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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영만 "만화가는 원고 그리다 죽는 게 최고의 최후"

입력 2015-05-14 22:11 수정 2016-03-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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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목요일 문화계 인물을 한 분씩 모시고 있는데요. 오늘(14일) 또 귀한 한 분을 모셨습니다.

식객의 허영만 화백을 스튜디오에서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허영만/화백 : 고맙습니다.]

[앵커]

오늘 뉴스가 정신이 없습니다.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는데요. 잠깐 좀 한 10분 정도 여백을 갖고 거기에 만화를 좀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허영만/화백 : 고맙습니다. 열심히 그리겠습니다.]

[앵커]

건강하시죠? (네.) 제가 한 5년 전에 뵀는데 체중도 안 느신 것 같고.

[허영만/화백 : 체중 한 1kg 늘었습니다.]

[앵커]

1kg는 저 같은 사람은 아침, 저녁에 금방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인데.

[허영만/화백 : 요즘 전시하면서 스케줄이 엉망이 되어서 체중이 금방.]

[앵커]

전시회는 어떤 전시회를 하시죠?

[허영만/화백 : 지금 예술의전당에서 허영만전 창작의 비밀이라는 만화전시회를…]

[앵커]

이미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허영만/화백 : 얼마 됐습니다.]

[앵커]

언제까지 하십니까?

[허영만/화백 : 7월 19일까지 합니다. 80일 동안.]

[앵커]

아직 시간이 많이 있네요. 화면에 지금 나오고 있는데. 모든 것이 다 담깁니까? 저 전시회에 허 화백님의 모든 것이 다…

[허영만/화백 : 모든 것을 담기로는 너무 방대해서 중간중간에 악센트를 줘서 뽑아서 전시했습니다.]

[앵커]

그렇겠죠. 그리신 만화만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원래 아주 예를 들면 칸트처럼 정확한 시간표를 세우고 이렇게 사신다고 들었는데. 그 시간표에 따르면 이 시간은 원래 술자리에 계셔야 되는. 뒤에 여기 나오고 있습니다.

[허영만/화백 : 그렇습니다. 6시부터 12시까지는 대부분. 12시까지 마시지는 않습니다만.]

[앵커]

영화, 미팅, 술, 술, 술, 술 이렇게. 매일 드십니까, 그러면?

[허영만/화백 : 일주일에 5.5일 정도.]

[앵커]

매일 드시는군요. 잠은 5시간만 주무시고요?

[허영만/화백 : 대신 1시부터 2시까지 낮잠 자는 시간이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면 점심은 누구와 안 드시겠군요.

[허영만/화백 : 외부 사람들과 먹으면 하루가 반으로 잘리기 때문에 가급적 약속을 안 하고 있습니다.]

[앵커]

요즘 저게 좀 허물어졌다, 전시회 때문에. 그 말씀이시군요. 저걸 어디다 붙여놓으셨습니까?

[허영만/화백 : 제 책상 앞에 이렇게 조그맣게 붙여놨습니다.]

[앵커]

저걸 정말 다 지키고 계신다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하시는 만화가는 처음 제가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허영만/화백 : 그렇습니다. 예술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만화가가.]

[앵커]

여태까지 예술의 전당은 왜 그렇게 그러면 만화가분들한테는 인색했던 걸까요?

[허영만/화백 : 아시다시피 사회에서 그동안 해 왔던 대접을 받던 것들이 좀 소원했었죠.]

[앵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사실 가장 가까운 그런 분들인데. (그렇죠.) 저만 해도 초등학교 때는 교과서보다도 만화책을 더 많이 봤으니까요.

[허영만/화백 : 만화를 보고 큰 분들이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앵커]

제가 갑자기 쑥스러워집니다. 안 그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처럼. 49년 동안 그리셨습니다. 49년 동안 만화를 그리시면 손 모양도 좀 바뀌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허영만/화백 : 한 2년 전부터 모양이 좀 변했는데요. 일은 오른손이 했는데 왼손 새끼손가락에 좀 변형이 왔습니다. 그리고 왜 일은 이걸로 했는데 왜 이리로 왔는지 모르겠어요.]

[앵커]

이렇게 그리시면서 여기를 짚고 계신 건 아닌가요?

[허영만/화백 : 이게 나이 들어서 그런 건데 이건 방법이 없다고 그러네요.]

[앵커]

일종의 퇴행성이군요. (그렇죠.) 퇴행성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가장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허영만/화백 : 해당되는 부분이 자꾸 많아집니다.]

[앵커]

지금 화면에 이렇게 나와 있는데요. 저 그림에서는 곧게 뻗었던 왼쪽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고통도 없이 열 받은 초처럼 슬그머니 구부러져서 지금이 마치 원래 모습이었던 것처럼 태연히 붙어 있다.

[허영만/화백 : 왼손에 붙어 있다. 이것이 세월이다.]

