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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죽은 상권 살리려다…'흉물'로 방치된 민자역사

입력 2018-10-17 21:44 수정 2018-10-1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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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하철역에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선 곳을 민자역사라고 부릅니다. 낡은 역을 새로 바꾸고 상권을 살리겠다며 만든 것인데요. 그런데 일부 부도난 역사들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지역 흉물이 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입니다.

계단을 내려가자 매장 대신 칸막이로 둘러싸인 공간이 나옵니다.

공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작업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역과 붙어있는 지하 3층, 지상 6층짜리 건물은 11년째 폐쇄 중입니다.

건물 주변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계단은 멀쩡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이 심각하고요.

바깥에는 건설장비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1989년 세워진 동인천역사는 국내 2번째 민자역사입니다.

낡은 역을 새로 고치고, 상업시설을 들여와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였습니다.

인천백화점이 입점해있던 90년대 중반까지는 중심 상권으로 꼽혔지만,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지금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화상경륜장만 남아있습니다.

[유동인구 엄청나게 많았잖아요. 옛날에. 지금은 구도심이 됐지만, 옛날엔 여기가 중심이었잖아요.]

8년 전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다시 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그 사이 건물은 재난위험시설 D등급을 받았습니다.

[저거 막 새고 난리야. 건물에서 물 막 떨어지고. 물 새고 그러는 거 잡으려면 아마 웬만한 돈 갖고 안 될 거예요.]

결국 건물은 지난해 말 허가 기간인 30년이 지나 한국철도공사로 넘어갔고, 지난달 파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 철거가 필요하다면 철거를 해야 되겠지만,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이라고 하면 지자체도 협의해서 활용방안을 만들어야죠.]

2006년 문을 연 서울 경의·중앙선 신촌역도 극장을 제외하면 6년 넘게 텅 비어있습니다.

민간 자본 700억원이 투입됐지만 개장 초기부터 입점 업체를 찾지 못했고, 최근 법정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차승민/서울 화곡동 : 굉장히 넓은데 쓰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낭비 같다는 생각이 좀 들고. 휑하고 춥고 무서운…]

차라리 지역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청현/서울 청파동 : 공용주차장 부지로 사용해서 이익이 남게 돌리든가 하는 게 더 좋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죠. 아예 안 쓰니까.]

아예 완성을 못 한 곳도 있습니다.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지나가는 서울 창동역입니다.

이곳 민자역사는 벌써 8년째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머리 위로 콘크리트와 함께 붉은 철골이 남아 있습니다.

10층짜리로 지어질 계획이었지만, 주관 업체 부도로 5층에서 공사가 멈춘 것입니다.

노량진역이나 천안역 등은 민간 업체가 선정됐지만 아예 착공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철도공사가 해당 업체들의 전문성이나 사업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개발을 맡겼다가 무산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철도공사가 사업자 선정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철도공사 측은 '평가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일부 민자역사들의 경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애물단지로 방치된 민자역사들은 지자체가 나서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종규/서울 대흥동 : 구청이 나서서 중재해서 같이 활성화가 되는 그런 모양새를 찾아봤으면 좋겠다.]

철저한 시장 분석 없는 장밋빛 청사진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주변상권까지 살린다던 일부 민자역사는 이렇게 흉물로 변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재정비와 청산 중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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