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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입력 2021-06-24 17:56 수정 2021-06-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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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불법촬영 범죄는 하루에 몇 건 일어날까요. 경찰청이 집계한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 기준, 5764건입니다. 경찰이 파악하는 것만 해도 하루 평균 16건인 셈입니다. 2014년부터 6년 연속 5천 건이 넘었습니다.

온라인에 '몰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관련 기사만 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운전석 아래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여성 수강생들을 수년간 불법 촬영한 남성이 구속됐고, 어제는 여자 화장실에서 111번 불법 촬영을 한 대학생에게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엿새 만에 11만 명 넘게 동참했습니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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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착카메라팀은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교묘한 불법촬영…숨은 렌즈 찾는 실험해보니
기사 링크: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13610)

사무실 속 몰카 15대, 5분 동안 찾아봤다
[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취재진이 준비한 초소형카메라는 총 15대입니다. 불법촬영 장비 탐지업체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실제 밀착카메라팀이 생활하는 사무실에 초소형카메라를 둔 뒤, 5분의 시간을 줬습니다. 이 사무실에서 근무했거나 하는 팀원 2명, 그리고 이 건물에 처음 와보는 외부인 2명이 참여했습니다.

얼마나 찾았을까요. 세 명이 각각 2개씩 찾았고, 한 명은 찾지 못했습니다. 공간의 익숙함 여부는 사실상 영향을 주지 못한 겁니다. 참가자들이 찾은 물건은 다이어리, USB 허브, 볼펜, 팩 음료, 치약에 들어있던 렌즈였습니다. 벽에 걸려있는 시계, 콘센트, 마우스, 노트북에 꽂힌 USB 등은 약간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화재경보기와 머리빗도 마찬가지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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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이용현 씨에게 T자형 3구 콘센트 속 렌즈를 보여주자 "알고 봐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하림 씨는 빗과 치약 통 속 렌즈를 건네는 기자에게 "이게 어떻게 들어가요?"라며 되물었습니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찾았는데 전혀 모르겠다"는 겁니다.
[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 USB·볼펜·치약·벽시계…곳곳에 렌즈

중요한 건 이 몰카들이 실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것들이란 사실입니다. 탐지업체 서연시큐리티의 손해영 대표는 최근 회사뿐 아니라 학교, 가정집, 국가 기관, 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탐지 의뢰가 들어온다고 말합니다.

"무서운 건 전기가 꽂혀 있으니까 누가 제거하지 않는 이상 계속 촬영이 되는 장비가 많아요. 사물하고 똑같이 만들어나오는데 실제로 작동도 되니까 감쪽같죠. 자세히 안 보면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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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이나 안경은 이미 10년 전 얘기라고 하는군요. 손 대표는 또 최근엔 메모리 카드가 필요 없는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불법촬영 카메라는 바늘구멍 같은 작은 홈을 파 놨어요. 아주 작아도 각도가 120도 촬영이 돼요. 자동차 블랙박스처럼 메모리를 뽑아서 영상을 보는 건 10년 전 얘기이고요. 지금은 실시간 전송되는 와이파이 카메라가 9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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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최근 발생한 사례 하나도 소개했습니다. "개인 집에 의뢰를 받고 갔는데, 침대 위와 소파 위에 작은 구멍을 뚫고 누군가 매립을 시킨 거예요. 아무 흔적이 없는 거죠. 휴대폰을 이용해서 CCTV처럼 실시간 앱을 다운받아서 도청이자 몰래카메라로 작동을 하는 거예요. 저희가 전등을 뜯어서 작업했어요. 보이지 않으니까."

믿었던 동료의 범죄, 회사 떠난 피해자

바늘 구멍 같은 렌즈에서 시작되는 불법촬영은 피해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취재진은 불법촬영 피해자 한 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A씨가 다니던 회사 여자 화장실에서 휴대폰 공기계가 발견된 건 지난해 5월입니다.

"청소하시는 분이 들어오시더라고요. 여자 화장실에서 핸드폰이 나왔는데 주인을 못 찾겠다고. 근데 보니까 유심칩이 없고 비밀번호가 잠겨있었어요. 회사에 얘기하고 다시 일하러 가는데 남자 동료가 따라오더라고요. 그 핸드폰이 본인 거라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성실하고 착했고 저랑도 되게 친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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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회사의 대응부터 A씨는 당황스러웠다고 말합니다.

