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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야탑고 감독 "오재원, 고교 때부터 독특"

입력 2014-09-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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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야탑고 감독 "오재원, 고교 때부터 독특"김성용(44, 사진 왼쪽) 야탑고 감독과 윤석환 베이스볼긱 위원


김성용(44) 야탑고 감독은 발로 뛰어 다니며 유망주를 발굴하기로 유명하다. 직접 중학교에 방문해 좋은 선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오랜 지도자 생활을 통해 만든 기준으로 미래를 내다본다. 확신이 생기면 선수와 부모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간다. 그런 그의 노력은 야탑고를 야구 명문 반열로 올리는 데 기여했다. 창단 사령탑으로 17년째 팀을 이끌어 오며 윤석민(28·볼티모어), 오재원(29·두산)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키워냈다.

지난 7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뉴욕 양키스에 한국 아마추어 선수로는 최초로 입단한 내야수 박효준(18·야탑고)도 김성용 감독이 중학교 때부터 재능을 알아보고 키운 선수다. 고교 1학년 때부터 기회를 부여하며 팀과 한국 야구의 보배로 성장시켰다. 특히 올 해 초 오랜 시간 준비해 성사시킨 팀의 미국 전지훈련은 박효준의 미국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윤석환 베이스볼긱 위원이 고교야구 명장 김성용 감독을 만났다. 윤석민과 박효준 등 제자들과의 첫 만남과 일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김 감독의 지도자 철학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윤석환 베이스볼긱 위원(이하 윤)="야탑고의 창단 감독으로 알고 있어. 올해로 몇 년째지?"

김성용 야탑고 감독(이하 김)="야탑고 감독으로만 17년이죠."


윤="덕수고 정윤진 감독한테 라이벌 팀을 꼽아 달랬더니 북일고와 함께 야탑고를 지명하던데? 야탑고만의 강점이 있다면."

김="아무래도 저희 팀은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트레이닝으로 성장시키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윤="김 감독이 고교 감독들 사이에 경계 대상일 만큼 좋은 선수들을 잘 발굴한다는 소문을 들었어."

김="처음부터 A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전통의 명문고로 가려는 경향도 있었고요. 저는 그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는 거죠."


윤="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판단해? 김 감독만의 노하우가 있어?"

김="처음 감독을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발 빠른 것과 순발력을 위주로 봤어요. 요즘은 경기 때뿐 아니라 직접 중학교에 찾아 가서 훈련할 때도 지켜보죠. 특히 근육 발달 상태를 유심히 보고 있어요. 등 견갑골이나 근 기능을 살펴봐요. 그런 부분이 잘 돼 있는 선수들이 어깨 회전이 잘돼 공을 잘 던져요. 부상도 적고요."


윤="2013년에는 청소년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정윤진 감독과 함께했어. 같은 고교 감독으로서 어떻게 봤어?"

김="정 감독도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것 같아요. 훌륭한 감독이죠. 대표팀에서 보니까 분석력이 좋아 배울 점도 많았죠. 당시 미국팀 투수들의 공이 구속과 제구력, 움직임까지 좋아서 쉽게 공략하기 힘들었어요. 타격코치로 뒤에서 보조를 했는데 대표팀의 타격이 신통치 않아서 미안하더라고요."


윤="대표님 코칭스태프로 큰 무대에 나가면서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

김="많이 배웠죠. 사실 선진 야구를 직접 접하는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요.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배우기도 해야할 것 같아요."


윤="올해 초 야탑고도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고 들었어. 고교야구 최초 아닌가?"

김="저도 저희가 최초인지는 몰랐어요. 미국 방송국에서 취재도 나왔더라고요. LA 근처에서 19번 정도 연습경기를 가졌죠. 그쪽에는 캘리포니아주에만 고교팀이 2000개 넘게 있다더라고요. 저희랑 맞붙은 팀이 모두 100위 안에 들어간 팀이었는데 19번 중에서 3번밖에 지지 않았어요."


