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터뷰] "간호사 벼랑 끝 내모는 건…의료계 구조적 문제 해결돼야"

입력 2019-03-07 21:40 수정 2019-03-07 23:22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 최원영 간호사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 최원영 간호사

■ 인터뷰의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20:00~21:20) / 진행 : 손석희


[앵커]

여기서 서울대병원 간호사 9년차로,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원영 간호사를 잠깐 전화로 좀 연결하겠습니다. 최 간호사님 나와계시죠?
[최원영/간호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 : 네, 안녕하세요]

[앵커]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한 가지 있어서 질문을 좀 드릴 텐데요. 오늘(7일) 판정문을 보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는 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또 그러면서도 교육과정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태움을 인정했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 '직장내 괴롭힘' 자체는 인정 안 했는데…



[최원영/간호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 : 태움이라는 것이 아직 어떤 사전적 정의가 있는 단어가 아니잖아요. 사실 언론에 보도되기는 태움을 굉장히 자극적이고 선배 간호사의 악랄한 괴롭힘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 간호사들이 힘든 것이 그런 선배 간호사의 차가운 말 몇 마디 때문이라기보다 그런 상황이 굉장히 힘든 것이거든요. 사람 생명을 다루는 곳에서 충분히 교육해 주지 않고 그리고 실수를 하면 내가 누구를 죽일 수 있는 것이잖아요. 이것이 어떤 사람들은 너무 과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현장에서 일해 보는 간호사들은 정말 아차 하는 순간에 내가 누군가를 죽일 수 있구나 이런 공포에 시달리거든요. 마치 벼랑 끝을, 낭떠러지 옆을 걷는 것 같은 그런 상황 속에서 그냥 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그 전체 상황 자체가 간호사를 활활 타게 하는 건데 그렇게 너무 태움이라는 자극적이고 그런 것에만 너무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그렇게 폭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이 자살 사건은 태움 때문이지만 사실 그 태움의 그런 구조적인 폭력의 제일 큰 책임은 박 간호사를 둘러싸고 있던 개개인들이 아니라 바로 그런 상황에 몰아넣은 아산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잠깐만요. 그러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그러면 태움이라는 것이 원래 저희가 아는 뜻으로서는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 선배들이 후배를.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런 것은 그러면 지금 최 간호사님 말씀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요?

[최원영/간호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 : 물론 그런 태움도 있죠. 그런데 이것이 태움이 잘 알려지지 않는 이유가 저희는 모든 상황에 다 탄다라고 하거든요. 환자한테도 탄다고 하고 의사한테도 탔다고도 하고 그냥 오늘 하루 종일 활활 탔다 이렇게도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그것이 선배 간호사의 태움도 뭔가 그런 일반적인 다른 폭력이나 그런 괴롭힘이랑 똑같이 놓고 보기는 힘든 것이 선배 간호사도 타고 있는 거예요. 선배 간호사도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환자들을 보면서 옆에 아직 미숙한 신입 간호사를 케어해야 되기 때문에 당연히 뭔가 말이나 이런 게 다정하게 배려하면서 나갈 수 없고 약간 표독스럽게 말할 수도 있고 그걸 잘했다고 하는 것은 아닌데. 그래서 그 상황을 아니까 신규 간호사도 뭔가 개인을 원망하기보다 내가 너무 힘든데 이것을 누구 때문이다라고 딱히 정의하기도 어렵고 그냥 출근부터 퇴근까지 지뢰밭을 걷는 것처럼 활활 타는 거예요.]

[앵커]

알겠는데요. 지금까지 언론이든 어디든 세간에서 나왔던 이른바 태움 현상이라는 것은 저희가 알기로는 아까 제가 말씀드린 그 내용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고쳐야 된다는 말씀인가요, 다시 말하면…

[최원영/간호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 : 그것이 오히려 구조적인 문제를 은폐하는 것 같아요. 마치 이 사건이 처음 벌어졌을 때도 약간 태움 혹은 고인의 예민한 성격 이렇게 보도가 많이 됐었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개인의 문제로만 하니까 사실 아산병원이 이 신입 간호사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 줬는지. 예를 들면 중환자실 교육 같은 경우는 캐나다 같은 경우는 1년을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2개월밖에 하지 않거든요. 그러면서 내가 실수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환경에 그냥 대학 졸업한 애를 던져놓는 거예요.]

[앵커]

그것은 아까 말씀하신 것과 중복이 되니까 제가 잠깐 끼어들자면.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그 핵심은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개인 대 개인의 어떤 괴롭힘 이런 차원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직장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다라는 것은 알겠는데요. 그러면 지금 계신 서울대나 아니면 또 다른 어떤 병원이든 이런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까?

[앵커]

[최원영/간호사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 : 네. 그래서 저는 한 사람이 죽은 것인데 그렇게 많은 간호사들이 한겨울에 작년 3월 3일에 나는 너였다라는 그런 문구를 가지고 다 같이 공감을 했고 저도 사실 아산병원 박선욱 간호사를 전혀 모르는 입장인데도 처음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접하고 뭔가 뭐라도 돕고 싶다고 느꼈던 것이 저도 똑같이 겪었거든요. 저도 똑같이 출근할 때 도로로 뛰어들고 싶고 사고가 나서 출근 안 했으면 좋겠고. 출근 자체가 너무 두려웠어요. 누군가 특별히 무서운 선생님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물론 그런 선생님도 있기는 있었지만.]

[앵커]

알겠습니다. 일단 여기서 인터뷰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들이 혹시 이 문제에 대해서 일정 부분이나마 오해를 가지고 있었다면 풀어달라라는 말씀으로 이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하고 계신 최원영 간호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갑자기 업무 바꾸고 왕따 시키면 '직장 내 괴롭힘' 극단적 선택 전에…"신입 간호사보다 더 괴롭힘 당해" 간호사 '태움 비극' 되풀이…민망한 일터, 허망한 대책
광고

관련이슈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