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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특수는 옛말"…불황으로 음식점·주점 예약 '반토막'

입력 2019-11-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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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특수는 옛말"…불황으로 음식점·주점 예약 '반토막'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다음 달 송년회를 겸한 점심·저녁 예약이 반 토막 났어요."(광주 일식당 주인)

"대리 기사들이 가장 바쁠 금요일에 호출을 두 번밖에 받지 못해요."(대전 음식점 관계자)

'술을 마시는 연말의 마지막 모임'으로 각인됐던 송년회 분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술자리를 자제하고 문화생활로 건강을 챙기면서 한해를 되돌아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 호텔과 대형음식점 등은 여전히 연말 특수를 누리지만, 대체로 서민들이 송년회 장소로 찾는 일반 음식점과 주점 등은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 "단체 손님 예약 뜸해" 음식점 썰렁… '양극화 현상'도

경기 군포시 먹자거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A씨는 연말을 앞두고 몇 년 전보다 썰렁해진 분위기를 실감한다.

주변에 공단 등이 있어 평소 직장인들이 회식 장소로 즐겨 찾는 장소지만, 요즘 예약 상황을 들여다보면 연말 특수는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예년 같으면 벌써 12월 예약이 꽉 들어차야 하는데 평소 예약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앞 회타운 입점 업체들도 썰렁한 연말 분위기를 체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몇 년 전만 해도 평일 늦은 시간대에도 손님들이 홀을 절반가량 채웠지만, 요즈음은 한두 테이블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상가도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진석 해운대 재래새장 상인회장은 "관광지다 보니 주말에는 반짝 장사가 되는데 평일에는 썰렁하다"며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고 회식문화는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유명 일식당 사장도 "작년 이맘때에는 12월 점심·저녁 예약이 70%가량 찼는데, 올해는 40%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연말 특수는 고사하고 너무 장사가 안돼 내년 초에 폐업을 생각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전 한 음식점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연말 모임을 안 할 수 없으니 단체 수요가 꾸준히 있긴 한다"면서도 "술을 안 마시는 분위기가 정착됐는지 대리 기사들이 가장 바쁠 금요일 밤 시간대에 대리 호출을 2번밖에 못 받았다고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반면 대형음식점과 일부 호텔 등은 예약 자리가 없을 정도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수원에 있는 대형 왕갈비 집은 송년회를 하려는 예약객들로 붐비고 있다.

한 갈빗집은 한 달 뒤 약 20명 규모의 단체 손님을 받지 못할 정도로 예약이 꽉 찼다.

또 다른 갈빗집은 오후 시간을 1부와 2부(타임당 1시간 40분)로 나눠 예약을 받을 정도다.

부산 해운대 한 특급호텔은 주말에는 연회를 1부와 2부로 나눠 돌려야 할 정도로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

◇ "1년 내내 지쳤으니 연말에는 쉬어야죠"…조촐한 모임 선호

광주 서구 한 아파트 입주민 10여명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토요일 오후 영화·치맥 파티'로 송년회를 대신하기로 했다.

주민 최모씨는 "주민 10여명이 토요일 오후 영화를 보고 아파트 상가 치킨집에서 간단히 맥주와 치킨을 먹으면서 한해를 돌아보기로 했다"며 "1년 내내 직장일, 가정일로 스트레스받았는데 연말에는 영화감상, 볼링, 당구 등 조촐한 모임이 좋다"고 말했다.

제주 도내 한 회사 직원들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영화를 보며 한해를 정리하기로 했다

직장인 김모씨는 "연말 직장과 각종 모임별로 송년회를 하다 보면 한 달 내내 술만 마시게 된다"며 "건강도 가족도 모두 챙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C씨는 "올해는 부서별로 자체적으로 송년회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조만간 팀원들과 가벼운 저녁 자리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최모씨는 "주 52시간이 점점 정착하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풍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송년회 등 각종 모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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