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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예능 출연, 어떻게 봐야할까

입력 2013-04-2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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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예능 출연, 어떻게 봐야할까



정치인들이 남다른 예능감을 앞세워 대중 앞에 서고 있다. 강용석(44) 전 새누리당 의원·이준석(29)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허경영(64) 민주공화당 총재 등은 JTBC '썰전'·tvN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이하 더 지니어스)·티아라엔포의 '전원일기' 뮤직비디오에 각각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이하 이경규가 간다)에 출연한 이후 해당 프로그램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1997년), 이명박 전 대통령(2005년), 박근혜 대통령(2005년) 등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대선주자(박근혜·문재인·안철수)들이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이후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급물살을 탔다. '정치인들은 선거철에만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다'는 비난은 옛말. 정치인들은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진솔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친근한 이미지를 얻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연예계 진출 정치인, 누가 있나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예능 출연으로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거듭난 대표적인 경우다. 한 때 강용석은 '고소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2010년 사석에서 "아나운서는 다 줘야 한다"는 망언을 해 아나운서협회로부터 고발 당했다. 이어 강용석은 개그맨 최효종이 KBS 2TV '개그콘서트-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하자 모욕죄로 고소하며 '비호감'으로 낙인 찍혔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케이블 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 집착남'으로 출연해 "고소장을 쓰는 게 삶의 낙이다. 1일 1고소가 목표" 등의 발언으로 괴짜 이미지를 부각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사 프로그램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과 JTBC '썰전'을 통해 고정된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강용석 전 의원은 최근 '썰전'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방송 직후)댓글들을 유심히 보는데 방송을 하면서 호감을 느끼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이미 여러차례 밝혀왔듯이 방송을 기반으로 정계에 복귀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두 프로그램에서 강용석은 정치·시사·문화 등의 주제를 쉽게 틀어 날선 비판과 재미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며 대중에게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6일 첫 방송된 tvN '더 지니어스'에 정치인 대표로 출연해 다양한 직업군 대표 12명과 1억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 심리전을 벌였다. 이날 이준석 전 위원은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인 포커 플레이어 차민수와 메인 매치 종목인 카드 게임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차민수의 전략을 꿰뚫는 비상함을 보여 색다른 재미를 줬다. 또 김경란 아나운서·인피니트 성규·경매사 김민서 등이 동맹과 배신을 반복한 것과 달리 이준석은 '프로게이머 홍진호를 1위로 만들어 구제받겠다'는 '킹메이커' 전략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로 활약했던 인재답게 지략가로서 활약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비록 홍진호의 배신으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경쟁자들과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였다.

허경영 민주공과당 총재는 지난 25일 공개된 티아라엔포(은정·효민·지연·아름)의 '전원일기'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뮤직비디오에 동네 슈퍼마켓 주인으로 출연한 그는 허공에 발차기를 하는 일명 '무중력 댄스'를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허경영 총재는 tvN '세 얼간이'와 '화성인 바이러스', JTBC '현장박치기' 등에 출연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가 하면 자장면 빨리 먹기 대결을 펼치는 등 친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왜 연예계인가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는 대중들의 욕구와 정치권의 욕구가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 대중과의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대중 역시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신념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반기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중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의 정치인 섭외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의외의 모습에 재미를 느끼고, 솔직한 발언을 들을 땐 시청자들은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예능 판도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시사를 가미한 프로그램 쪽으로 기울면서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등이 주를 구성보다 tvN 'SNL 코리아' '썰전' 등과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알기 쉽고 유쾌하게 풀어낸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인들이 기존 정치 프레임 안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예능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한다"며 "방송에서도 정치인들이 빼어난 입담을 지닌 것을 알고 그것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주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역할과 이미지만 제대로 보여주면 된다"면서 "강용석·이준석 외에도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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