윤="미국 전지훈련을 가려면 비용이 많이 들잖아. 어떻게 성사된 거야."

김="2년 전부터 계획했어요. 고등학교 선배님이 LA 지역 유소년 야구협회에 회장으로 계셨는데 먼저 제안을 하셨어요. 비용도 줄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어요. 6개월 전에 미리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면서 이동 경비를 아꼈죠. 현지에서는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서 숙소와 운동장 대여 비용을 줄였어요. 학교의 지원도 있었고요."


윤="김 감독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성사되기 힘들었겠네. 전지훈련 효과는 어땠어."

김="첫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마음이 들떠서 그런지 부진했어요. 그쪽 팀에서도 실망했죠. 이후에 저희 페이스대로 경기를 하다 보니까 경기력을 회복했고, 소문이 나면서 10경기 정도 예정돼 있던 연습경기가 다른 학교들의 초청으로 더 늘게 됐어요."


윤="선수들의 자신감도 커졌을 것 같아."

김="사실 전지훈련을 다녀온 직후에는 선수들이 오버 페이스를 했어요. 스윙도 커지면서 정확도가 떨어졌죠. 미국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와서 다소 자만심이 생긴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내 좋은 경험의 효과를 보기 시작했죠."


윤="사실 미국 트리플A나 더블A 투수들의 공을 보면 정말 위력적이거든. 미국 고교 투수들의 수준은 어땠어."

김="고교야구도 레벨마다 차이가 있지만 좋은 팀의 선수들은 공 움직임이 다르더라고요. 체인지업이나 밑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많이 던지다 보니까 우리 선수들이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물론 구속도 빨랐죠."


윤="타자들의 경우는 공을 보기만 해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김="수준 차이도 있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좋았죠. 또 미국 고교야구의 인프라를 보고 많이 부러워했어요. 고등학교에 천연 잔디구장이 있었으니까요. 미국 고교야구는 수업이 끝난 후에 운동을 해야 하니까 야간 경기를 주로 하는데 조명 시절이 잘 갖춰져 있었죠.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진지했죠. 연습경기인데도 국가대항전처럼 국기도 게양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을 것 같아요."


윤="양키스와 계약한 박효준도 그 미국 전지훈련에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볼 수 있을까."

김="영향이 컸을 거라고 봐요. 물론 그 전부터 몇몇 스카우트들이 (박)효준이한테 관심을 보였지만 본인도 막연했겠죠. 실제로 전지훈련을 가기 전에 계약 제시도 있었지만 조건이 형편없었죠. 국내에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돼서 권유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미국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거죠."


윤="또래 선수들과 직접적인 비교 기회가 생겼구나."

감="그렇죠. 스카우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서 미국 선수들의 그 빠른 공을 연타석으로 홈런을 치더라고요. 정말 잘했어요. 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부사장이 직접 보러왔는데 자신이 보고 받을 때는 50만 달러짜리 선수라고 들었는데 직접 보니 100만 달러짜리 선수라고 평가하더라고요."


윤="스카우트팀이 혼 좀 났겠네."

김="스카우트 팀장이 작년 청룡기 대회 때 (박)효준이를 봤는데 어떻게 1년 사이에 저렇게 성장했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리고 이후에 3일 동안 훈련할 때 직접 와서 지켜봤죠."


윤="김 감독의 전지 훈련 선택의 공이 컸네. 보통 스카우트들이 한국에 오면 경기밖에 못 보는데 야탑고가 미국에 갔으니 공짜로 트라이아웃을 한 셈이잖아."

김="저희가 빌린 경기장이 공원 안에 외진 경기장이라 찾아오기도 힘들었는데 말이죠."


윤="박효준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면 정말 김 감독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

김="물론 운도 따라줬겠지만 본인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만한 그릇이 됐던 거죠."


윤="처음에 박효준이 야탑고에 진학한 과정이 궁금한데."

