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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과일 사가요" 70대 귀가중 뺑소니 차에 숨져

입력 2015-08-3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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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과일 사서 집으로 가고 있어요"

광주에서 음주 뺑소니 차에 치여 숨진 70대 노인이 아내를 위해 과일을 사들고 귀가하던 길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0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7시30분께 광주 북구 각화동 농산물시장에서 김모(71)씨는 아내 이모(67·여)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당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식빵을 샀다. 곧 들어갈테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고 시내버스를 탔다.

전남 담양군 수북면 한 마을에 살고 있는 김씨는 평소 몸이 약한 아내를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광주 북구 태령동 한 삼거리까지 온 뒤 시내버스를 이용해 농산물시장에 들러 과일을 사가곤 했다.

이날도 아내에게 줄 바나나와 포도, 빵을 사서 시내버스를 탄 김씨는 오후 8시20분께 삼거리 인근 정류장에서 내린 뒤 오토바이가 세워진 맞은편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건너던 중 1t 화물차에 치였다.

김씨를 친 화물차 운전자는 그대로 달아났고, 이를 목격한 다른 운전자의 신고로 김씨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1시간 전 통화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의 목소리를 들은, 마지막 순간이었던 것이다.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들은 이씨는 "마음이 아프다. 남편만 믿고 생활했고, 너무 잘해줬는데 은혜를 갚을 시간이 없었다"며 오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30여년 간 심한 빈혈 증세를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년 전 직장에서 퇴직한 뒤 본격적으로 이씨를 보살펴왔으며 이씨가 필요한 것들을 미리 마련해주는 자상한 남편이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설명했다.

또 월남전 참전 용사인 김씨는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했으며 제초제 사용과 쓰레기를 태우는 일에 대해서도 주민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등 환경 정화에 힘써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난 혐의(특가법상 도주차량 등)로 운전자 김모(50)씨를 사고 6시간 만에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 뺑소니로 한 가정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며 "누구든 술을 마시고 운전하거나 사고를 낸 뒤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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