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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청심환 먹는 약사들…'마스크 전쟁' 약국 가보니

입력 2020-03-1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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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스크 구하기 어렵단 얘기는 연일 뉴스가 되고 있지요. 그런데 파는 사람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수량은 정해져 있고 화가 난 손님들을 상대하려니 약사들은 청심환까지 먹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약국에서 하루를 지내봤습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명동 거리가 텅 비었습니다.

주변 가게들도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시국에 유일하게 사람이 몰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약국입니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판매처를 약국으로 정한 뒤, 이렇게 약국은 매일 같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대웅/경기 성남시 성남동 : (마스크 요즘에 주로 어디서 구매하세요?) 약국에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심재민/서울 역삼동 : 약국에서 구매하는거…]

[김진래/경기 하남시 덕풍동 : 약국에서 구매하고 있어요]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약국을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정했습니다.

약사들의 고생이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입니다.

인터넷에는 약사들의 '고난의 행군' 표가 올라왔습니다.

5부제 시행한 뒤에 혼란이 담겨 있는데, 어쨌든 결론은 '욕을 먹음'입니다.

'마스크 없다', '언제 오는지 모른다' 같은 말을 300번 이상 하다 보니 어떤 약국은 아예 녹음파일을 틀어놨습니다.

[현재 재고가 없습니다. 언제 주문이 가능할지 저희도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약국마다 마스크 없음을 표시하는 재치있는 문구들도 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또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예 얼굴에 붙이기도 합니다.

[김응일/43년차 약사 : 손가락으로 마스크를 가리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도 박장대소죠. 깔깔깔 웃고 그냥 나가죠.]

약사 혼자 일하는 1인 약국은 일이 훨씬 고되고 또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오늘(12일) 이 약국에 취직해서 마스크를 직접 팔아보겠습니다.

아침부터 전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약사한테 받은 전화 응대 매뉴얼로 응대해봅니다.

[어떤 마스크요? 아, 지금은 없고 이따 1시 반에 들어와요. 저희는 예약 같은 것 없어요.]

1시 반부터 판매한다고 써 붙여 놨지만 끊임없이 와서 물어봅니다.

정부에 할 항의를 여기서 하기도 하고,

[근데 이것을 딱 정부에서 시간을 정해야지, 시간을. 막 헷갈리잖아요.]

판매 방식을 바꾸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번호표 있어요? (저희는 없어요.) 번호표 만들어서 주세요.]

사정을 설명해도 화난 마음을 다스릴 순 없습니다.

[표딱지를 줘요. (이미 아침에 왔다간 분들도 계셔서…)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번호표를 만드는 게 좋은가? 어떻게 해야 되지?) 저기 약국은 줄 안 서고 딱 번호표 주잖아.]

결국 번호표를 못 준다고 하자, 그냥 떠나버립니다.

[그럼 약도 안 팔아줄래. 아이, 신경질 나. (죄송해요.)]

[김은아/32년 차 약사 : 악담같이 하고 가시니까. '그러니까 장사를 못하지…' 많이 속상하긴 하죠. 청심환을 먹기도 하고.]

오늘치 마스크가 도착했습니다.

250매, 총 125명 분량입니다.

마스크 등록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일단 확인을 좀 하고요.

마스크를 소분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5개씩 들어 있는 마스크들도 있거든요.

이 마스크들은 2장씩 나눠서 소분해야 합니다.

제가 이 소분 작업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수술용 위생장갑을 끼고 비닐에 담은 뒤, 스티커를 붙입니다.

1시 반이 되고 드디어 판매를 시작합니다.

학생부터 직장인, 노인까지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삽니다.

[(등본만 있으시면 되죠? 아닌가요? 3…아버님은 안 하시고?) 저는 해당이 안 되잖아요.]

4시간 동안 모두가 언제 오나 찾았던 마스크는 30분 만에 다 팔렸습니다.

[떨어졌어요? (네, 하나가 끝인 것 같은데.) 그래도 여기 들어와 있는 사람은 줘야지…]

마스크 100장 팔면 남는 돈은 원가 기준 1만8000원에서 4만 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사들은 마스크를 팔아서 혜택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김은아/32년 차 약사 : 사실 저는 공적 마스크 써 본 적이 없어요. 원래 (마스크) 자기 것도 해도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모자라니까.]

다른 약사들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고 합니다.

[김은아/32년 차 약사 : (악담을 들으면) 실망스럽고 속상하긴 한데요. 그분들이 시민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판매) 계속 하려고요.]

내일은 태어난 해 끝자리가 5와 0인분들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입니다.

살 때 약사들에게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보면 어떨까요.

(인턴기자 : 이두리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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