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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고가도로 아래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섬'

입력 2020-01-09 21:22 수정 2020-01-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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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 밀착카메라는 청소노동자들 얘기입니다. 밤마다 애써 일하는데 이들이 잠시나마 쉬는 공간은 그럼 잘 마련돼 있는지 가 봤습니다. 한 주민은 "저런 데가 휴게실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어떤지 직접 보시지요.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구로구의 한 고가도로 아래입니다.

주차된 차량들 옆으로 펜스가 설치돼 있습니다.

늦은 밤, 야광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공간일까 들어가 봤습니다.

고가도로랑 차도 사이에 좁은 길로 들어오면 이렇게 철조망 문이 열린 공간이 나옵니다.

안쪽으로 한번 들어와 보실까요.

보시다시피 높이가 굉장히 낮아서 제가 작은 카메라로 안쪽 상황을 보여드리면요.

이쪽에는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놓여 있고 쓰레받기랑 그리고 리어카에 각종 이불이랑 쓰레기들도 놓여 있습니다.

뒤쪽으로 쭉 이어지는데요.

반대편 공간을 한번 볼까요.

이쪽에 보시면 작업용 차량으로 보이는 전동차들이 쭉 주차되어 있습니다.

잠시 뒤 들어온 또 다른 남성은 이곳이 출근지라고 합니다.

[(일이) 여기서부터 시작이니까. 전동차나 리어카나 다 여기 있으니까.]

도로 위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업무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다 옷을 다 갈아입고, 막 그냥 걸어놓은 거지.]

옷에는 서울특별시와 구로구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남성은 구청의 위탁 청소업체 노동자이고, 이곳은 노동자들의 휴게실입니다.

지금 시간이 밤 11시를 넘겼습니다.

작업이 한창 이뤄질 시간인데요.

이쪽에 보시면 오늘(9일) 작업자분들이 입고 온 옷들이 그대로 걸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긴 옷걸이도 있어서 이 공간이 탈의실처럼 쓰이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가 있는데요.

이쪽 옆에는 이렇게 개인 생활용품을 수납할 수 있도록 장도 있고요.

위에는 오늘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간식 부스러기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난방기구도 마련이 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버튼을 눌러보면 조금씩 불이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편에도 휴게 공간이 하나 있는데요.

지금 가는 길이 보다시피 굉장히 낮습니다.

그래서 저희 촬영 기자도 무릎을 꿇고 굉장히 위험하게 이동하고 있는데요.

뒤쪽에 보시면 상차작업을 위해서 대기하고 계신 분도 만나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보시면 이렇게 철조망으로 되어 있어서 안 그래도 추운 겨울에 바람이 더 쌩쌩 들어온다고 합니다.

[청소 노동자 : 추우니까 저기 놔뒀지. 추우니까. 아이고 옷이 젖었지, 앉아 있으면 춥단 말이야. 난방기구 켜놓고. 조금이라도, 그래도 차 올 때까지 기다리지.]

쓰레기 수거함과 한 공간에 있다 보니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화장실은커녕 작업 뒤 손 씻을 곳도 없습니다.

[청소 노동자 : 우리 딸이나 집사람이나 보면은 이렇게 하는지 몰라. 구청에서 아, 그래도 깨끗하게 하고 일을 하고 있구나, 이렇게만 느끼고 있는 거.]

주민들은 휴게실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조길상/주민 : 옷을 벗고 입는 것만 보이니까 저기 노숙자가 생활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은 하긴 했었거든요. 환경미화원이라고는 생각 못 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휴게 공간을 관리하는 건 구청과 계약을 맺은 위탁업체 몫입니다.

노동자들은 업체가 개선 노력을 안 해왔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오늘 구청을 찾았습니다.

구청이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맺고, 노동자의 고용도 승계해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거기서 옷 한 번 갈아입어 보실래요? 영하 5도 되는데 어제저녁에 거기서 불 쬐고 있고.]

[구로구청 청소과장 : 심각하다고 느껴요. 그거는 이제 준비를 해서 나가겠습니다.]

구로구청 측은 적환장에 휴게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면서 고가 아래는 손수레를 놓는 공간일 뿐이라고 설명했고 해당 업체도 같은 입장입니다.

우리의 생활 공간을 깨끗하게 해주는 노동자들이 정작 청결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

비단 이곳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날이 밝았고 청소 노동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밤사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일한다고 해서 이들의 근로 환경까지 못 본 척해도 되는 걸까요.

(인턴기자 : 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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