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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집단 따돌림'…"내 모든걸 앗아갔다"

입력 2015-07-0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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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양성 확진을 받고 강릉의료원에서 17일 간 격리 후 퇴원한 원주 Y(46)씨가 집단 따돌림에 의한 생활고를 호소했다.

Y씨는 "먼저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메르스 양성 반응으로 강릉의료원에 격리된 17일 동안 비난과 욕설 문자로 많이 괴로워 했다"고 1일 밝혔다.

그는 "강릉의료원 의료진의 성실한 치료 덕분에 무사히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보건당국,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의 늑장 대응과 거짓 발표에 지금까지 쌓아온 생활터전이 모두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완치 판정을 받고 돌아와 보니 부인과 딸은 외부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고 13년 동안 함께 운영하던 음식점은 폐업한 상태"라며 "주변 사람들도 만나기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Y씨는 지난달 27일 지인 병문안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Y씨에 따르면 지난 6일 감기증상으로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을 방문해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했지만 병원에서는 퇴원을 종용했다. 8일 병원을 다시 찾아 증상을 강력히 호소했고 객담을 채취해 검사를 실시한 병원은 양성 판정을 내리고 강릉의료원으로 격리했다.

강릉의료원으로 격리된 후 보건당국과 병원 관계자는 6일 처음 방문했을때 외부활동을 금지할 것을 권고 했지만 스크린골프와 족구 등을 하면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하지만 Y씨는 "6일 병원에서는 해열제와 항생제(링거) 투약 후 메르스가 아니라며 퇴원할 것을 종용했다"며 "나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건당국과 병원 발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기사마다 수많은 악성 댓글이 달렸고 기사를 접한 원주 지역민들은 Y씨와 가족들을 강원도에 메르스를 감염시킨 파렴치한으로 몰았다.

이때부터 부인과 딸은 심한 스트레스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불안을 보이기 시작했다.

Y씨는 "언론에서 내가 운영하는 음식점과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공개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보건당국과 병원 발표 그리고 언론이 나를 두번 죽였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강릉의료원에 격리된 상태에서 나와 접촉한 동호인들을 많이 걱정했다"며 "단 한명도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처음 확진 판정을 받고 메르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불안해 있을때 자신을 피하지 않고 친절하게 치료해 준 강릉의료원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며 "메르스 여파가 종식되면 꼭 한번 찾아가 인사를 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 유가족이나 완치 또는 격리자 923명을 상대로 전화·대면 상담 등 심리지원 서비스를 벌인 결과 분노(19%), 생계지원 요구(18%), 죄책감(4%), 불안(%%) 등 44%가 우울·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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