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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청 노동자의 죽음…가방 속에는 또 '컵라면'

입력 2018-12-15 20:42 수정 2018-12-15 23:04

태안 화력 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 유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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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화력 발전소에서 숨진 고 김용균 씨 유품 공개

[앵커]

2년 전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군의 가방에는 컵라면과 숟가락이 있었습니다. 밥도 제때 먹을 수 없던 김군의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요. 이번 태안 화력 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 씨의 유품이 오늘(15일) 공개됐습니다. 끼니를 대신할 컵라면과 과자, 탄가루를 지워줄 물티슈와 목욕바구니.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환경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종류가 다른 컵라면 3개와 과자 1개, 500원과 100원짜리 동전 12개.

열악한 작업 환경에 숨가쁘게 일해야 했던 김용균 씨의 생전 상황을 짐작케 합니다.

손전등은 회사에서 지급된 제품과 달랐습니다.

그마저도 고장나 탄가루가 날리는 어두운 작업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작업 내용을 적은 수첩 곳곳엔 검은 때가 가득합니다.

탄가루가 묻은 얼굴을 닦기 위해 물티슈를 챙겼고, 목욕 바구니, 갈아 입을 속옷도 늘 준비해뒀습니다.

앞서 어머니는 현장 조사에서 "일할 때 영상통화를 하면 아들이 매번 탄 치우러 간다고 했는데 밥은 어떻게 먹느냐"고 동료에게 물은 바 있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너무 열악한 환경이 너무 얼마나 저를 힘들게…말문이 막혔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3달 전, 새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은 아들이 거실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첫 출근을 앞둔 김씨의 생전 영상입니다.

부모님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다가 다시 늠름하게 경례를 합니다.

아들의 첫 출근을 앞둔 세 가족은 희망에 가득합니다.

3달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현실을 아버지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김해기/고 김용균 씨 아버지 : 우리 아들 열악한 시설에서 억울하게 내 아들 죽어갔습니다.]

오늘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김씨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화면제공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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