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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원숭이, 컴퓨터 화면의 단어 구별

입력 2012-04-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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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원숭이, 컴퓨터 화면의 단어 구별


개코원숭이들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단어와 단어가 아닌 무작위적인 글자의 조합을 구별할 줄 아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뉴스와 AF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 과학자들은 특수 시설에서 원숭이들이 단어와 비단어를 구분할 수 있는 장치로 훈련시킨 결과 이들이 75%의 정확도로 단어와 비단어를 구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 실험 결과는 단어 인식 능력이 언어 기술보다는 물체 식별 능력과 더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큰 우리 안에 개코원숭이들이 순전히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대의 터치 스크린 컴퓨터를 설치해 놓고 화면을 만지면 네 글자로 이루어진 영어 단어나 무작위 조합이 나타나게 만들었다. 데이터뱅크에는 진짜 단어 500개와 7천832개의 비단어가 저장돼 있다.

또 단어에는 O표, 비단어에는 +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원숭이들이 진짜 단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맛있는 먹이가 나오도록 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하루 최고 3천회에 걸쳐 컴퓨터를 사용해 한달반의 실험기간에 총 6만1천회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이 훈련 참여를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최고의 주의력을 집중했다면서 "이들은 단순히 단어를 암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글자 조합의 빈도 차이에 따라 단어와 비단어를 구별하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중 `댄'이라는 이름의 원숭이는 모두 308개의 단어를 배워 다른 원숭이들의 3배나 되는 학습 능력을 과시했다.

원숭이들이 실제로 단어의 의미를 이해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지만 한 단어와 다른 단어를 구분하는 것을 배웠다는 사실은 읽기 능력에 관해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이다.

지배적인 기존 가설에 따르면 사람은 언어 능력 덕분에 단어 인식을 학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소리 나는 순서에 근거해 글자를 배열해 단어를 조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개코원숭이들의 실험 결과는 기존 "언어 가설"이 불완전하거나 틀렸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다른 가설, 즉 뇌에는 다른 기능을 뒷받침하도록 진화한 회로가 있으며 다른 영장류에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런 회로가 존재한다는 가설에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뇌 후두측두구`의 시각적 단어 형성영역'(VWFA)이 바로 그것이다.

연구진은 뇌의 융통성을 말해주는 이런 가설이 입증된다면 난독증 환자에게는 낭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읽기와 쓰기에 관여하는 신경회로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째서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이 읽기를 배울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간이 읽기와 쓰기를 발명할 수 있도록 해 준 바로 그 융통성을 이용한다면 신경회로의 기능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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