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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경제] 홍어가 풍어인 요즘…다시 '씨 마를라' 걱정인 이유

입력 2021-04-0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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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유의 향과 톡 쏘는 맛의 숙성한 홍어는 관절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에 홍어가 많이 잡혀서 모처럼 풍어를 이뤘는데, 다시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발로 뛰는 발품 경제 이주찬 기자가 산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기자]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사시사철 푸른 나무만 자라, 멀리서 보면 검은 산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입니다.

흑산도 홍어잡이 배는 미끼 없는 긴바늘로 낚는 주낙을 이용하는데, 한 번 나가면 꼬박 하루에서 사흘에 걸쳐 잡습니다.

홍어를 실은 배가 돌아옵니다.

이것이 가오리가 아니라 흑산도 홍어입니다.

홍어는 끝이 뾰족한 삼각형이고, 꼬리에 지느러미가 있는 게 특징입니다.

[심동열/홍어잡이 배 선장 : (얼마나 잡으셨어요?) 총 600마리 넘어요. 스마일…죽어도 웃는 거는 홍어밖에 없어요. 빙장을 해서 싱싱한 상태로 옵니다.]

홍어는 연말부터 이듬해 4월 초까지 많이 잡힙니다.

6월부터 한 달 반 동안 금어기입니다.

항구가 들썩이고, 경매가 시작됩니다.

[경매사 : 15만 원 50번.]

8kg 홍어 한 마리가 15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2배 정도 많이 잡히는 데다, 코로나로 소비가 줄면서 지난해보다 30% 정도 싸졌습니다.

과거 홍어는 육지의 쌀과 바꾸기 위해 목포를 거쳐 영산강을 따라 나주로 향했습니다.

강을 거스르는 동안 다른 생선은 썩었지만, 홍어는 맛이 특별해졌습니다.

삭힌 홍어의 비법이 계승된 지 600년, 영산포 시장에 홍어 거리가 생겼습니다.

[조부덕/영산포 홍어가게 주인 : 꼭꼭 깨물어 보셔. 뒤에 가서 화한 맛이 나올 겁니다. (처음엔 고소한 맛으로 먹다가 마지막에 가서 화하는 맛이 나네요.) 뜨거운 데서 삭히면 곯아 버립니다.]

문제는 서서히 회복되는 홍어가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홍어잡이량을 제한하는 총허용어획량, 즉 TAC는 흑산도 배 12척과 인천 배 5척에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다른 서해안 지역 배들은 마음껏 홍어를 잡을 수 있는 데다, 한동안 뜸했던 중국 어선까지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동열/홍어잡이 배 선장 : (중국 어선이) 홍도 밖에서 끌고 다니는 저인망이…배도 허가를 가짜로 가지고 다니는 놈들이 많단 말이에요. 몇 척 들어오는지 감당을 못 하는 거죠.]

해수부와 산하 어업관리단, 해양경찰, 지자체 등 4곳에서 단속권이 있지만, 사실상 서로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이상수/홍어잡이 배 선장 : (TAC 적용받지 않는 일반 어선들이) 어군탐지기 봐서 그냥 싹쓸이 어업에 거의 하잖아요. 바로 고갈될 수 있다…그래서 빨리 시스템을 세우고 해달라 해도 안 먹혀요.]

예년보다 많이 잡혀도 수입 홍어보다 비싸고, 서울 등 내륙에선 여전히 귀합니다.

[수산물시장 상인 : 국내산은 안 나와요. 칠레산하고…]

[수산물시장 상인 : (흑산도 홍어 있나요?) 그건 따로 주문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어획이 계속 이뤄지면 모처럼 늘어난 홍어가 또다시 우리 바다에서 모습을 감출 수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이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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