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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주 100시간 노동'…수술실서 조는 전공의들

입력 2015-05-14 21:51 수정 2015-05-1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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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전문의 진찰을 받기에 앞서 먼저 와서 1차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있죠.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 레지던트들인데 전공의라고 합니다. 가끔 tv드라마에도 이 전공의들이 과로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요. 많은 전공의들이 주 100시간 안팎의 근무를 하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어 환자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먼저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몇시야? 늦었어!"

잠에서 깬 전공의가 서둘러 병동으로 뛰어나갑니다. 선임의 불호령에 기합을 서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1년 차 때 뒤지도록 바쁘다는 거 몰라?"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을 수련하는 의사를 전공의라고 합니다.

드라마에서 쉴 새 없이 병원을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는 전공의의 모습이 종종 그려지곤합니다.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봤습니다.

한 대학병원 당직실입니다.

[송명제 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 조금 지저분해서요.]

2층 침대 위에 수련복이 널려 있습니다. 야간 당직 때 전공의들이 쪽잠을 자는 곳입니다.

[송명제 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 당직이 아닌 날도 밤 11시, 12시에 퇴근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5시에 오죠. 그걸 오프(휴일)라고 하더라고요.]

전공의들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최정은/내과 4년 차 : 병원 안에서 보면 저희가 가장 밑에 있는 을이거든요.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혹독한 근무 시간에 대한 얘기부터 털어놓습니다.

[윤찬/정형외과 3년 차 : 1년 365일 가운데 병원에 안 가도 되는 날은 1년에 주는 휴가 7일이 전부예요.]

[김이준/방사선종양학과 4년 차 : (몸이 아파도) 약을 타러 갈 시간이 없어요. 부모님이 갈아입을 옷하고 약을 가지고 오세요. 병원으로.]

국내 전공의 1,745명에게 근무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습니다.

평균을 따져보니 일주일에 93시간 동안 환자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인턴은 더 취약해 116시간에 이릅니다. 법정근로 시간의 3배에 육박합니다.

해외의 전공의와 비교해도 미국 64시간, 호주 55시간보다 훨씬 깁니다.

[최정은/내과 4년 차 : 전날 오프(퇴근)여서 4~5시간 자는 날에는 빨리빨리 (응급처치가) 되는데. 컨디션이 안 좋으면 한 번에 했어야 할 환자를 두 번, 세 번 실패를 한다거나.]

장시간 근무와 과로는 환자 안전에 직결될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전공의 9.7%가 최근 3개월 사이 의료과실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의료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45.2%가 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과학대학 : 근무시간이 늘어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환자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죠.]

전공의 72.9%는 병동이나 심지어 수술실에서 본인도 모르게 졸았던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윤찬/정형외과 3년 차 : (전공의들은) 수술 시야를 확보하는 당기고 보여드리고 그런 역할이 많은데. 졸리죠. 꾸벅꾸벅 졸죠.]

이런 전공의를 바라보는 환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기종 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 교수님은 한 번 회진하러 오는 것뿐이지. 중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전공 1, 2년차들이 하거든요. 항상 바쁘고, 피곤해 있고.]

지난해 7월 전공의의 주간 근무 시간이 최대 8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수련규칙표준 개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김현호/가정의학과 4년 차 : 당직표를 2개 만들었어요. 실제 근무하는 당직표와 제출해야 하는 당직표. 제출하는 당직표에는 시간을 맞춰 넣는 거죠.]

매년 의료 분쟁이 증가하는 것도 전공의들의 과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의료 사고 상담 건수만 하루에 160건. 지난해에만 4만 5천 건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전공의들을 괴롭히는 건 과로뿐이 아닙니다. 대구의 한 병원 응급실입니다.

[주취자 : 소변 좀…]

[주취자 : 내가 잘못한 거 없잖아. 왜 그러는데.]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실려오는 주취자 때문에 병원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김병우/인턴 3개월 : 술 드시고 오셔서 욕을 한다거나 난리를 피우시면 정신이 팔려서 환자분들 중요한 걸 놓칠 때가 많기 때문에 (힘들다.)]

주먹을 휘두르는 환자도 있습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의 한 종합병원입니다. 자녀 치료에 불만을 품은 보호자가 전공의의 멱살을 잡습니다. 벽에 밀치고 얼굴을 때립니다.

인턴 9.3%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1%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욕설이나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전공의들의 정신건강 상태 역시 심각한 수준입니다.

과도한 근무 환경에 제대로 쉴 수조차 없다 보니 전공의 36%가 우울증을 경험했습니다.

이는 성별과 연령이 같은 임금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13배 높습니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5배 가량 높게 나타났습니다.

[김이준/방사선종양학과 4년 차 : 과로를 하면 힘들고 우울해지는 게 있는데 일을 잘못 했을 때 환자에게 가할 수 있는 위해가 크기에 압박감이 굉장히 커요.]

때마침 전공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 등을 담은 '전공의 특별법'이 다음 주 국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근무시간을 최대 주 88시간으로 제한하고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기구를 독립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 인력을 늘려야 하고 의료수가와 건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법 제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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