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문 대통령이 부산영화제에 간 까닭은…영화계 '정상화' 힘 싣기

입력 2017-10-15 16:59

현직 대통령 첫 참석…'블랙리스트'로 침체된 영화계 기살리기

기념사·축사 대신 영화 전공 학생·영화인 간담회 진행

문 대통령, '정치적 고향'서 열리는 영화제에 각별한 관심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현직 대통령 첫 참석…'블랙리스트'로 침체된 영화계 기살리기

기념사·축사 대신 영화 전공 학생·영화인 간담회 진행

문 대통령, '정치적 고향'서 열리는 영화제에 각별한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내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두 번째 공식 방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은 그 자체로 현시점에서 정치적으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정치적 독립성 문제로 몸살을 앓아온 영화계의 정상화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다. 이는 현 정권을 창출하는 결정적 동력이 됐던 '촛불민심'의 요구를 문화·예술계에 투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상징적 행보로도 풀이된다.

물론 문 대통령이 기념사나 축사를 통해 영화계와 충돌을 빚었던 박근혜 정권 때의 '정책적 오류'를 직접 비판하거나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블랙리스트와 영화산업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표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영화가 끝난 뒤 전공학생들과의 오찬간담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우리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할 일이 무엇인지를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등 문화·예술계 정책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답변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영화제 참석은 특히 지난 2014년 부산시가 세월호 관련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금지하면서 빚어진 표현의 자유 논란으로 몸살을 앓아온 영화제의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는데에도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산영화제가 작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어떻게 하면 치유 차원에서 힘을 보탤 수 있을지에 대해 대통령께서 생각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의 상영을 기화로 영화제의 두 축인 영화계와 부산시 간 갈등이 빚어져, 지난해까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산시 측은 2014년 당시 '다이빙 벨'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담고 있다며 상영 취소를 요구했으나, 영화제 측이 상영을 강행하자 영화제 예산을 삭감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

'다이빙 벨'로 촉발된 양측의 반목이 지난해까지 이어진 결과, 작년 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 영화계 9개 단체가 보이콧을 선언하고 관람객 수도 20회 영화제보다 27.4% 감소하는 등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들었다.

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동안 파행을 겪은 데 대한 안타까움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경남 양산의 자택으로 이사하기까지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활동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영화제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각별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로 있던 당시, 부산시 의회에서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지원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예산 지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부산영화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지난해 부산 시민들이 부산영화제 파행으로 힘들어했는데 이에 대한 치유 차원에서 방문을 결정했고, 대통령 본인도 문화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리고 부산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하는데 동참하고 있다는 표시를 하고 싶어 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는 부산영화계의 추천을 받아 선정됐다고 한다.

이 영화는 남편과 이혼 후 딸 다은과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워킹맘 지선이 조선족 보모 한매가 다은을 데리고 사라지자, 한매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그려냈다.

문 대통령은 한국사회의 여성 문제와 갑질문화,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을 조명한 이 영화를 관람함으로써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정치적 포용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은 적이 있다. 당시 대선 경쟁 상대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개막식에 참석해 두 대선 후보가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이 주도하는 영화제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개막식이나 공식행사 참석을 피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하면 영화인 대신 대통령이 조명받게 된다"며 "공식적인 행사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뜻에서 일부러 일요일로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문 대통령 부산영화제 깜짝 방문…영화인들 "정상화 계기" 반겨 문 대통령 "부산영화제 과거위상 되살릴것…지원하되 간섭않겠다" '전국이 울긋불긋' 유명 산·관광지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 문재인 대통령, 부산국제영화제 참석…'미씽' 관람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