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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플러스] 과로? 결함? 송파 '질주버스' 원인 미궁

입력 2014-03-2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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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에 대해 경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숨지면서,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죠.

이현 기자의 보도 먼저 보시고, 자세한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서 있던 택시를 들이받은 버스가 빨간불도 무시하고 교차로를 질주합니다.

버스는 1km 정도를 더 달려 신호를 기다리던 광역버스를 들이받고 나서야 한밤의 질주를 멈췄습니다.

추돌한 버스 앞머리는 처참하게 구겨졌습니다.

지난 19일 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송파구 시내버스 사고와 관련해 운전기사 염 모 씨가 당시 정상근무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JTBC가 확인한 업무일지에 따르면 염 씨는 새벽 5시 36분에 운행을 시작해 8시간가량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오후 3시 38분, 염 씨는 동료 기사의 이름을 대신 적고 다시 근무에 나섰습니다.

새벽부터 사고 시각까지 약 15시간 운전을 한 겁니다.

염 씨가 평소보다 2배 정도 길게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몸에 무리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더욱이 염 씨는 사고 사흘 전, 풀코스 마라톤까지 소화한 상태였습니다.

[동료 기사 : 그건 잘못된 거지. 저 기사들한테 물어봐요. 일한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그럼 '7시간이 안 됩니다' 하겠죠.]

경찰은 차량 결함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저녁 인천에서 이번 사고 차량과 같은 종류의 버스가 사고가 났는데, 운전자는 "제동장치가 말을 안 들었다"고 진술한 겁니다.

경찰은 버스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밝힐 계획입니다.

[앵커]

이번 버스 사고를 취재한 사회 2부 이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사고 원인이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는데, 당시 상황부터 한 번 되짚어 볼까요.

[기자]

네, 사고는 지난 19일 밤 11시 43분쯤 시작됐습니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정류장을 떠난 시내버스가 인도 쪽에 서 있던 택시에 부딪친 게 첫번째 사고입니다.

그런데 이 버스는 3중 추돌사고를 내고도 멈추지 않고 달렸습니다.

600여 미터를 지나 우회전한 뒤, 500여 미터를 더 달리다 11시46분쯤, 그러니까 첫 번째 추돌사고를 내고 3분 정도 후에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와 광역버스를 잇따라 들이받았습니다.

사고를 목격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잠깐 보시죠.

[길진수/목격자 :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들려서 쳐다 봤더니, 앞에 있던 버스가 버스 반 대에서 한 대 정도 (길이 만큼) 밀려나더라고요, 앞으로.]

[앵커]

현재 사고 원인으로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죠?

[기자]

네, 운전기사의 몸에 이상이 있었는지, 혹은 차체에 결함이 있었는지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운전기사 염 씨는 사고 당일 새벽 5시 반쯤부터 18시간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근무시간을 9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그 2배인 18시간을 근무한 겁니다.

특히 중간에 휴식 시간 등을 빼고 순전히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몬 시간만 따져도 15시간이 넘습니다.

게다가 이 버스기사는 사고가 나기 사흘 전에 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몸에 부담을 줬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심장마비나 뇌졸중처럼 몸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1차 사고 이후에 "아저씨 멈추세요" 이렇게 외쳤지만 버스기사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한 승객의 말, 들어보시죠.

[강00/사고 버스 승객 : 택시를 받고 그러고도 속력이 안 떨어졌어요. (평소) 다니던 속도보다 좀 더 빠른 것 같았어요.]

[앵커]

만약에 운전자 몸엔 이상이 없었다고 하면 버스 차체의 문제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일단 지난 21일 사고 버스의 제동장치 이상 여부를 점검했는데, 바퀴 4개에 모두 제동이 잘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가 난 버스는 지난해 8월 출고된 차량으로 버스회사에선 사고 하루 전 정기점검도 마쳤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복구 중인 사고 버스의 블랙박스를 확인하기 전엔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급발진 사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에 인천에서 시내버스가 신호대기 중인 공항 통근버스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이 사고 차량도 송파 시내버스 사고와 같은 모델의 차량이었습니다.

인천 사고 버스 운전자는 "버스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어서 인천 사고 차량의 감정 결과가 송파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데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이 사고 때문에 2명이 숨졌고, 신입 여대생은 뇌사 상태에 빠져서 장기를 기증하기도 했잖아요? 이 사고의 원인이 버스기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버스 자체의 문제인지 수사 결과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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