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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1997년 4월 20일…'

입력 2018-04-16 21:53 수정 2018-04-17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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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
               손세실리아

광화문 광장 유족 막사에
허깨비처럼 서 있던 남성의 종아리를
힐끗 본 이후 선입견을 접고 말았다
화보도 기사도 이슈도 되지 않지만
오직 한 존재를 기려 남긴
1997. 4. 20.
아들아 보고 싶구나


1997년 4월 20일.

광장 한편, 세월호 유족의 막사 앞.

시인은 허깨비처럼 서 있던 남성의 종아리 위에 쓰인 날짜를 보았습니다.

그 날 태어난 아이는 그로부터 17년 뒤, 잔인했던 4월에…끝내 바다를 건너지 못했습니다.

결코 그날로 돌아갈 수 없었던 아비는 아들이 태어난 그 시간이라도 잊지 않고자 몸 안에 글자를 새겨 넣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18년 3월의 어느 날.

이른바 영재라 불리는 9살 주원이는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공부해서 타임머신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던 아이.

왜 시간여행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한 소년의 답변은 어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주원이가 돌아가고 싶은 시간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세월호의 형, 누나들에게
그 배가 위험하니 타지 말라고
얘기해 주려고…

 - 최주원 어린이 2018년 3월 7일 SBS '영재발굴단'

아이의 책가방에 매달린 노란색 리본이 해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

그 길이와 너비는 얼마만큼 일까.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되고 있기에 모두는 조금의 죄책감과 조금의 미안함을 품은 채 다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평범한 일상이 모두 슬픔과 그리움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간은 천천히 지나갈 것이고 사람들은 가끔씩 다시 그 날을 떠올리며 소스라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함께 안타까워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는다면…

그것은 "헤어짐"이 아닌 "영원히" 가 아닐까…

"세월호는 교통사고"
"일종의 해상 교통사고"
"여객선 사고"


적어도 우리는 단식 중인 세월호 가족들 앞에서 피자를 시켜놓고 폭식하는 행위에 투쟁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야만의 시대를 건너왔고, 국가가 거의 모든 책임을 방기한 것으로 보이는 참사에 그저 그것도 하나의 '교통사고'일 뿐이라고 외치는 잔인한 세월을 지나온 사람들이기에…

누군가 잊으라 해도…잊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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