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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팬티 차림으로 안마 요구…대법 "무죄", 왜?

입력 2015-05-1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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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제(12일) 이 소식 전해드리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컸습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무죄일 수 없다, 국민 법감정과 어긋난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선 제일 많이 나왔죠?

[기자]

앞서 시민들 반응도 보셨지만 인터넷 댓글 상으로도 아주 뜨거웠습니다. "법이 왜 약자의 편이 아니냐" "취업하면 초소형녹음기 증거확보용으로 사줘야겠다" 이런 비난들이 많이 있었고요, "그럼 앞으로 지하철 탈 때 옆자리 앉은 여성 다리에 내 다리 올려놔도 되겠다" 이런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글쎄요. 그렇다면 아마 이번에 피의자가 피해 여성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올려놨기 때문에 이거 사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가 민망한 장면들이 오늘 사실 좀 많은데. 그래서 아마 그런 반응이 나온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판결 내용을 이해하려면 우선 사건내용을 조금 더 알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기자]

판결문 내용 바탕으로 사건을 간략히 재구성하면, 2013년 8월 어느날, 오후 4시 30분이었습니다.

경남 김해시의 한 자동차 대출업 관련 사무실에서 40대 초반의 사장이 입사 한달 된 20대 중반의 여직원보고 내기 화투를 치자고 한 겁니다.

그러면서 사장은 더우니 반바지로 갈아입어도 되겠느냐고 물은 뒤 트렁크 팬티만 입고 있었죠.

첫판은 여직원이 이겼고, 커피를 사달라고 해서 사장이 준 돈으로 나가서 사 왔습니다. 그리고 사장이 손님 들어올 수 있으니 문 잠그라 해서 잠그고, 계속 화투를 쳤는데 두번째 판은 사장이 이겼습니다.

그러자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했고, 안마를 하던 중 사장이 자기 다리를 여직원의 허벅지 위로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리 말고 더 위, 다른 곳도 주물러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사장의 속옷 사이로 은밀한 부위가 노출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앵커]

이럴 때 저희들이 흔히 쓰는 말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버린다는 말을. (그런 의견도 있었습니다.) 1심에서는 이 과정을 유죄라고 했는데, 2심과 대법원에선 무죄라고 본 거잖아요? 무죄라고 판단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검찰이 기소한 것은 형법상 강제추행이었는데, 형법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가 피의자의 폭행이나 협박 여부입니다.

일단 이 부분 보면 문 잠그라 그래서 잠그고, 다리를 주무르라고 하는 과정에서 여직원이 거절할 수도 있었는데 안 했다고 본 거고요.

또 이렇게 자신의 속옷 안쪽이 보이게 한 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줬는지는 몰라도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까지 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리를 올려 허벅지와 밀착한 것도 이미 그전부터 안마를 하고 있던 중이기 때문에 기습적인 추행이라고 보긴 힘들다 이런 이유였습니다.

[앵커]

이래서 이게 지극히 남성 위주의 생각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쏟아진 거죠. 피해자가 거절할 수 있었다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 그러니까 상황으로 놓고 볼 때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느냐. 입사한 지 반년밖에 안 됐고 상대는 사장이었고요.

[기자]

그 부분에 대해 지적이 가장 많았는데, 전문가에게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신진희/변호사 : 거절하기 어렵죠, 여직원이 사장의 (요구를.) 게임한다는 것도 좀 웃기잖아요? 옷을 벗고 있는 사장과 (게임을) 한다는 것도. 무죄판결을 한 이유의 쟁점이, 폭행 협박이 없었단 부분이 워낙 (크니까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은 분명하기 때문에 (성폭력특례법 상) 위력추행으로 간다고 한다면, 승산이 좀 더 있지 않았나. 그래서 기소하는 죄명에 좀 문제가 있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앞서 검찰이 형법으로 기소했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성폭력 특례법 10조에 보면 '업무, 고용 등의 관계로 밑의 사람에게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번 건의 경우 사장이 시킨 거니까 '업무상 위력'이라고 볼 수 있고, 그래서 형법이 아니라 성폭력 특례법을 적용하면 처벌 대상도 됐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많은 의견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성폭력특례법으로 할 것이지 왜 형법으로 했느냐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기자]

2002년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대법원에서 형법상 강제추행이 인정한 판례가 있었습니다. 또 성폭력 특례법보다는 형법상의 처벌이 더 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법조계 의견이었는데요.

또 1심에서는 검찰이 이겼기 때문에 중간에 형법에서 성폭력 특례법으로 공소장을 바꾸기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래서 그런 부분은 좀 아쉬움이 남는군요. 성폭력 특례법으로 했더라면 거의 유죄는 확실시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아까 잠깐 얘기할 때 지하철에서 앞으로는 여성 무릎에 다리 올려놔도 되겠네라는 건 진심이 아니겠지만. 그랬다가는 정말 큰일나죠? 법적으로 봐도.

[기자]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혹시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는데요.

그렇게 옆자리 여성에게 다리 올렸다가는요, 성폭력 특례법상 공중 밀집장소에서의 추행으로 체포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형법상 기습적인 강제추행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 분명히 알려드립니다.

[앵커]

어제 제가 내드린 숙제는 왜 안 풀어줍니까?

[기자]

SNS를 통해서 알려드렸는데. 점을 찍은 위치상의 실수였습니다.

[앵커]

한반도에 강진이 일어났다는 노란 점이 찍힌 것은 제작상의 실수였다.

[기자]

최근 10년간 한반도에서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은 없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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