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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 한국 유조선 나포…정부 "즉시 억류 해제" 요구

입력 2021-01-05 19:02 수정 2021-01-05 19:40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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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이란이 어제(4일) 우리나라 유조선을 나포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즉시 억류 해제를 요구하는 한편 청해부대를 급파했습니다. 이란 당국은 이 선박이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배 선사 측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외교부 차관의 이란 방문을 약 1주일 앞두고 일어났습니다. 류정화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최영삼/외교부 대변인 : 외교부는 1월 4일 월요일 오후 호르무즈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 1척이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하였음을 확인하였고…]

우리 유조선 '한국 케미'호가 이란 군대에 나포됐습니다. 이 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랍에미리트로 가는 길이었는데, 우리 국민 5명을 포함해 총 20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현재 배는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에 억류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선원들과 연락은 끊긴 상태지만 선원들은 일단 무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영상을 볼까요? 그리 높지 않은 곳에 떠 있는 헬기에서 찍은 영상입니다. 1만 톤급 유조선이 바다에 떠 있고, 6척의 고속정이 유조선을 마치 에스코트하듯이 포위해 방향을 이끕니다. CCTV와 위성 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본 선사에 따르면, 이란군은 무선 교신으로 "선박 검사를 해야 한다. 배 속도를 낮춰라"고 하며 유조선으로 접근해, 근처 이란 항구로 배를 끌고 갔습니다. 고속정을 바짝 접근한 뒤 총을 든 군인들이 배에 올라탔다고도 했습니다. 선장은 "여기는 공해상"이라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는 선사와 연결된 CCTV는 꺼지고 선원들의 휴대폰도 이란 당국이 가져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스마엘 마키자데/이란 호르모즈간주 해사 당국 관계자 : 해군 순찰대가 보낸 경고에 안타깝게도 해당 선박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사법 당국 명령에 따라 멈추게 했습니다.]

이란 당국은 배를 나포한 이유가 해양 오염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반복적으로 환경 규제를 위반했다"면서 현지 사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한 겁니다. 반면 선사 측은 부인했습니다. 배는 메탄올 등 3종류의 화학물질 7200톤을 싣고 있었는데, 메탄올의 특성상 유출이 있더라도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는 겁니다. 배가 억류된 장소도 이란 해역이 아닌 공해상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승찬/국방부 대변인 : 청해부대는 우리 시각으로 오늘 새벽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다만,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는 점을 고려해서 청해부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제한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즉각 인근에 있는 청해부대를 파견했습니다. 외교부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지역 담당 국장 등 실무대표단도 급파했습니다. 외교부는 주한 이란 대사도 직접 불러 항의했는데요. 이란 대사는 "선원들은 무사하다"고 했지만, 억류 이유에 대해선 '단순히 기술적인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환경오염 같은 표면적인 이유를 다시 들었다는 겁니다.

배를 나포한 진짜 이유는 뭘까요. 우선 배를 나포한 게 이란 정규군이 아닌 '혁명수비대'라는 점을 봐야 합니다. 혁명수비대는 일종의 정권 친위부대인데요. 국가방어뿐 아니라 건설, 통신, 가스 같은 개발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 이란 경제 제재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곳이죠. 배가 나포된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이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제재 복원에 항의하면서 봉쇄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산유국들이 잔뜩 모여있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인데요. 좀 생소하시죠. 우리 정치부회의의 박 반장이 1년 전에 이곳을 다녀왔습니다.

현지 언론은 한국 시중은행 계좌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 70억 달러, 우리 돈 약 7조 5700억 원을 나포 이유로 지목했습니다. 2018년 미국의 대 이란 제재로 달러거래가 금지되면서 한국은 이란산 원유수입 대금을 국내 은행에 입금했고 현재 계좌동결상태인데요, 이란은 이 자금을 돌려달라고 여러차례 주장해왔습니다. 제재가 있어도 인도적 목적의 자금 활용은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 대금으로 코로나 백신을 구매하려고 했는데요. 제재 때문에 미국은행들이 원화의 달러 환전을 꺼려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란은 코로나 누적확진자가 125만 명인데, 전 세계 15번째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국케미'호 나포 사건은 또 우리 외교부 차관의 이란 방문을 며칠 앞두고 일어났습니다. 사이드 카팁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나포 사건 당일인 어제 오전, "한국 외교부의 고위 관계자가 원유 수출 대금 동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 테헤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나라의 외교부 고위 관계자 방문을 앞두고 정부 당국이 해당 국가 선박을 나포하는 것, 이례적으로 보이죠. 우리 정부는 최종건 1차관이 이번 일요일부터 2박 3일 간 방문 예정이었던 점을 인정하면서, 선박 나포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최영삼/외교부 대변인 : 1차관 방문 시 협의될 사항과 관련해서는 선박 억류 문제 이외에 여러 가지 다양한 현안과 관심 사안들에 대해서 논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방문 전이기 때문에 미리 예단해서 설명드리는 것은 삼가하도록 하겠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속에서, 한국 선박이 나포됐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결국 미국을 겨냥한 행동이란 거죠. 실제 나포 당일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까지 올렸습니다. 나포 전날은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었던 솔레이마니가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1주기였는데요.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이란 사법부 수장 (JTBC '아침&' / 어제) : 그들이 지금까지 본 것은 복수의 일부일 뿐, 더 힘든 복수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복수의) 시간과 장소는 친애하는 저항군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솔레이마니) 암살과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안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확실합니다.]

우리 정부는 "억류동기를 섣불리 얘기할 상황은 아니고, 사실관계 파악과 선원 안전 확인이 급선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는 시도"라면서 "유조선을 즉각 억류 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했습니다.

[강기봉/두바이 교민 (물류업 종사) (JTBC '뉴스룸' / 지난해 2월 17일) : 이란이 가끔씩은 자기네들이 살아 있다,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트집을 잡을 수는 있습니다.]

앞서 박 반장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역을 하는 교민을 만나서 들은 말이 의미심장해 보이는데요. 나포된 '한국케미'호 선원들이 하루빨리 무사 귀환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란군, 한국 유조선 나포…청해부대 급파·외교차관 이란 방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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