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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24시]화목보일러 화재…'비상소화장치'로 피해 막아

입력 2021-04-09 17:14 수정 2021-04-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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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일) 새벽 강원도 삼척시 주택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비상소화장치로 불을 끄고 있다. 〈사진=강원 삼척소방서 제공〉오늘(9일) 새벽 강원도 삼척시 주택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비상소화장치로 불을 끄고 있다. 〈사진=강원 삼척소방서 제공〉
오늘(9일) 새벽 3시 56분쯤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고천리의 주택에서 불이 났습니다. 2층짜리 주택 1층에 있는 보일러실에서 시작된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다행히 집주인 이 모 씨가 불이 난 걸 알아차렸습니다. 곧장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이웃 주민 최 모 씨가 목격했습니다. 도무지 소화기만으로는 화재 진압이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때 최 씨는 문득 근처에 있는 '비상소화장치'를 떠올렸습니다. 불이 난 집에서 70m 떨어진 곳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가옥이 있습니다.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96호로 지정된 '김영우 가옥'입니다. 문화재 시설을 화재로부터 지키기 위해 삼척시가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해 뒀는데, 이것을 최 씨가 기억해 낸 겁니다.

최 씨는 비상소화장치를 사용해 화재 진압을 도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차량 8대와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습니다. 이때 이미 불은 거의 꺼진 상태였습니다. 불이 난 집 주변은 공간이 좁아 소방차량이 진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소방대원 역시 최 씨가 쓰던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남은 불씨를 잡았습니다.

 
오늘(9일) 새벽 강원도 삼척시 주택 화재 진압에 사용된 비상소화장치. 〈사진=강원 삼척소방서 제공〉오늘(9일) 새벽 강원도 삼척시 주택 화재 진압에 사용된 비상소화장치. 〈사진=강원 삼척소방서 제공〉
비상소화장치는 소화장치함 안에 두루마리 호스와 관창(불을 끄기 위해 고압의 물을 뿜어내는 대롱 모양의 작은 구멍), 옥외소화전 등이 들어있는 일체형 소화시설입니다. 주택 밀집지역이나 전통시장, 산림과 가깝거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에 설치합니다. 소화장치함 겉면에는 사용법이 그림과 함께 표시돼 있어,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상소화장치가 빛을 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 동해안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였습니다. 고성군 토성면 홍와솔마을 주민들은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마을 주택 23채 가운데 19채를 지켜냈습니다. 산불이 나기 한 달 전, 마을에서 공동경비 100만 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설치한 비상소화장치였습니다.

이후 소방청은 70억 원을 들여 강원 동해안 6개 시·군의 산림과 인접한 마을에 비상소화장치 700개를 설치하는 사업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92%인 645개가 완공됐습니다. 최근에는 해당 지역에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훈련도 대대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비상소화장치 사용법 교육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달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을 이장의 도움을 받아 희망하는 주민들을 모집한 뒤, 소방대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교육하는 방식입니다. 소방당국은 앞으로도 주기적인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 주민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오늘(9일) 새벽 강원도 삼척시 주택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목보일러. 〈사진=강원 삼척소방서 제공〉오늘(9일) 새벽 강원도 삼척시 주택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목보일러. 〈사진=강원 삼척소방서 제공〉

한편 오늘 화재로 주택 약 20㎡가 탔고, 집주인 이 씨가 불을 끄다가 얼굴에 1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화목보일러 취급 부주의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화목보일러는 난방비가 저렴해 농촌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특성상 불티가 많이 발생하고 주변에 땔감 등 가연성 물질을 쌓아놓아 화재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발생한 화목보일러 화재가 1832건입니다. 하루 한 번꼴로 불이 난 셈입니다. 소방당국은 화목보일러 화재가 대부분 취급 부주의로 발생한다며, 화목보일러 주위에는 꼭 소화기를 비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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