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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엘리엇 갈등…"현대차 등 지배구조 개편 기업에 재연될 수 있어"

입력 2015-06-14 13:13

현대모비스와 SK텔레콤 등이 취약
외국인 비중 크고, 지배구조 약점 많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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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와 SK텔레콤 등이 취약
외국인 비중 크고, 지배구조 약점 많은 특징

삼성물산·엘리엇 갈등…"현대차 등 지배구조 개편 기업에 재연될 수 있어"


삼성물산·엘리엇 갈등…"현대차 등 지배구조 개편 기업에 재연될 수 있어"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사이의 의결권 분쟁이 다른 지배구조 개편 기업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소수 지분으로 지배권을 행사하는 몇몇 그룹들이 올들어 순환출자 고리 해소, 경영권 이전 등의 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

이들 가운데 삼성처럼 외국인 지분이 많은 일부 그룹의 경우 순환출자의 약한 고리가 외국인 공격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먼저 이미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삼성의 케이스를 복기해 보자. 지난 4일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9% 보유 사실을 밝히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13.8%에 불과하다는 구조적인 취약점을 파고들며 엘리엇이 권리 행사에 나선 셈이다.

이에 삼성물산은 지난 11일 KCC에 자사주 899만557주, 지분 5.79%를 처분하며 추가 의결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합병을 진행한다는 것이 시장의 견해였다.

사실 외국인의 이런 공격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의결권을 강하게 행사하거나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그룹이 앞으로 외국인의 타깃 대상으로 우선 꼽힌다. 순환출자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에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기준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0.16%인 반면 오너 및 계열사 등의 지분 비중은 32.02% 수준이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라는 흐름의 현대차그룹 순화출자 구조의 핵심이 외국인의 입김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앞서 현대차는 경영권 분쟁은 아니지만, 경영진의 부동산 구매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발로 홍역을 치른바 있다.

지난 2014년 9월18일 현대자동차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구성한 컨소시엄이 서울시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대한 경쟁 입찰에서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것을 두고 외국인 투자자는 경영진의 독단, 유명무실한 이사회에 대한 실망 등을 제기하며 항의하거나 주식을 매도했다.

외국인은 낙찰 전날인 작년 9월17일부터 연말까지 현대차 주식 419만2324주를 순매도했고, 네덜란드 연기금(APG)은 지난 3월 현대차 주총에서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위원회를 구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SK그룹의 SK텔레콤도 외국인이 44.45%, 우호 세력은 37.37%의 지분을 소유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최근 SK와 SK C&C 합병 다음 지배구조 개편 대상으로 점쳐지는 기업이다.

이외 외국인 지분율이 30%를 넘는 SK하이닉스, 기아차, 호텔신라 등도 정관변경이나 합병 등 중요 안건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하며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기업들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순환출자 해소와 일감 몰아주기, 3세 경영권 승계 등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외국인 반발이 더욱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원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집단 중 10대 기업의 내부지분율은 2012년 55.7%까지 올랐으나 2013년 52.9%, 2014년 52.5%로 하락 추세다.

재벌닷컴도 지난 7일 자산 상위 10대그룹 계열사 가운데 17%가 외국인 보유 지분이 그룹 우호 지분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이사는 "삼성물산처럼 외국인이 우호 지분을 앞서는 기업들이 위험"하다며 "이번 분쟁은 이어질 지배구조 개편 과정의 선례라는 측면에서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지배연구원 정재규 실장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경영 관련 의사 결정을 좌우하기 위한 충분한 의결권을 확보지 못한 취약한 지배구조"라며 "비단 삼성뿐 만 아니라 소유 지분 구조가 취약한 그룹들에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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