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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나도 많이 비겁했다" 그 고백은…

입력 2017-09-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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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나도 많이 비겁했다"

이젠 축구해설가로 활동 중인 차범근 전 감독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그가 고백한 부끄러움은 '몸에 배인 위선과 비굴함'

그가 사는 동네에서 내려오면 청와대와 광화문… 그는 어김없이 거대한 시국의 소용돌이 속을 지나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늘 부끄러웠다 말했습니다.

세월호 가족보다 장사에 지장을 받을 상인들을 걱정하다가 자신의 잔인함에 스스로 놀랐고…

그 자책감에, 세월호를 돕던 변호사가 출마를 했을 때 일면식도 없는 그를 돕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부담감 탓에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더 슬픈 사실은 그 친구 역시 자신의 이름이 아닌 부인의 이름을 빌려 후원을 했다는… 끝 모를 불안감이 지배했던 시절.

촛불의 물결과 함께 했을 때도 혹여나 주목을 받을까 얼굴을 가려야 했으며 하다못해 청와대 앞을 차로 지날 때… '어디 가십니까' 경찰이 물으면 공연히 주눅이 들어 다른 곳에 간다고 둘러댔던…

그 많던 일상다반사가 그에겐 하나하나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비겁한 사람들 때문에 지난 수년 동안의 혼돈은 더 깊어졌을 것.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미세한 두려움이 항상 공기처럼 나를 누르고 있었다"

이러한 고민은 그만의 전유물이었을까?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댈 수 없는 고민과 죄책감을 지난 긴 시간 동안 똑같이 품어왔을 터…

그의 고백의 글은 그의 말대로… 죄를 짓지 않았으면서도 오히려 죄를 지은 자들 앞에서 두려워했던…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도 명쾌히 설명할 수 없었던 부끄러움을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두어야 했던 선량한 시민들을 위로합니다.

역시 그는 힘들었던 그 시절.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던 전설의 차붐이자 명 해설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 오늘 밤, 우리 축구대표팀은 강팀 우즈벡과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운명의 일전을 치릅니다. 차붐은 이번 대표팀의 경기를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어려운 건 맞다. 하지만 우리는 늘 위기를 극복해오지 않았나"

그의 말이 꼭 축구만을 놓고 하는 말은 아닌 것처럼 들리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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