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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칸-아카데미 동시 석권, 예술성·대중성 다 잡은 것"

입력 2020-02-10 21:44 수정 2020-02-11 01:10

강유정 강남대 교수 출연
아카데미 4관왕…'장벽' 허문 기생충,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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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강남대 교수 출연
아카데미 4관왕…'장벽' 허문 기생충, 의미는?


■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20:00~21:20) / 진행 : 서복현


[앵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의 의미를 전문가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영화평론가인 강남대 강유정 교수가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강유정/강남대 교수 : 안녕하세요.]

[앵커]

교수님은 아카데미 4관왕을 예상을 하셨습니까?

[강유정/강남대 교수 : 솔직히 못 했습니다.]

[앵커]

어디까지 예상을 하셨습니까, 그러면?

[강유정/강남대 교수 : 저는 각본상까지는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러나 감독상과 작품상이 수준이 안돼서가 아니라 아카데미의 장벽을 넘기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6개 부문 후보만으로도 족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황금종려상의 이름값과 함께 이 영화의 가치를 보자면 적어도 아카데미가 각본상까지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라고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카데미 4관왕 그리고 작품상. 최고상이죠, 작품상까지 받았는데. 어떤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요?

[강유정/강남대 교수 : 4관왕도 의미가 있지만 만약에, 물론 폄하는 아닙니다. 작은 기술상 부문 위주로 4관왕을 받는 것보다 같은 4관왕이라도 작품상을 포함하고 게다가 감독상과 각본상은 주요 5대 부문 중에 3개나 받은 겁니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주연과 조연 후보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못 받은 게 아니라 여기서 제외됐다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고요. 그렇게 보자면 3개나 주요 부문을 받았다. 게다가 작품상을 영어 이름으로 베스트 픽처스, 최고의 영화라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작년부터 나왔던 영화의 최고의 영화라는 점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작품상의 수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로컬이다,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요. 그만큼 아카데미의 장벽이 높았다는 얘기인데 어느 정도였습니까?
 
  • 아카데미의 '벽' 얼마나 높았나…그 이유는?


[강유정/강남대 교수 : 국제영화제 하면 우리가 세계 3대 국제영화제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는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쓰는 다양한 영화들이 모두가 출품이 됩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아카데미 영화는 언제나 외국어영화상이라는 한 부문만 영어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를 허용할 뿐 미국에서 개봉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게다가 외국어영화상도 3일 이상 개봉을 해야 됩니다. 3회 이상. 다시 말해서 미국의 모든 것을 기준을 맞춘 영화제라면 미국 내 영화제이지 이게 어떻게 국제영화제이냐라는 봉준호 감독이 너무나 뻔한 말을 한 건데 이게 왜 충격이 되었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시장의 중심이자 메카라고 한다면 미국이기 때문에 우리 영화가, 곧 우리 영화 시상식이 세계 영화 중심이다라는 그런 어떤 배리어가 있었던 거고요. 그런 부분에서 아카데미는 역시나 미국 영화 내지는 영어권 영화 그리고 백인 위주의 영화들에 늘 관대해 왔기 때문에 거의 예외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연장선인데요. 그런데도 기생충이 아카데미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강유정/강남대 교수 : 일단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하나는 분명한 건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뛰어난 영화라는 점입니다. 어떤 점에서 뛰어나냐. 동시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문제를 영화적으로 짚어냈는데 이것을 봉준호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 그대로 창작 시나리오를 통해 보여줬다라는 겁니다. 지금 이를테면 반지하방이라든가 아주 부잣집 저택 같은 거는 매우 한국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서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봉준호 머릿속의 어떤 세계라고 할 수 있겠거든요. 그렇게 이 세상의 갈등을 눈에 보이는 시각적인 현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바로 영화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것을 가장 잘 해낸 것에 대한 어떤 찬사가 이번의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영어가 아닌 한국어인데도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이 의미는 어떻게 봐야 될까요?

[강유정/강남대 교수 : 그러니까 방금 말씀드린 것과 통한다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우리가 디테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세계적으로 유통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가령 짜파구리라든가 혹은 징글송이라든가 이런 소소한 것들이 다 모른다면 전달이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것도 영화적인 즐길거리라는 게 입증됐다고 할 수 있겠고요. 무엇보다 각본이 담고 있는 굉장히 차별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가령 선악의 구도에 있어서 누가 선이고 악인지 불분명한 점도 역시 저는 이게 주조연상에 안 오른 이유라고도 생각을 하는데요. 굉장히 기존 영화에 대해서 새로웠고 그리고 이 만연한 갈등에 대해서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안 할 때 봉준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도 아주 특별한 일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모든 세계가 하나의 공용 언어를 쓰고 있다면 영화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 다시 말해서 불공정이라든가 불공평과 같은 문제를 영화로 표현해냈다는 것에 바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난해에는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요.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휩쓸었는데 두 상을 동시에 받은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칸·아카데미 '동시 석권'의 의미는


[강유정/강남대 교수 : 역사상 딱 한 번밖에 없습니다. 사실은 칸영화제는 영화의 전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예술적이고 전위적이고 세계사 혹은 동시대의 문제에 대해서 어떤 진지한 발언을 하는 작품들에 대해서 굉장히 후하죠. 그러나 아카데미는 언제나 조금은 보편적이고 휴머니즘에 기반해서 어떤 점에서는 좀 더 영어권 문화에 더 기반한 작품들. 미국 내 갈등을 해소하는 작품에 대해서 훨씬 더 관대한 평가를 내려왔다는 겁니다. 게다가 아카데미상은 어느 정도의 인지도라든가 혹은 대중성이 없으면 뚫기 힘듭니다. 그래서 칸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외국어영화상까지는 받은 적이 있지만 주요 작품에는 거의 가지 못했던 이유기도 한데요. 이건 흥행성과 작품성 그리고 예술적 전위성까지 모두 갖췄다라는 걸 상으로 증명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영화평론가인 강남대 강유정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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