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5월, 경주에서 1500년 전 신라의 금동 신발이 나왔단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땐 흙에 묻힌 신발만 이렇게 살짝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번에는 이 무덤 속 전체가 공개됐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장신구로 온몸을 감싼 무덤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강나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1500년 만에 다시 세상의 빛을 만난 무덤.
육신은 검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지만, 금빛 장신구들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머리엔 길이 30㎝ 금동관을 썼고, 아래엔 금으로 만든 굵은 귀걸이 한 쌍과 열매를 뿌려놓은 듯 고운 남색 구슬을 엮어 만든 가슴걸이도 있습니다.
허리춤에는 은으로 만든 허리띠가, 팔 부분엔 은팔찌, 은반지가 보이는데 열 손가락 모두 반지를 꼈던 걸로 보입니다.
나무곽 주변에 돌을 쌓아 만든 이 일대 신라 무덤 가운데 장신구 세트가 한꺼번에 나온 건 금관으로 이름난 황남대총 발굴 이후 처음입니다.
[대한뉴스 (1974년) : 허리띠·사슬·금제귀걸이·금반지·금구슬 등 300여 점의 신라시대 유물이 나왔습니다.]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한 성과에 발굴 24년 차 고고학자도 설렜습니다.
[김권일/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 : '내 발굴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유적을 조사하는구나'라는 고고학자로서 큰 영광이라는…]
금동관부터 신발까지 길이를 감안하면 묻힌 사람의 키는 170㎝ 정도로 추정됩니다.
금관과 금 허리띠를 착용한 건 아니라 왕족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장신구 종합세트로 미루어 귀족 이상의 계급, 그리고 여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권일/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 : 큰 고리 귀걸이(를 착용했고) 큰 칼이 없는 점 (등으로 미루어) 여성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1500년 전 금동관 쓰고, 금은장도 차고 호화롭게 저승길로 떠난 키 큰 신라 여성.
문화재청은 유물을 안전한 곳에 옮겨 보존 작업을 하며, 추가 조사를 통해 무덤의 수수께끼를 밝힐 예정입니다.
(화면제공 : 문화재청)
(영상디자인 : 이창환 /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