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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광화문 한복판 세월호 차벽과 '트랜스포머'

입력 2015-04-2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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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평범한 트럭 같아 보이지만 실은 이 트럭은 각종 장치를 완비한 최첨단 장비입니다. 한 번 보실까요?

리모컨으로 작동 버튼을 누르면 트럭은 순식간에 형태를 바꿉니다. 가로 8.6m에 높이는 4.1m. 어른 키의 두 배를 훨씬 넘습니다. 두께 1cm의 투명 창은 강한 충격도 견뎌내도록 만들어졌고 화염병 공격에 대비한 분무장치는 물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채증용 CCTV를 장착했습니다. 시위대 해산용 물대포도 설치되어 있다는군요.

트랜스포머. 오늘(20일)의 단어입니다.

이런 최첨단 장비가 등장한 건 지난 2009년입니다.

바로 전 해인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에 등장했던 이른바 명박산성. 컨테이너 장벽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지난 주말. 이 '차벽트럭'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등장했습니다. 시위대는 이번에도 차벽에 대통령의 이름을 넣어 '산성'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높은 벽은 유족을 포함한 시위대를 4m 장벽을 통해 분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다쳤습니다. 눈물, 그리고 빗물이 뒤범벅된 봄날의 주말이었습니다.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경찰이 쌓아놓은 이 산성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시민 통행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였습니다. 허나 위헌여부를 떠나 고민해볼 만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왕과 백성이 있었던 조선시대에는 '격쟁(擊錚)'이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왕이 지나는 길가에서 징이나 꽹과리를 울려 억울한 사연을 하소연하고. 심지어 궁궐에 몰래 들어와 억울하다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합니다.

이러한 격쟁자는 일단 '피의자'로 간주되었고 의례적으로 곤장을 맞은 뒤 왕을 향해 직접 어려움을 간할 수 있었다는군요. 물론 위험을 무릅쓴 시위 방식이긴 했지만 그 옛날 군주정 시대에도 왕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언로'가 제도적으로는 열려 있었던 셈입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왕도 백성들의 얘기를 듣고 싶었으니까 비록 곤장 몇 대 얹어주더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기회를 가졌던 것이 아닐까요.

말씀드렸다시피 헌법재판소는 시민의 통행권을 위해 이 차벽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그것이 시민의 통행권만을 위한 것인가. 정부나 위정자들의 통행권 역시 차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은 아닌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차벽 뿐 아니라, 국가와 시민들 사이를 심리적으로도 가로막고 있는 차벽이, 서로 자유로이 오가는 신작로로 바뀌는 트랜스포머는 없는 것인지.

비온 뒤 유난히 공기가 맑고 깨끗했던 4월 20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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