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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인 100만 평화 집회…쇠파이프·밧줄·물대포 사라져

입력 2016-11-12 23:12

일반 시민 주축, 촛불·태극기 들고 "퇴진하라" 구호

경찰도 시위대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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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 주축, 촛불·태극기 들고 "퇴진하라" 구호

경찰도 시위대 자극하지 않으려 최대한 자제

기적적인 100만 평화 집회…쇠파이프·밧줄·물대포 사라져


기적적인 100만 평화 집회…쇠파이프·밧줄·물대포 사라져


12일 진행된 2016 민중총궐기에선 종전과 같은 '과격 폭력시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 100만명(주최측·경찰추산 26만명)이 모였다.

일부 구간에서 경찰과 시민들 간 대치가 벌어졌지만, 밧줄로 차벽을 끌거나 쇠파이프로 경찰을 내리치는 등의 폭력 행위는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살수차가 물대포를 쏟아붓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았다.

경복궁역 앞 내자동사거리는 오후 6시 넘어서부터 청와대로 행진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들이 "길을 비켜달라"며 의경과 바짝 붙어서는 등 일촉즉발 상황에서 일부 시민이 경찰 방패를 빼앗으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쪽에선 "방패를 돌려줘라" "경찰 시민 모두 다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소리치며 자제시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경찰도 차벽 위에 "평화로운 집회, 성숙한 시민의식, 여러분이 지켜주세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어 평화집회를 호소했다.

경복궁사거리에도 시민 수백명이 모여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면서 청와대로의 행진을 요구했지만 심각한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후 7시께 선두에 선 시민들이 폴리스라인을 넘어뜨리면서 경찰과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행히 곧 경찰통제선 뒤에 정렬해 구호를 제창하며 평화롭게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도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신고한 대로 질서정연하게 행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집회 풍경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11월14일 열린 민중총궐기에선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한 참가자들과 차벽으로 막아선 경찰이 극렬한 물리적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참가자들은 경찰차에 밧줄을 묶고 끌어당겼으며, 버스를 향해 깃발과 벽돌 등을 던졌다. 쇠파이프로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액과 물대포로 강력 대응했으며, 이 과정에서 농민 백남기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지 317일만에 숨졌다.

또 집회 참가자 29명이 눈과 얼굴 등에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5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민중총궐기의 극적인 변화는 참가자들의 구성이 변화한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주축으로 조직되고 진행됐다. 이에 참가자들 손에 들린 플래카드에도 '성과연봉제 폐지' '독재정권 타도' 등 정부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문구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올해 집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성난 일반 시민들이 주를 이뤘다. 어린 학생부터 60대 이상 노년층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계층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일관된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 손에 들린 카드 한쪽에는 '박근혜 하야'가, 다른 한쪽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상당수 시민은 촛불을 든 채 태극기를 펄럭였다.

경복궁사거리에서 시민과 경찰 간 대치를 멀찍이 지켜보던 김모(69)씨는 "한때 박근혜를 지지했지만 실망감이 너무 크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면서도 "집회가 폭력시위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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