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고독사한 엄마, 노숙인 된 아들…거리에서 알려진 비극

입력 2020-12-15 08:4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60대인 어머니가 숨지고 발달장애가 있어 이를 수습하기 힘들었던 아들은 그 곁을 지켰지만 생활이 어려워져서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사망 이후 다섯 달 만에야 이 사연이 세상에 전해지면서 우리 사회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얘기가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먼저 어환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사회복지사 정미경 씨가 길거리에서 생활하던 발달장애인 최씨를 만난 건 지난달 6일입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 이미 손은 아주 많이 부르텄어요.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거예요.]

최씨 앞엔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 조그맣게 쪽지로 '우리 엄마는 5월 3일'의'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 초등학교 1~2학년 아이처럼 또박또박…]

정씨는 한 달쯤 지나 최씨가 적은 쪽지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 '어머니의 몸은 지금, 지금 어디에 있으세요?' 하니까 '지금 어머니는 거기에(집에) 그대로 계세요' 하는 거예요.]

정씨는 바로 경찰과 함께 최씨가 살던 서울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찾았습니다.

집안엔 이불에 덮여 알아보기 힘든 최씨 어머니 김모 씨의 주검이 있었습니다.

김씨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무려 다섯 달이 걸렸습니다.

최씨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곁을 지켰습니다.

[정미경/사회복지사 : '엄마가 안 살아나고 계속 숨을 안 쉬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파리들이 날아들어요? 왜 이렇게 애벌레들이 나와요? 애벌레들이 내 방까지 들어와요' 이러는 거예요.]

집안에 먹을 게 떨어졌습니다.

독촉장이 쌓이면서 집의 전기도 끊겼습니다.

살기 위해 최씨는 어머니 곁을 떠나 노숙인이 됐습니다.

그사이 사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김씨가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가 아픈 곳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의료 기록에서 김씨가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을 찾았습니다.

지자체가 파악한 김씨의 마지막 모습은, 코로나19 방역 물품을 받기 위해 지난 3월 주민센터를 찾은 때였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