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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의 기다림…고국 품 돌아오는 유해에 애타는 美전사자 유족

입력 2018-06-24 17:14

CNN, 유족들 사연 소개…한국전 참전 미군 7천697명 여전히 실종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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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유족들 사연 소개…한국전 참전 미군 7천697명 여전히 실종상태

68년의 기다림…고국 품 돌아오는 유해에 애타는 美전사자 유족

북미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6·25 참전 미군 병사들의 유해 송환 절차가 본격 시작되면서 가장 속을 태우고 있는 이들은 바로 유가족이다.

비록 뼈 한 조각일지라도 지난 68년간 오매불망 기다려온 남편, 아버지, 혹은 형제를 드디어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 시애틀 출신의 루스 허버트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녀의 아버지 칼 세이델은 24세의 나이에 부인과 딸, 태어난 지 몇달 되지도 않은 아들을 남겨둔 채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로 떠났다.

허버트 씨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뜻도 알지도 못한 채 '한국'(korea)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며 "말도 배우기 전에 그 단어를 들었다. 내 삶의 일부와 같다"고 말했다.

미군 기록에 따르면 허버트 씨의 부친 칼 세이델 중위는 1950년 12월 7일 장진호 전투 도중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그 무렵, 어린 두 자녀를 돌보며 남편의 소식만을 기다리던 아내 로잔 세이델에게 남편이 전사했다는 전보가 날아들었다.

몇개월 뒤인 1951년 다시 날라온 전보에서 미 해병대 A.R.카슨 소령은 로잔에게 또 하나의 비보를 알렸다. "세이델 중위는 전투 도중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전사했고, 시신은 수습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카슨 소령은 "이후 추가적인 소식이 전해지면 바로 알려드리겠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5년 뒤, 결국 세이델 중위의 유해에 대한 해병대 기록은 '회수 가능성 없음'으로 정정됐다.

이후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20대 초 꽃다운 나이에 남편과 헤어진 로잔은 이제 92세의 노인이 됐다. 딸 루스 허버트 역시 60대를 훌쩍 넘겼다.

두 모녀는 올해 초 한국 국가보훈처의 '한국 재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또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 정상회담을 하고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할 당시에도 한국에 있었다고 한다.

허버트 씨는 "역사적인 때에 드디어 한국에 가게 됐다. 정말로 환상적이고 꿈만 같고 보람된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일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측에 남아있는 미군 유해 송환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부터 미군 유해를 넘겨받기 위한 나무 상자 100여개가 23일 판문점에 도착하고, 유해를 미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금속관 158개도 오산기지로 이동하는 등 유해 송환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오산에서 대기 중인 금속관이 158개인 점으로 미뤄, 이번에 송환될 미군 유해는 이 정도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에 송환되는 유해는 6·25 때 실종된 전체 미군 전사자 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CNN은 전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전 참전 미군 가운데 7천697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이며, 이중 5천300명 가량의 유해가 북측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1980년대 말 미국과 미군 유해 수습·송환 문제를 두고 공식 대화를 시작해 빌 클린턴 대통령 임기 첫 해인 1993년 '미군 유해 문제와 관련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후 지금까지 약 340구의 유해가 판문점을 통해 송환됐다.

CNN은 로잔 세이델 씨와 같이 이제 유족들이 모두 고령의 노인이 되었다면서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하루 빨리 남은 유해 수습 및 송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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