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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아내·6살 아들 남기고' 30대 가장의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16-06-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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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가장이 퇴근길에 자신을 마중 나온 만삭의 아내, 6살 아들과 집에 가던 중 아파트에서 투신한 대학생과 부딪쳐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남 곡성군 홍보 담당 직원 A(38)씨는 지난 5월31일 지역 축제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하고 막차 시간에 맞춰 오후 8시40분께 퇴근했다.

지친 몸으로 버스를 갈아타고 집 앞, 광주 북구의 한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자신을 마중 나온 임신 8개월의 아내와 6살 아들을 발견하고 모든 피로가 날아갈 만큼 행복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걸었던 그 시간이 A씨 가족에게는 '아빠의 마지막 퇴근길'이 됐다.

오후 9시48분께 조금 더 앞서 가 만삭의 아내와 아들이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A씨를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투신한 대학생 B(26)씨가 덮친 것. A씨와 B씨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둘 다 숨졌다.

서른여덟 가장의 죽음은 거짓말처럼 갑작스럽고 허망했으며 이를 눈앞에서 목격한 가족들에게는 너무도 잔인했다.

동료 직원들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서울의 한 명문대 출신인 A씨는 제약회사 영업부에서 근무하던 중 돌연 사직하고 2008년 9월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경기지역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아내를 만나 결혼한 뒤 2012년 처가가 있는 곡성으로 근무지를 옮겼으며 최근에는 홍보 담당 직원으로 일했다.

누구보다 곡성 알리기에 앞장섰던 A씨는 전남지사 표창과 군수 표창 등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

곡성군 한 관계자는 "외벌이인 A씨는 평소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출퇴근을 했지만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었다"며 "사고 당일도 곡성 소식지 발간 준비 등으로 야근을 하고 막차 시간에 맞춰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말도 많지 않고 온순하고 착실했다"며 "갑작스러운 비보에 모든 직원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고 전했다.

곡성군은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벌어진 일인 점을 바탕으로 A씨의 순직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열등감이 심했다', '주변 시선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본다'는 유서 내용으로 미뤄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B씨가 뛰어내린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 20층 복도에서는 절반 정도 남은 양주병 등이 발견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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