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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100일 "내 딸 왜 희생됐나" 답 못찾아 불면의 나날

입력 2014-07-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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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100일 "내 딸 왜 희생됐나"  답 못찾아 불면의 나날


세월호100일 "내 딸 왜 희생됐나"  답 못찾아 불면의 나날


"밤에 자려고 누우면 하늘에서 지성이가 물어봐요. 아빠 오늘 뭐했냐고. 왜 거기 그러고 있느냐고. 자꾸 질문이 와요. 그래서 누울 수도 없고 잠들 수도 없어요…"

세월호 사고로 딸(17)을 잃은 문종필(53)씨는 22일 뉴시스와 만나 사고 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오남매를 둔 집의 가장인 그의 삶은 지난 4월16일 세월호 사고 후 180도 변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열흘 만에 터진 사고였다. 그는 아직 다른 일자리를 구할 계획이 없다.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규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딸의 장례를 치른 뒤 사고 해역 주변을 안 다닌 곳이 없어요. 혼자서 사고 원인을 찾아보겠다고 낚시배를 사서 바다에 나가보기도 하고 산과 들을 헤메고 다녔어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고였고 지금도 몇가지 의문은 풀리지 않았어요."

"그러고 나선 최근엔 전국으로 서명을 받으러 다녔어요.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특별법이 아니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시민들에게 호소하면서 전국 각지로 다녔어요."

문씨의 시간은 4월16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는 아직도 처음 딸의 전화를 받은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날 9시 6분. 잊을 수가 없죠. 지성이가 친구 전화를 빌려 전화를 했던 시간. '아빠, 배가 기울어' 라고 하길래 처음엔 장난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좀 있다가 또 '아빠, 배가 많이 기울었어'라고 하길래 그땐 뭔가 이상하다 싶어 TV를 켰어요. 막 여객선 사고 속보가 뜨고 있었어요. '뭔가 잘못됐구나' 싶은 게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커다란 망치로 맞은 듯 전율이 흘렀죠. 바로 아내와 짐 챙겨 진도에 내려갔죠."

한동안 생존자 명단에 있던 넷째 딸 지성이를 찾아 하수구까지 뒤졌지만 결국 주검으로 만나고 난 뒤부턴 그는 잘 먹지도, 푹 잠을 잘 수도 없게 됐다. 가슴에 납덩이를 얹어놓은 듯 답답한 날들이 계속됐다.

잠을 못자 푸석해진 피부는 볕에 그을렸고 건장했던 체격은 보기 안쓰러울만큼 앙상해졌다. 무엇보다 화목했던 가정과 평온했던 일상이 깨졌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돌며 시민들에게 특별법 제정 서명을 받은 문씨는 열흘 전부터는 국회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아내와 다른 유가족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실은 내가 했었어야 하는데 단식에 들어가기 전 날 복통 때문에 드러누우면서 아내가 고생하게 됐죠. 아내도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식)하면 안되는 사람인데… 저는 매일 아침 옆에서 모기장을 개고 건강을 체크하는 일을 해요. 돌봐주는 의사가 있긴 하지만 유가족의 상태는 아무래도 유가족이 잘 아니까…"

두 부부가 나와있는 동안 나머지 가족은 어떻게 지내는 지에 대해 물으니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 큰 첫째, 둘째가 동생들을 돌보고 있어요. 특히 얼마 전에 결혼한 둘째가 고생하고 있죠. 제일 걱정은 지금 고3인 셋째예요. 얼마 전엔 다른 엄마들이 모여서 단원고 고3 얘기를 하면서 입시 걱정을 막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집에도 고3이 있는거야. 이제 수시다 뭐다 원서를 넣을 땐데 잘하고 있는 지… 내일 사고 100일 끝나면 집에 잠깐 가볼 생각이예요"

그는 노숙을 불사하면서 사고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하늘에 있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사고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특별법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전례가 없다고 하지만 세월호 사고 자체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사고였어요.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친 것도, 침몰 당시 연락까지 하던 애들을 한 명도 못 구한 것도, 사고 100일이 되도록 실종자 10명을 구하지 못한 것도 모두 전례가 없을걸요?"

"누구는 단순 교통사고나 조류독감 따위에 비교하지만 세월호 사고는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교육 그 모든 분야의 문제와 연관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특별법이 필요한 겁니다. 지금도 안전을 위한 법은 많아요. 근데 그 법이 있는데도 세월호 사고가 났어요. 현재 있는 법이 잘못됐기 때문이죠. 다신 그런 사고가 나지 않게 하려면 현재 있는 법보다 강력한 특별법이 필요합니다"

문씨는 세월호 사고 발생 100일을 맞는 느낌을 묻는 질문엔 "100일이 지나도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오히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했다.

"100일이 되는 날 특별법 통과되길 바라지만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끝까지 싸워야죠. 시민들에게 우리가 바라는 건 특혜가 아니라 진상규명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저 튼튼한 국회에 힘없는 유가족들은 들어갈 수조차 없으니 답답합니다. 또 특별법이 통과된다 해도 사람들에게 안전에 대해 알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우리 지성이를 데려갔다고 생각하니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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