김="(박)효준이가 중학교 때부터 가능성이 큰 선수이긴 했어요. 화려하진 않았지만 유연성, 순발력 등 제가 보는 기준에는 괜찮은 선수였어요. 데리고 와서 잘 훈련 시키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윤="다른 고등학교에서 영입 경쟁은 없었어?"

김="제가 듣기로는 다른 학교에서도 제안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그들보다 훨씬 전부터 키우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더니 부모님께서 야탑고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셨죠."


윤="야탑고가 경기도권 학교라 선수나 부모 입장에서 꺼려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김="예전에는 그런 경향도 있었는데 요즘은 높은 순위에 있는 선수들도 직접 찾아가서 '좋은 선수로 키워보고 싶다'는 열의를 보이면 받아들여요."


윤="김 감독에 대한 믿음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네."

김="아무래도 이제 프로에 진출해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예전보다는 선수와 부모의 믿음이 커졌겠죠."


윤="들어보니 요즘은 그저 전통의 야구 명문고를 선호하기보단 지도자를 본다고 하더라고."

김="그런 경우가 있죠. 예전에는 야구 명문고로 진학하려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현재 야구를 잘하는지 여부, 감독의 지도력과 성향을 보는 경우가 늘었어요."


윤="그러면 박효준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어?"

김="1학년 때부터 유격수로 뛰었죠.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서 140km까지 던지기도 했어요. 고민이 됐죠. 그러다가 '한 길을 가게 하자' 싶은 생각에 유격수만 고집했죠."


윤="아직도 졸업반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1학년 때부터 주전을 할 정도로 박효준이 뛰어났던 건가."

김="1학년 때 3학년과 비교하면 실력 차이는 크지 않았어요."


윤="그것도 대단한 거지."

김="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시 3학년 유격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지금은 대학교에 가서 잘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서운했겠죠. 하지만 팀을 이끌다보면 냉정해져야 했어요. 비록 저학년이지만 유격수 포지션에 박효준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던 거죠. 앞으로 그런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고 봤으니까요."


윤="일단 어깨는 타고 났겠네. 투수로 140km를 던졌다면 말이야. 어깨가 좋은 선수들은 수비 범위도 넓더라고. 예를 들어 NC 손시헌이 그래. 수비를 두세 발짝 뒤에서 해도 무리 없이 수비를 하더라고. 포구를 여유있게 해도 송구에 자신이 있으니까."

김="효준이도 송구에 자신감이 있으니까 수비 범위가 넓죠. 그뿐 아니라 공 던지는 밸런스도 뛰어나요. 디딤발이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능숙하게 송구로 연결시키죠. 순발력, 센스 모두 뛰어나요. 수비 하나 만큼은 최고라고 생각에요. 제가 미국에 연수 갔을 때 봤던 루키 선수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어요."


윤="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

김="말씀드렸듯이 주루 플레이와 타격도 뛰어나지만 역시 수비가 가장 돋보여요. 그런데 자기 스타일이 확실해서 가끔은 우려될 때도 있죠."


윤="예를 들면?"

김="수비 하는 걸 보면 정석은 아니니까요. 잡는 대로 던지는 스타일이죠. 그런데도 송구를 정확하게 하더라고요."


윤="수비 코치 입장에서는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지적할 수도 있겠네."

김="사실 스텝을 정확히 밟아 송구를 하는 방법이 꼭 정석은 아닐 수 있잖아요. 중요한 것은 정확히 던지는 거죠."


윤="맞아. 기본기가 정확히 갖춰져있기 때문에 그런 동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김="그렇죠. 미숙한 플레이가 나온다면 지적 받아 마땅하지만 (박)효준이는 그렇지 않아요."


윤="3년 동안 지켜봤는데 성격은 어때? 실수해서 지적 받으면 어떻게 대처하는 스타일이야?"

김="활발해요. 주눅드는 성격도 아니고요. 그런데 효준이뿐 아니라 저희 팀 지도 스타일이 실수를 하거나 삼진을 당했을 때 혼을 내지는 않아요. 선수들이 위축되는 일은 경계해요."


윤="프로에서도 고등학교 때 많이 혼났던 선수들 중에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들이 있어."

