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와 주택가에 여러차례 불을 지른 소년이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까 친구들의 놀림에 상처를 받은 다문화 청소년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연, 정종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소년이 중학교 건물에 화염병을 던지며 낄낄거립니다.
점점 대담해져 주차장과 빌라에까지 불을 지릅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18살 정 모군을 체포합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 출신인 정군이 한국에서 겪었던 아픈 과거가 드러났습니다.
정군은 러시아 유학 중이던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2살 때 아버지가 사망했고 어머니가 양육을 포기하면서 한국의 할아버지,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게 됐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특이한 외모 때문에 '튀기' 같은 별명으로 놀림을 당했고
중학교 땐 우울증까지 생겼습니다.
급기야 가출을 했는데 정군을 찾아나선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학교까지 자퇴하고 방화 범죄를 시작한 겁니다.
정군은 어렸을 때만 해도 손재주가 눈에 띄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친구 어머니 : 마음만 먹고 하면은 잘 할 수 있을 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면서 방황이 시작됐습니다.
[할아버지 : 학교간다고 해놓고선 나가버렸어요.]
급기야 방화범죄에 빠져든 겁니다.
정군은 자신이 불을 지른 뒤 출동한 소방차를 화재 현장으로 안내할 정도로 대담해졌습니다.
경찰은 심리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규동/서울광진경찰서 강력계장 : 피의자에 대해서는 심리 치료 등을 병행해서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모두를 안타깝게 하는 정군의 범죄, 우리 사회의 책임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