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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유기' 의사에 면허 재발급…법원 "많이 반성하고 있다"

입력 2022-05-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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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약성 약물을 불법으로 주사해서 지인을 숨지게 하고, 시신까지 유기했던 의사에게 법원이 "의사 면허를 다시 내주라"고 판단했습니다. 많이 뉘우치고 있다는 게 이유 가운데 하나인데, 의사면허는 이른바 '철밥통 면허'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지혜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의사 A씨는 2012년 7월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지인에게 자신의 진료실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당시 A씨는 동료 의사들과 술을 마신 상태였는데, 마약성 약품인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 무려 13개의 약물을 무분별하게 섞어 주사했습니다.

2시간 뒤, 지인은 호흡정지가 와 숨졌습니다.

이후 A씨는 시신을 한강공원에 유기했습니다.

[A씨/2012년 8월 : (영양제 놔달라고 했는데, 왜 미다졸람으로 했어요?) …]

업무상과실치사와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의사 면허도 취소됐습니다.

A씨는 3년의 제한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면허를 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복지부가 의사 면허 재발급을 막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또 A씨가 무료 급식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등 많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중대한 과오지만, 반성하는 의료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는 정신질환자와 마약중독자 등 극히 한정된 경우에만 취소되고, 살인과 성범죄 등 강력범죄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변호사 등 전문직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을 잃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20년 9월 국회에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가 될 수 없거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법안은 여전히 국회 법사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의사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범죄로 면허가 취소되는 건 지나친 제한이란 반발에 부딪힌 겁니다.

[신현호/변호사·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정책위원 : (면허 재교부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요. 입법을 빨리 해결하는 게 국회나 보건복지부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행정법원의 판결에 항소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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