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너도나도 저격수…참 저격수의 조건은?

입력 2013-06-16 13:4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너도나도 저격수…참 저격수의 조건은?

최근 정치권에선 상대진영의 특정인을 공격하며 이른바 '저격수'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자주 등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철수 저격수' 이노근 의원 비롯 김진태, 이정희도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최근 '안철수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저격수'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앞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종북 저격수', 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박근혜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서울 노원갑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최근 이웃 지역구인 노원병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집중공격하면서 단숨에 '안철수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다.

이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안 의원의 노원구 토크콘서트 행사를 문제 삼으며 "2년 전부터 모 정치인이 교육을 빙자해 청춘콘서트, 토크콘서트를 했다. 안철수 의원 의원에게는 미안하지만 최근 지역구에 와서 1000여명을 놓고 토크콘서트를 하겠다는 일이 벌어졌다. 정치인이 우연히 들른 것도 아니고 직업적으로 계속 반복한다면 정치적인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또 "앞으로 정치인들이 학교 운영위원, 또는 토크콘서트니 정치인을 가장한 이상한 행위를 할 때는 반드시 교육부에서 제재해 달라"며 공격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발언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자 이 의원은 "민주당이 왜 떠드느냐"며 안 의원과 민주당의 '어색한' 관계를 비꼬기도 했다. 이 의원의 이날 발언에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안철수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19대 국회 들어 '종북 저격수'란 별명은 얻은 의원도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사마천의 '사기'에 외부의 적은 적이 아니라 했다. 외부보다 내부의 적이 무섭다고 했다. 본 의원은 이 자리에도 한국의 적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겨냥했다.

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북한 핵실험 규탄 성명에 기권한 사람이 있다. 키리졸브 훈련을 북한을 공격하는 훈련이라 매도한 사람이 있다. 우리 정부를 남쪽정부라 하고 애국가와 태극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종북성향 의원"이라며 이 의원을 비난했다.

김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와 중복투표가 절반을 넘었다. 선거를 부정으로 얼룩지게 했다. 자격심사를 통한 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원자격심사 대상이 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진보당 이정희 대표 역시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운동기간 당시 대선후보 생방송 TV토론에서 '박근혜 저격수'를 자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이 후보가 네거티브로 어떻게든 저를 내려 앉히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고 공격하자 이 대표는 "저는 박 후보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받아쳤다.

이 대표의 당시 발언에 보수·진보진영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등 논란이 일면서 박근혜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용어남발 바람직하지 않아"…인신모욕아닌 품격 요구돼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저격수라는 용어가 남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박성민 '정치 컨설팅 민' 대표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원래 한방에 보내는 게 저격수다. 언론이 다루지 않고 수사기관이 수사하지 않는 문제를 제기해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다.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제시해 법률적으로 반박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로 저격수"라고 설명했다.

결국 저격수라 불릴 정도가 되려면 한번 의혹을 제기해 사회적인 큰 파장을 일으키고 나아가 상대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거나 낙선 또는 정계은퇴 정도의 타격을 입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부가된다.

그간 여권에서 저격수 별명을 얻는 데 성공한 정치인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저격수 3인방으로 알려진 강삼재 전 의원, 이재오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저격수인 최병렬 전 의원 등이 있다. 야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저격수인 이석현·박지원 의원, BBK저격수인 박영선·정봉주 의원, 재벌저격수인 노회찬·심상정 의원 등이 유명하다.

한편 저격수에게도 나름의 품격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저격수로 칭송을 받았던 인물은 국민이 공분하는 사안이나 핵심권력자의 비리를 파헤침으로써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1995년 대정부질문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설을 제기해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구속을 이끌어낸 박계동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박성민 대표는 "과거 저격수들은 군사정권의 서슬 탓에 아무도 감히 말하지 못하던 문제에 대한 고급정보를 입수해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폭로를 했다. 공공의 적을 공격함으로써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스타가 됐다"며 "이들은 권력의 감시에 대응하기 위해 돈이나 여자 문제를 특히 조심하며 스스로 절제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저격수라 불리는 이들은 그런 게 아닌 경우가 많다. 단지 정치적으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인신모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90년대에 저격수란 별명은 비교적 긍정적인 이미지였는데 최근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