김="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타석, 다음 수비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혼을 내면 그날 경기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윤="어떤 선수들은 그날 경기뿐 아니라 갑자리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더라고. 확실히 감독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노련한 것 같아."

김="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죠. 제가 처음 감독을 했을 때가 20대 후반이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애가 애를 가르친거죠. 당시에는 연습 많이 시키고, 많이 혼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그저 욕심이었던 거죠."


윤="박효준이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에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됐어. 감독 입장에서 뿌듯하지?"

김="그럼요. (박)효준이가 꼭 미국 진출을 해서가 아니라 좋은 선수로 인정을 받고 있는 자체가 좋아요. 국내 스카우트들에게도 당연히 관심이 컸으니까요."


윤="그런데 아직 어리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

김="물론 잘 해내나갈 거라 믿고 있지만 미국 무대가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만 모이는 곳이잖아요. 지금은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어 자신감도 충만하겠지만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요. 누구나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주변과 비교해서 위축될까 봐요. 스스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윤="박효준은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하는 스타일이야, 아니면 혼자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야?"

김="지금까지 제가 본 (박)효준이는 혼자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었죠. 간혹 타격이 마음처럼 안될 때는 조언을 구해요.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죠."


윤="힘든 일이 찾아오면 박효준도 김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구해야할 텐데."

김="우선은 영어를 어느 정도 배워서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할 줄 알아야겠죠. 제가 해줄 수 있는 부분에서라면 언제든지요. 환영이고요."


윤="박효준의 미국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이것만큼은 조언해주고 싶다면."

김="항상 강조하는데 결코 기죽지 말라는 거죠.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신이 목표한 부분에 대해 향해 간다면 가능성이 높아요. 재능은 충분하니까요. 멘틀적인 부분만 잘 관리한다면 잘 해낼 거라 봅니다."


윤="선수들 중에는 프로에서 오래 있어도 고민을 쉽게 얘기 못해. 그런데 학창시절 은사한테는 하더라고."

김="아무래도 편하겠죠. 저도 졸업한 선수들이 가끔 찾아와서 속에 있는 얘기를 하죠."


윤="야탑고 출신 중에서 프로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는 아마 윤석민 같아. 미국 가기 전에 김 감독에게 연락 왔었어?"

김="미국 전지훈련 때 석민이가 와서 같이 운동을 했어요. 원래 애리조나쪽에서 운동하다가 저희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더라고요."


윤="당시 윤석민의 컨디션은 어땠어."

김="(웃음) 허허. 한창 좋았을 때의 컨디션은 아니었죠. 아무래도 (윤)석민이는 제가 잘 안다고 자부하니까요. 캠코더로 투구 영상을 찍어서 보여줬죠. '너 지금 이런다. 어깨가 빨리 벌어지는 것 같은데 안 좋은 것 아니냐'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정말로 좀 안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윤="본인은 자신의 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김="자기도 한창 잘 던지던 때와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많이 던진 피로가 쌓였겠죠. 그런데 던진 만큼 충분히 보강 훈련도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죠."


윤="지금도 연락을 가끔 한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어떻다고 해."

김="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전성기의 모습은 아니니까요. 반등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기도 해요."


윤="한참 전 이야기지만, 고교 때도 공이 묵직한 편이었어?"

김="(윤)석민이는 사실 처음부터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어요. 석민이가 막 입학했을 때 야탑고는 역대 최고 전력이었죠. 준우승만 두 번 했거든요. 당연히 에이스는 아니었어요. 심지어 투수도 아니었죠. 2루수였는데 주전이 될 만큼 두각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공을 던지는 폼이 참 예뻤거든요. 그래서 투수를 해보겠느냐고 제안했어요. 당시 좋은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본인한테는 모험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 졸업할 때는 석민이가 최고였죠. 145km까지 던졌고 원래 좋던 제구력도 더욱 향상됐죠. 특히 자세가 좋았어요. 훈련 강도가 높다 보니까 요령을 피우는 투수들도 있었지만 (윤)석민이는 합숙 스케줄을 다 소화했죠. 하루에 피칭 150~200개를 꾸준히 소화하면서 전지훈련이 끝난 뒤에는 구속이 10km 늘었어요."


