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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제갈공명의 구조 신호…공명등'

입력 2018-10-09 21:36 수정 2018-10-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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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중국 삼국지의 시대.

제갈공명과 그의 군사들이 적군인 사마의의 군대에 겹겹이 포위되어서 곤경에 처한 순간…

공명은 아군에게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자와 비슷하게 생긴 등을 만들어서 하늘 높이 띄웠습니다.

제갈공명의 구조신호.

중국에선 주로 공명등이라 말하는 풍등의 유래입니다.

이후에 풍등은 천등, 혹은 소원등으로 불리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적어서 날리는 기원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1592년 왜군에 의해서 고립된 진주성의 병사와 백성들 또한 성 밖에 두고 온 가족에게 생사를 전하기 위해서 이 풍등을 띄웠다 하니…

밤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등불은 인간의 희망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머나먼 타국에서 풍등을 날린 한 스리랑카 청년도 뭔가를 소망하긴 했을 터인데 그 결과는 43억 원어치의 기름을 태우고 인근 하늘을 잿빛으로 만드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지요.

아니…그것으로 끝나버리진 않았습니다.

그가 날린 풍등은 기름만 태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많은 불편한 진실들을 우리 앞에 드러냈으니까요.

"'열 감지 센서'가 없어…"

화재 감지 센서는 물론이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작동하지 않아서 누군가 재미 삼아 날린 풍등 하나조차 막지 못한 국가기간시설.

"정밀진단 주기는 11년에 한 번뿐…사실상 '셀프 점검'에 의존"

11년에 한 번 받으면 그만인 정밀진단과 그 중간중간, 그저 자체 검사만으로 때워버려도 되는 허술한 관리 규정.

"비용 많이 들고 효율 낮아 설치하지 않았다"

또 유증기의 누출을 막기 위해서 이를 다시 기름으로 전환하는 장치는 비싸서 설치하지 않았다는…

듣기 난감한 설명까지 등장했습니다.

"화재 원인은 풍등 때문…"

그 모든 상황들 앞에서, 경찰이 발표한 내용은 헛헛할 뿐입니다.

"나를 구해주시오"

역사상 가장 현명한 책사로 꼽히는 제갈공명은 풍등을 날려서 스스로를 구하고자 했습니다.

그의 풍등은 하늘 높이 올라가서 아군에게 위험을 알렸지요.

그리고, 오늘날의 풍등은 어리석음과, 허술함으로 인해서 우리 자신이 처한 위험을 또한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오늘(9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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