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추석은 무슨…" 명절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입력 2014-09-07 14:5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추석은 무슨…" 명절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가을밤은 깊어지고, 보름달은 익어간다. 지갑은 얇아졌지만, 마음만은 풍성하다. 추석을 알리는 일상의 변화들이다. 추석, 선물꾸러미를 한 아름 안은 가족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고향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맛있는 음식이 끊임없이 밥상 앞에 놓이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다.

하지만 한가위의 호사로움을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어 가족 품으로 달려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그렇고, 취업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이 그렇다. 취업을 한 뒤에는 '결혼' 잔소리를 피해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노총각, 노처녀들도 있다. 명절이 반갑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6일 밤, 부평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아름(24·여)씨의 손길은 분주했다. 김씨가 쥐어 잡은 바코드 옆으로 토플 책이 펼쳐져 있다.

김씨의 고향은 대전이다. 그는 2년 전 대전에서 인천으로 왔다. 낮에는 노량진에서 공무원 학원에 다니고 밤에는 이곳에서 품을 판다. 그가 이렇게 번 돈은 고스란히 학원비와 생활비로 쓰인다. 그는 인천에 온 지 2년 동안 고향집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듯한 직장을 잡고 부모에게 인사드려야한다는 결심 때문이다. 또 아르바이트를 빼먹을 수 없어 고향 길에 오를 수조차 없는 현실도 그의 명절을 가로 막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씨는 "제가 인천으로 올라올 때 제 자신에게 약속한 것이 있는데, 취업하기 전까지는 대전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작년에는 직접 올라오셨다. 죄송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하루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취업에 성공하면 이런 고된 하루도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물은 무슨? 추석 차례상을 차리기에도 버겁네요"

주부 이선정(32)씨는 지난해 부평구 부개동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남편은 사립고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일한다. 이씨는 결혼과 동시에 다시던 회사에서 나왔다. 마침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했고, 퇴직금을 더 준다는 말에 사표를 던졌다. 직장생활 5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회사를 그만둔 것을 절실히 후회하고 있다. 남편의 벌이로는 생활이 너무 빠듯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등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다. 친정 식구들은 남편이 '기간제 교사'가 아닌 '교사'로 알고 있다. 정년이 보장된 것과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남편 월급의 절반가량을 저금한다. 혹시나 하는, 큰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공과금 내고 부모 용돈 챙겨드리면, 남는 돈은 20만~30만원 남짓. 이번 달에는 지인 결혼식 등 경조사가 많이 겹쳐 지갑이 더 얇아졌다.

이씨는 "친정에서는 남편이 교사인줄만 알고 있어 심적, 물질적 부담을 주기도 한다"며 "특히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 나면 거의 적자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편과 자주 싸우고 부부관계도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추석에는 물가가 많이 오른 것 같다. 어떻게 추석을 보낼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뱉었다.

남구에 사는 백민수(37)씨는 속된 말로 '자발적 싱글족'이다. 결혼할 필요성을 못 느낄뿐더러 가장이라는 짐도 부담스럽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편하고, 혼자 마시는 술이 더 맛있다. 백씨는 명절 때면 회사 일을 핑계로 부모님 댁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의 잔소리, 친척들의 이상한 눈빛 등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백씨는 "결혼을 못한 게 무슨 큰 죄도 아닌데, 부모님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결혼이야기를 하신다"며 "부모님 마음 모르는 것 아니지만 결혼 스트레스를 피해 지난해부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 달에 한두 번씩 부모님을 찾아뵙고 용돈도 드리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오는 등, 평소에는 나름 효자"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뉴시스)

관련기사

'추석연휴 과식 주의하세요'…소화불량 50대 이상이 절반 추석 연휴 이틀째…귀성길, 평소 주말 상황보다 원활 오늘 51만 명 열차로 고향길…대부분 구간 입석표 매진 혼잡한 추석 귀성·귀경길…피로 줄이는 장거리 운전법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