윤="그 짧은 기간에?"

김="저도 많이 놀랐죠."


윤="미국 진출 후에 아직까지는 고전하고 있어. 감독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

김="석민이도 효준이와 마찬가지에요. 한국에서는 최고의 우완투수로 인정 받았잖아요.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일 것 같아요. 자신의 컨디션과 구위가 올라오면 분명 기회가 온다고 믿어야 해요. 서두르지 말고 때를 기다려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윤="오재원도 제자잖아.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활약이 대단해. 고등학교 때도 지금처럼 파이팅이 넘쳤어?"

김="그럼요. 시원스러운 친구였죠. 사실은 (오)재원이는 우연하게 스카우트를 했어요. 당시 경원중학교 감독님과 친분이 있어 방문했다가 처음 봤죠. 어떤 마르고 작은 친구가 민첩한 게 유독 돋보이는 거에요. 감독님이 '저놈 정말 빨라'라고 평가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이 돼서 데리고 왔는데 운동할 때 보면 물건이더라고요."


윤="(오)재원이가 욕심이 많지?"

김="운동 욕심이 정말 많죠.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할 정도로 파이팅이 좋은 선수이고요."


윤="나도 두산 코치 때 휴식일을 줬는데도 훈련을 하던 (오)재원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 가끔 오버 페이스를 해서 말려야할 정도였지. 그때도 남들보다 많이 훈련했지?"

김="한 번은 (오)재원이 동기들이 훈련이 힘들어서 도망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놈만 훈련에 나온 거에요. 그래서 제가 '너는 왜 안 도망쳤냐'고 물으니까 (오)재원이가 '감독님, 저는 운동하려고 왔지 도망치려고 온 게 아닙니다'고 하더라고요."


윤="그때부터 물건이었네."

김="'다른 선수들한테 따돌림 당할 걱정은 안하냐'고 물으니까 그런 건 감수해야 한다고 했죠. 아무튼 독특한 애였어요."


윤="김 감독 말은 잘 따랐어?"

김="(오)재원이가 고교 3학년 때 프로 지명을 받았어요. 그런데 순위가 너무 낮았죠. 제가 생각했을 때는 파워와 체력만 더 보강하면 좋은 대우를 받고 프로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대학 진학을 권유했더니 말을 듣더라고요. 대학(경희대)에 가서 힘이 좀 붙더니 1학년 때부터 잘했어요."


윤="대학 감독님도 그 특유의 파이팅을 잘 이해하셨어야 할 텐데."

김="안 그래도 경기를 한 번 보러갔는데 (재원이가) 번트 사인에서 계속 고개를 젓더라고요. 치겠다는 거죠. 당시 145km를 던지던 고려대 에이스 김대우(롯데)와 맞대결이어요. 제가 생각해봐도 번트가 맞았죠. 감독님이 결국 강공 지시를 하셨고 그걸 3점 홈런으로 연결시켰어요. 물론 나중에 (오)재원이도 혼났고 저도 혼났었죠."


윤="김 감독도 오재원을 아끼는 것 같아."

김="아무래도 잘 따르니까요. 애제자 중 한 명이죠. 한 번은 제가 다리 수술을 해 입원했는데 간병할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대학교 간 녀석이 찾아와서 같이 밤을 새워주기도 했어요. 의리가 있는 친구죠."


윤="오재원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을 텐데."

김="찾아와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죠. 간절히 가고 싶어 했어요. 대표팀 일원이 돼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했죠. 이제 그 자리에 이름을 올렸으니 잘해서 국위선양하길 바라요."


윤="품을 떠난 제자들이 그렇게 힘들 때 찾아오거나 잘되면 마음이 어때?"

김="뿌듯하죠. 그런 점이 지도자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이죠."


정리=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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