/마을 주민 : 보니까 내가 아는 분을 실어가더라고. 뭐 사흘을 굶고 돌아가셨다 하던데 누가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해가 지고 나면 마을에 불켜진 집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심복임/마을 주민 : 여기는 아예 밤에 나가지도 못해. 옛날엔 다 문도 열어놓고 이렇게 살았는데, 사람이 안사니까 무섭지.]

일부 빈집은 무방비로 노출돼 노숙인이나 흉악범의 범죄장소로 악용될 우려까지 제기됩니다.

주민들은 일방적인 사업 추진보다는 선별적으로 사업계획을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측도 수리보수 등 재건축이 시급한 구역부터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때 꿈의 지역으로 각광받던 뉴타운 사업은 10여년 만에 수천 명이 살던 마을을 잔뜩 빈집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시간이 멈춰버린 채 슬럼화된 뉴타운 개발지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포퓰리즘의 어두운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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