[앵커]

그런데 저 그림상에 구부러진 건 가운뎃손가락이신데요? 잘못 그리셨나요?

[허영만/화백 : 가운데를 빼서 이렇게 그린 거죠.]

[앵커]

이렇게 잘 보이시게. 맨 끝에.

[허영만/화백 : 맨 위예요. ]

[앵커]

이런 모든 것을 다 만화로 남겨놓으십니까, 그림으로?

[허영만/화백 : 제가 얼마 전에 고은 선생 바람의 사상이라는 책이 나왔었어요. 그전의 일기를 모아서 책으로 냈는데 그걸 읽어보면서 이 분은 글을 잘 쓰시니까 글로 쓰고 나는 만화를 그릴 줄 아니까 만화로 일기를 써보자. 그 책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만화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앵커]

가지고 나오셨습니까? 만화일기가 지금 21권짜리인가 보네요. (네, 21권짜리.) 제가 펼쳐봐도 되겠습니까?

[허영만/화백 : 펼쳐보십시오. 거기에 부부싸움 한 것도 있습니다.]

[앵커]

몇 페이지에 있습니까?

[허영만/화백 : 페이지는 모르겠는데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나랑 헤어질 시간이 다 되어가는구나, 치약. 치약 하나를 몇 년 동안 쓰신 분처럼 이렇게 서운해하십니까?

[허영만/화백 : 치약을 맨날 짜 쓰면 앞에 짜 쓴 부분은 납작해지고 끝부분만 여기에 남아 있잖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걸 그리고 글로 쓰는 게 이 만화일기입니다.]

[앵커]

이거 제가 사실은 다 읽어드리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허영만/화백 : 제가 이게 누가 출판사에서 청탁을 한 것도 아니고 원고료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저는 이거 그리는 시간이 제일 즐겁습니다.]

[앵커]

그러십니까? 하루 작업실에서 그러면 대개 이걸 그리시면서.

[허영만/화백 : 저녁때도 그리고 항상 옆에 놓고. 잊어버리니까, 안 그리면. 그러니까 즐거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만화로 옮기고 있습니다.]

[앵커]

이 그림이 좋습니다. 지금 물론 처음 보는 겁니다마는. 또 봄이다 하고 새싹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계시네요. 많은 걸 얘기해 주는 것 같습니다. 꿈보다 해몽인가요, 혹시?

[허영만/화백 : 아니요, 만화가라는 것은 그림으로 한번 얘기해 주고 글로 한 번 얘기해 주는 거니까 결국 그 내용이 두 번 겹쳐져서 독자들한테 다가가기가 쉽죠.]

[앵커]

정말 많은 걸 느끼게 해 주는 딱 한 장의 그 그림들이 이렇게 쭉 있으니까 굉장히 많은 얘기들이 담겨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고요. 예전에 저하고 인터뷰하실 때 원래 소망은 서양화가였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여러 가지 집안 사정도 있고 해서 결국은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셨는데.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 아직 있으십니까?

[허영만/화백 : 아니요, 지금 생각하면 만화 그리는 게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당연히 그러실 것 같습니다.

[허영만/화백 : 지금 전업작가가 되어서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지만 만화 그리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아요.]

[앵커]

제가 다른 그림을 하나 미리 좀 본 게 있는데요. 필자가 상상한 필자의 최후 모습이라는 게 있습니다. 제가 지금 뽑아놨습니다. 허영만 선생이 작업 도중 숨졌다. 향년 107세. 욕심이 과하신 것 같습니다. 타살 흔적은 없고. 코피가 1cm 정도 났을 뿐 평소와 다름없이 건강한 모습이었다. 만화에 만화를 위한 만화에 의한 인생이었다. 하삐 일어나, 손자분이신가 보네요. 이 그림을 보면서 다른 건 궁금하지 않은데요. 왜 107세로 잡으셨습니까?

[허영만/화백 : 그건 내 욕심이겠는데요. 저 장면을 생각해 놓은 게 얼마 전에 최인호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는 원고 위에서 죽고 싶다. 그 글이 얼마나 와 닿는지. 그걸 보고 제가 저거 그린 겁니다.]

[앵커]

많은 분들이 이 장면을 부러워하실 것 같습니다.

[허영만/화백 : 저는 말론 브랜도 나오는 영화 '대부'에 그 할아버지가 토마토밭에서 손자랑 술래잡기하다가 거기서 쓰러져서 죽잖아요.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죽음이 아니겠나. 만화가는 원고 위에서.]

[앵커]

그래서 저기 손자가 등장하는…

[허영만/화백 : 그렇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7월 며칠까지 하신다고 하셨죠?

[허영만/화백 : 19일까지 합니다.]

[앵커]

예술의 전당 어디입니까? 거기 넓어가지고요. (거기가…) 그거는 각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꼭 한번 가보겠습니다.

[허영만/화백 : 고맙습니다.]

[앵커]

고맙습니다. 허영만 화백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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