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시민 혁명으로 30년 독재를 청산한 이집트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랍의 봄'을 맞이했다며 시민들이 환호하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집트 현지에서 이상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인구 8500만 명의 아랍권 최대의 국가 이집트에서 대선 결선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민 혁명으로 권좌에서 축출된지 1년 4개월 만에 새 지도자를 뽑는 역사적 선거입니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 대신 혼돈의 공기가 이 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결선에 오른 두 명의 후보는 이슬람 정치 세력인 '이슬람 형제단'이 내세운 모하메드 모르시와 무바라크 정권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 입니다.
종교 세력의 후보 또는 구 정권의 인물 중 한 명을 골라야 하는 겁니다.
1차 투표에서 '민주화 세력'의 후보들이 난립해 경쟁을 벌이다 모두 탈락하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게다가 이틀 전 헌법재판소가 의회를 해산하라는 명령을 내려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며 혼란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투표 결과는 예측 불허입니다.
모르시 후보는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지기만 하면 승리할 것이라 장담하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모르시/이슬람 형제단 대선 후보 : 우린 계속 지켜볼 것이며 부정 선거가 자행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이미 자명합니다.]
샤피크 후보는 종교 세력이 국가를 통치해서는 안된다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아흐메드 샤피크/독재 정권 총리 출신 후보 : 특정 집단이 나라를 지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두 후보 중 어느 쪽이 대통령으로 뽑히든 이집트의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군인 출신의 샤피크 후보가 당선되면 이곳 타흐리르광장에 시위대가 다시 몰려나올 가능성도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