"휴대폰이 발견된 다음 날, 상사가 저한테 핸드폰을 주더라고요. 비밀번호 알려주고 풀어보라고 하는데, 동영상 몇 개가 있었는데 사실 무서워서 못 눌렀어요. 근데 옆에 사진들이 있는데 사람이 본인 몸은 알 수 있잖아요, 옷이라든지. 그 방식이 정말 수치스러웠어요. 그 공백의 시간 동안 핸드폰이 노출돼있었고 난 그것도 모르고 출근해서 일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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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경찰 조사. 수사 결과 가해자의 휴대폰에선 38회에 걸쳐 A씨를 불법 촬영한 증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을 놔두기 위해 17번,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촬영한 영상은 날짜별로 정리도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가 받은 충격은 정신과 신체 모두로 찾아왔습니다.

"약간 치매랑 비슷한데요. 숫자를 잘 못 셌고, 간단한 일도 잘 못 하고. 말도 더듬고 그랬어요. 스트레스가 오니까 마비도 오고, 한 번은 응급실도 가고요. 악몽을 너무 많이 꾸고요."

사건 두 달 반 만에 결국 회사도 그만뒀습니다.

"저는 피해자가 회사를 떠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위축돼있거나 사람들을 기피하고 싶지 않았어요. 회사에 애사심도 있었고. 회사는 어쨌든 일하는 데니까 그런 걸 굳이 내색하고 싶지 않았는데 제일 힘들었던 게 수치심과 배신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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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회사 다니다 보면 고객사들이 많이 연결돼있잖아요. 이야기가 나가는 걸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하다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언을 받아서 비밀 서약서 작성을 회사에 요청했어요. 그리고 그 화장실 근처에 CCTV가 있긴 한데 여자 화장실로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였더라고요. 사건 후에야 회사에서 CCTV를 달았어요."

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해 발간한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 중 56.5%(5268건)가 벌금형이었습니다. 이어 집행유예 30.3%(2822건), 징역 763건(8.2%) 순입니다. 징역 763건을 살펴보니 이 중 53.5%는 1년 미만이었고, 3년 이상은 6.6%에 그쳤습니다.

[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한국을 특정한 디지털 성범죄 실태 보고서를 냈습니다. 한국에서 불법촬영 범죄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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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 상사가 준 탁상시계가 알고 보니 실시간 촬영 몰카였던 사례 등을 다뤘는데, 온라인에선 실제로 쉽게 변형 카메라를 살 수 있습니다. 구매 후기를 보니 "화질이 최고다", "위장성이 뛰어나다" 등 감탄이 이어집니다. 만약 범죄에 쓰인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국회에선 변형 카메라 관리법이 발의됐습니다. 변형 카메라 판매자와 구매자를 등록하고 사용 이력을 관리하자는 내용입니다.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19대, 20대 국회에서도 총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가 만료되며 폐기됐습니다. 관련 기술 및 산업 육성에 방해가 된다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사이 불법촬영이 전체 성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7%에서 매년 높아져 2018년엔 17%였습니다.
[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온라인에선 '모텔에서 발견하면 도망가야 하는 그림'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 유화 액자 몰카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알아서 발견하고 알아서 도망가야 한다는 말에 씁쓸함이 남습니다. 몰카가 찍히고 행여나 유포라도 된다면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결과가 막대해 결국 이런 행동 요령까지 공유되는 것이겠지요.

휴먼라이츠워치는 우리나라 정부에게 이렇게 제언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량과 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계획을 만들라는 겁니다. 또 피해자들에겐 촬영물 삭제 지원과 법률 지원, 심리 사회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고 손해배상 등 민사상 구제제도를 도와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불법 촬영물 삭제를 위해 플랫폼에 신속하고 분명하게 요청할 수 있는 간소한 절차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취재썰]사무실 속 몰카 15대, 당신은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휴먼라이츠워치가 낸 이번 보고서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My Life is Not Your P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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