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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한 달 만에 한국 선원들 '석방'…선장은 계속 억류

입력 2021-02-03 19:36

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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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지난달 초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됐던 한국 화학 운반선이죠. '한국 케미'호의 선원들의 억류 해제를 통보받았습니다. 이란 정부가 선원 20명 가운데 한국인 선장 1명을 빼고 나머지 19명에 대해 출국을 허락한 건데요. 물론 긍정적인 신호이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한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윤샘이나 반장이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드디어 '석방'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억류 29일 만입니다. 지난달 4일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이란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케미'호 선원들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배 안에서 이란혁명수비대가 가져다주는 재료로 직접 밥을 해 먹고 휴대전화나 노트북도 압수당한 채 각자 방에만 있어야 했던 스무 명의 선원들,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늦게라도 억류가 해제돼 다행이지만, 아직 완전한 해결이라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이란 측이 처음부터 주장한 해양오염 문제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한국인 선장 1명과 선박은 그대로 억류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단 우리 정부 차원에선 한숨 돌렸다고 봐야겠죠. 망망대해 위에서 헬기와 고속정에 포위돼 나포된 우리 선박을 지키기 위해 청해부대까지 급파했던 한 달 전의 긴박한 상황과 비교하면 말이죠.

지난달 4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로 가던 한국 케미호가 별안간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나포한 이란 혁명수비대.

[이스마일 마키자드/이란 정부 관계자 (지난달 5일) : 이란 혁명수비대가 '배를 멈추라'고 경고를 보냈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환경오염' 얘기는 핑계일 뿐, 실은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 70억 달러를 풀어달라는 게 실제 속내라는 분석이 나왔죠.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달러 거래가 금지되면서 국내 시중 은행에에 동결된 계좌, 그 안에 든 자금을 돌려달라고 이란은 계속 주장해왔습니다.

[알리 라비에이/이란 대변인 (지난달 20일) : 한국 정부가 이란 자금 7조원 이상을 아무 근거 없이 인질로 잡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급히 이란으로 날아간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사흘 간 빡빡한 일정 소화하고 왔는데 '빈손 귀국'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최종건/외교부 제1차관 (지난달 14일) : 조기 석방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보면 사실상 이루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란 측에 우리가 요구할 것을 확실히 요구했고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선 이란 정부가 지금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별다른 진전 없이 시간만 흐르자 국회 차원에서도 접촉이 있었습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모즈타파 졸누리, 이란 의회 외교정책위원장이 화상으로 만난 건데요.

우리 국민을 포함한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이란의 마음을 어떻게든 녹여야 하는 상황, 혈연에 지연을 동원하긴 어려우니 만국공통어죠. 1963년생, 토끼띠!! '동갑 친구'란 말까지 동원됐습니다.

[송영길/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지난달 27일) : 이런 것들은 관료들한테만 맡겨 놓으면 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졸누리 위원장님 외교위원장이시고 저도 한국의 외교위원장인데 저랑 우리 위원장님 같은 동갑이고 같은 또래고 우리가 정치적인 이런 설득력을 발휘해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회담 이후 이란국영통신은 졸누리 위원장이 "동결된 자산을 돌려줄 경우 한국 선박의 억류 해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 했는데요. 결국 '돈 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한 게 이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봐야겠죠.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어제 선원 석방 결정을 알리면서 "한국이 동결 자금을 가능한 한 빨리 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거라고 했다"고 쐐기를 박기도 했습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도 오늘 기자들과 만나 "동결된 자금으로 이란 측이 유엔에 밀린 분담금을 지불하는 방안이 협의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점이 우리의 진정성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했는데요. 트럼프 때와 비교하면 바이든 정부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가 대화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이렇게 설득한 것도 주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닙니다. 억류 해제를 통보했을 뿐 실제로 선원들이 배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었습니다. 선사 측은 배를 계속 억류하겠단 건 '말로만 석방'이라고 했습니다.

[이천희/타이쿤쉽핑 이사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선사 입장에선 사실 좀 더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왜냐면 이제 저쪽에서는 선원 문제는 아니라고 공표하는 거지만 선박이 풀려나지 않으면 선원이 갈 데가 없어요, 솔직하게. 왜냐면 선박이 지금 앵커를 놓고 있는데 만약 기상이 더 나빠지고 이러면 그 배를 이동을 시켜야 될 거 아닙니까, 그죠? 최소한 필요한 인원이 있어요. 법적으로 해놓은 게. 만약에 선원들 귀국하면 배하고 화물은 포기하란 얘기죠, 솔직하게.]

선원들의 안전한 귀국과 아직 억류 상태로 남아 있는 선장, 선박의 안전한 귀환까지 계속해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참, 한국케미호에는 미얀마 국적 선원 11명도 타고 있는데요. 이란이 억류를 해제해줬는데 정작… 고국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오도 가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돼버렸습니다. 쿠데타 사흘째에 접어든 미얀마, 아직 공항이 폐쇄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선원들이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미얀마 사태, 하루빨리 진정돼야 할 텐데요.

그런데 쿠데타가 일어난 것 치곤 조용하던 미얀마, 내부에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 저녁 8시,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촬영된 영상인데요. 어두운 밤 도로를 지나는 차들이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고, 아파트로 보이는 주택 건물에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민 주민들이 각자 냄비와 양동이, 후라이팬까지 꺼내 들고 나왔습니다. 미얀마에선 북을 치면서 악귀를 내쫓는 풍습이 있는데, 이렇게 북을 대신해 냄비나 양동이 바닥을 치면서 '군부는 썩 물러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랑곳 않는 것 같은 군부, 흘라잉 최고 사령관은 자신이 교체한 장관들과 첫 군사정부 회의 열고 "선관위가 군부의 거듭된 총선 부정 조사 요청을 묵살했기 때문에 쿠데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처벌받을 수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도 날렸습니다.

미얀마 상황 들어가서 조금 더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고요.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란, 한 달 만에 한국 선박 선원들 석방…미얀마에서 쿠데타 불복종 운동 움직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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