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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다 형님, 동생"…깊은 슬픔에 잠긴 제천

입력 2017-12-25 21:19 수정 2017-12-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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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항상 헬스장에서 마주치는 동네 아주머니부터, 길거리에서 인사를 나누던 친구 어머니까지…예고 없는 참사에 이웃들을 잃어버린 제천시는 깊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거리 상점들은 문을 닫아 애도에 나섰고, 시민들은 미처 전하지 못한 인사말 대신, 눈물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곳은 이제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한 중년 여성은 황망한 표정으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임시 분향소 조문객 : 다 알죠. 이름을 지금 다 모르지. 다들 여기서 형님, 동생. 나이 한 살 많으면 언니고 그렇지. 온몸이 후들거려서 겨우 한번 나와봤네. 실감이 나겠나. 안 나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친구 생각에 학생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립니다.

화재 현장에는 아직도 메케한 냄새가 남아 있습니다. 어지럽게 깨진 유리 조각이 당시 긴박했던 현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깨진 파편들 사이로 누군가 놓고 간 꽃다발을 볼 수 있습니다. 화재현장 뒤쪽으로는 임시 분향소도 설치돼 있습니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제단 위로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국화꽃 수십 송이가 놓여있습니다.

모두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거리에서 마주치면 서로 반갑게 눈인사를 주고받던 이웃들이었습니다.

[임시 분향소 관계자 : 건너건너 보면 다 같이 얼굴 맞대고 했던 사람들이니까. 이웃, 맨날 보신 분들. 그 사람하고 얘기는 잘 안 했지만 내가 잘 아는 사람…]

화재 현장 주변 일부 상점들은 애도의 메시지를 내걸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화재 현장과 시민회관 등 시내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집니다.

[제천시 중학생 : 아는 지인의 지인도(돌아가시고) 다 제천 시민이니까. 초등학교 때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제천시 고교생 : 친구 장례식장이요. 제 또래 친구가 그렇게 되니까 엄마가 마음이 많이 아프셨던 것 같아요.]
 
성탄 연휴 사흘째지만 캐롤이 사라진 거리에는 적막만이 가득합니다.

시내에 차려진 화장터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가 이어집니다.

목놓아 이름을 부르다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합니다.

제천 시내 기업들과 학교도 송년회 등 각종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제천 시민 : 초상집. 초상집이에요 지금. 내가 아는 분들이야 또 가야 하고. 이거 장례식장 가면서도 일 보는데 그게 안 돼. 모든 회의도 다 취소되고 지금.]

희생자 29명의 영정과 위패가 놓인 합동 분향소에는 흰 국화꽃을 든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분향소 입구에는 추모의 글을 적을 수 있는 게시판도 이렇게 마련돼 있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와 보면요. 추모객들이 남긴 방명록도 이렇게 찾아볼 수가 있는데요. 이쪽에는 추모객이 희생자에게 직접 남긴 메시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까지 제천 시민 5200여 명이 합동 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박도민/조문객 : 제천에 목욕탕에 불나서 죽은 사람들 장례 치러주려고. 슬퍼요. (아빠랑 갔었던데 거든요 거기)]

2008년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이번 화재사고가 인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제천 시민들은 어느 때보다 악몽 같았던 성탄 연휴를 보내야 했습니다.

시민들의 아픔과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고 원인 분석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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