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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광화문으로 간 시위대, 왜 불법집회 됐나?

입력 2015-04-2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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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추모집회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수사나 과잉진압 논란. 경찰이 불법집회로 간주하면서 이를 막아섰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 그렇다면 서울광장에서는 허용됐던 집회가 광화문에서는 왜 불법이 됐는지 하는 의문도 나옵니다. 오늘(20일) 팩트체크에서는 이를 포함해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경찰이 광화문에 차벽을 설치하고 시위대를 막은 건, 광화문에서 집회 자체가 불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집회를 주관한 곳이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인데.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선 집회신고를 했지만, 광화문 광장에선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광화문은 규정상으로도 집회를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던 건데, 거리행진 신고도 없었던 거죠.

그러니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는 순간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경찰이 막아선 겁니다.

[앵커]

광화문에서는 현실적으로 집회 시위를 할 수 없다, 이런 얘기가 되는 모양인데, 일반적으로는 청와대가 가까워서냐, 이런 생각들을 할 수도 있겠죠?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일단 표면적으로는 청와대 때문은 아닙니다.

현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으로 청와대, 국회 같은 주요 국가기관의 반경 100m 안에선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하게 돼 있는 게 맞긴 맞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청와대와 광화문은 좀 거리가 있죠.

다만 이 집시법 규정에 대사관이나 대사관저 주변도 포합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광화문 광장 대부분 지역이 대사관 때문에 집회 금지 구역으로 해당되는 겁니다.

또 서울 시내 주요도로 몇 군데도 집회 불허지역으로 정해놨는데 세종로와 종로가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광화문 광장은 사실상 법적으로 집회를 할 수 없는 곳이 된 거죠.

[앵커]

화면상으로 볼 때 광화문 광장 바로 옆에 있는 게 주한미대사관일 테고, 그 오른쪽 위에 주한일본대사관이죠? 그런데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선 수요집회가 매주 열리고 있잖습니까? 그건 왜 허용됩니까?

[기자]

그 부분은 집시법상 조금 전 말씀드린 이런 내용들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 해서 2003년 헌법소원이 있었고 위헌결정이 났습니다.

그래서 '외교기관의 안녕을 해칠 염려가 없거나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없을 경우' 집회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개정이 됐습니다.

관할서인 종로경찰서에 문의한 결과, 이런 이유로 수요집회는 합법이라고 확인해줬습니다. 또 당시 개정 때, 휴일에는 대사관 앞에서도 집회를 할 수 있게 추가로 허용했습니다.

[앵커]

휴일에도 된다면, 비단 주한일본대사관 뿐만 아니라 모든 대사관이 해당되는 거잖아요? 그럼 지난 주말은 분명 휴일이었는데, 그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그런데 그건 또 서울시 조례상으로 안 됩니다. 관계자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임학본 팀장/서울시 역사문화도심관리팀 : 북쪽에 문화재도 있고요. 동쪽으로는 각 대사관들이 있어가지고, 집시법을 보시면 100m 이내에서 집회를 못 하도록 돼 있어요. 문화행사에 대해서만 허가를 해주도록 돼 있고요, 광화문광장은. 서울광장은 집회까지 포함돼있어요, 조례상 할 수 있는 범위에.]

조례는 법률과 달라서, 그냥 집회를 하면 처벌 없이 과태료만 내게 됩니다.

하지만 경찰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이 서울시 조례를 들어서 아예 불허하니, 결국 불법 집회가 되는 거죠.

[앵커]

이리 막고 저리 막고 다 막아놓은 상황이긴 한데, 물론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는 거겠지만.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외교공관 근처에서 집회를 못하게 한다든가 하는 법이 있나요?

[기자]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고, 외국공관의 경우에는 일정 반경 내엔 금지하는 경우가 있긴 있었는데요.

일단 작년 사례를 가져와 봤습니다.

지난해 미국 백악관 앞에서 퍼거슨 사태와 관련해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작년 농민들이 에펠탑으로 양떼를 몰고 와 시위를 하기도 했고요. 가장 상징적인 문화재 앞에서 했다고 볼 수 있겠죠. 또 영국에서는 트라팔가 광장에서 대처 총리의 사망을 축하하는 집회가 열려 800여 명이 중심가에 몰렸습니다. 이들 나라는 과연 어떤 입장인 걸까…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박주민/변호사 : 미국은 퍼블릭 포럼(공공 광장)이라는 이론이 발달돼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원래 모이는 곳, 그런 곳에서는 집회의 자유는 더 보장돼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이유로 집회를 더 금지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집회의 자유는 본질이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거예요. 집회를 하게 되면 불편한데, 그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참아야 된다…]

[앵커]

그러니까 이분 말씀은 사람 없는 데서 시위해서 무슨 소용 있겠느냐, 있는 데서 시위하는 것이 맞는 거다. 거기서 나타나는 불편함은 같은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참아주자 하는 것인데…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은 사실이죠.

[기자]

네, 그에 대한 반론도 있어서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같은 경우는 문화행사가 정치집회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무조건 미국 비교할 게 아니라 집회 허용 여부는 사회 상황, 국민 인식과 함께 가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앵커]

아무튼 집회 금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시민 불편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런데 차벽 때문에 오히려 더 불편하다, 지난 주말 같은 경우에. 왜 이렇게 과도하게 막았느냐 이런 얘기도 있으니까요.

[기자]

그런 불평, 지적에 대해선 2003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에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집회장소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국가권력에 의해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의견 표명을 하게 된다면 기본권 보호가 의미가 없다. '어떤 장소에서' 집회를 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보장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분명 폭력시위 없어야 하고 집회는 법테두리 안에서 진행돼야겠죠.

하지만 집회,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그 중심에는 '장소'가 있다는 점. 광화문 불법시위 논란 두고 생각해볼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앵커]

집회와 시위 문화에 대해선 늘 고민거리입니다마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위를 하는 분들이나, 막는 사람들이나.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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