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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도 우리집 에어컨은 장식품?'…전기료 불만 최고조

입력 2016-08-08 18:48

전력소비 구간 높아질수록 가격 몇배씩 '껑충'
사실상 저소득층에만 절약 강요…소득 재분배 효과 미비
누진제 도입한 지 10년째, 현실에 맞게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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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소비 구간 높아질수록 가격 몇배씩 '껑충'
사실상 저소득층에만 절약 강요…소득 재분배 효과 미비
누진제 도입한 지 10년째, 현실에 맞게 손봐야

'열대야에도 우리집 에어컨은 장식품?'…전기료 불만 최고조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4)씨는 요즘 열대야에 잠을 설치고 있어 밤이 오는 게 두려울 지경이다. 에어컨은 있지만 장식품이나 다름없다. 작년 여름 무더위에 참다 못해 에어컨을 틀고 잤더니 평소보다 전기료가 3배 높게 나온 기억 탓에 선뜻 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8일 "에어컨을 설치해도 누진세 때문에 무서워서 맘껏 틀지를 못한다"며 "밤에 자다가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한 적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온종일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이씨처럼 연일 지속되는 찜통더위에도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하는 가정이 부지기수다. 하루 몇시간만 틀어도 월 10만~2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현행 전기 요금 체제 때문이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가장 낮은 1단계는 100kWh 이하를 사용할 경우 1kWh당 60.7원을 낸다. 사용량이 늘어나게 되면 1kWh당 적용 요금이 증가하고, 501kWh를 초과해 사용하면 709.5원이 적용된다. 누진 배율이 약 11.7배에 달한다.

예를 들어 평상시 300kWh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여름철 한 달 동안 하루 6시간씩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전기요금은 종전 평균 4만원에서 18만원 가량으로 300%나 급증한다.

반면 일반용(kWh당 105.7원)과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kWh당 81원) 전기료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상가에서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하루종일 켜놓을 수 있는 이유다.

해외 사례를 봐도 누진제를 채택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미국, 대만 등이지만 우리처럼 누진 배율이 높은 곳은 없다.

대만 5단계(2.4배 차이), 일본 3단계(1.4배), 미국 2단계(1.1배)이고, 중국은 3단계(1.5배), 인도도 3단계(1.7배) 등으로 최저 구간과 최고 구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은 누진세가 없는 단일요금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력 요금은 낮추자는 취지에서 전기요금 누진세를 시행했다.

그러나 가정에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오히려 저소득층의 등골이 더 휘는 상황이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저소득층에는 복지할인요금이 적용된다해도 장애인이나 아이가 있어 전력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가정의 경우 누진제로 인해 원가 이상의 요금을 내야만 하는 실정이다.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30대 여성은 "남편과 둘이 살 때는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서 선풍기로 버텼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땀띠가 나고 힘들어 할까봐 에어컨 틀 수 밖에 없더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난달 에어컨을 자주 가동하고 지냈더니 평소 2만원도 안 나오던 전기료가 10만원 넘게 나왔다"며 "사업장에서는 에어컨을 튼 채 문을 열어놓고 장사하는 판인데 왜 가정에만 누진세를 적용하냐"고 불만을 표했다.

일부 시민들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급기야 한전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익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쓰는 산업용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산업용과 가정용 간의 요금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건상 무조건적인 전기요금 대폭 인하는 불가능하나 10년 전에 도입한 현행 누진제를 현 실정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가정집에 가전제품이 별로 없어 소비가 낮아 징벌적으로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누진제를 시도했으나 시대가 바뀌었다"며 "이제 집마다 냉장고, 에어컨을 다 갖추고 있다. 조정을 해서 누진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현행 제도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초등학교 때 산 청바지를 고등학교 때도 계속 입으라고 하는 격이다. 제도는 현재 경제사회 흐름에 맞게 변화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현행 누진 구간을 대폭 줄이고, 누진율도 재조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누진제를 강화하면 저소득층 부담은 적고, 부자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나 노인이 있는 저소득층 다인가구는 아무리 절약해도 1단계로 소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2,3단계를 적용받아 상가보다 비싼 전기요금을 내는 가정이 많다. 근복적으로 중산층 4인 가정에서 찜통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요금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도 "요즘에는 기초생활수급자도 평균 200kw를 쓰고, 저소득층일수록 다인가구가 많다"며 "노인가구나 어려운 가정은 선별해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강화해 직접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가정에서도 1000kw 넘게 쓰는 사람들은 특별가구로 선정해 요금단계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3, 4단계는 요금 폭탄 맞지 않도록 하고 1, 2단계 가운데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보조를 해주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누진제 개편에 대한 얘기는 연례행사"라면서 "갑자기 단계를 확 낮춰 2단계로 조정하는 건 비현실적이고, 3~4단계로 점진적으로 낮춰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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