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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입력 2018-11-12 10:29

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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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못 구해도 너의 일상은 구해줄게
작은 탐사, 큰 결실 #소탐대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 빼빼로데이, 이 익숙한 풍경

올해도 어김없이 빼빼로데이가 돌아왔다. 한 과자의 마케팅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모든 제과업체와 유통계가 대목을 맞는 기념일이다. 요즘 가는 곳마다 세일을 하길래 나도 그 소비 행렬에 가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다. 상술, 가격 뻥튀기, 과대포장, 위생 같은 지적 사항이 늘 나온다. 빼빼로데이에 맞춰 각종 집중단속도 실시된다.

화려한 판촉행사 그리고 반대편에서 쏟아지는 견제구. 이런 모습, 여러분도 어느 정도 익숙하실 거다. 매년 반복되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궁금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쓴소리가 나오는데, 실제로 달라지고 있을까? 특수를 노리고 소비자를 기만하던 상품들, 지금은 많이 사라졌을까? 궁금증이자 희망 사항이기도 한 이 의문, 확인해봐야겠다. 소탐해보자.

■ ○○데이의 정석, 바구니를 사 왔다

지난주부터 빼빼로데이 상품들이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기 캐릭터가 박힌 대형 박스부터 과자를 이어 붙인 하트, 가방, 꽃다발까지 모양도, 구성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매대의 로얄석을 차지하고 있는 건 단연코 바구니들이었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여러 과자와 귀여운 곰인형이 바구니에 담긴 세트. 각종 '○○데이'마다 만날 수 있는 대표 상품이다. 더불어 과대포장과 가격 뻥튀기로 늘 저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인기가 많은 만큼 안티팬도 많은 거랑 비슷한 걸까.

그래서 우리도 편의점에서 바구니를 하나 사 왔다. 과자 구색도 괜찮아 보이고, 곰인형도 나름 귀여운 것으로 골랐다.


■ 37,000원짜리 바구니의 진짜 몸값은?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37,000원을 주고 사온 바구니다. 단품 과자 여러 개를 사는 것보다 비싸겠지만, 인형이나 포장상태 등을 감안하면 괜찮아 보였다. 빼빼로데이 같은 날에는 소비에도 관대해지지 않나. 하지만 포장을 뜯어보니 그 관대함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일단 전부 수입 과자였다. 한두 개 빼고 잘 모르는 것들이다. 이 과자들을 단품으로 샀을 때 가격대가 어떻게 되는지 추측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과자보다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준 건 곰인형이다. 포장지 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꺼내보니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원단도 별로고 바느질 상태도 심각하다. 사진엔 잘 나오지 않지만, 솜 충전량이 적어 팔다리를 만지면 푹푹 꺼졌다. 세트 상품을 사면서 좋은 곰인형을 기대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이 돈 주고 내가 이걸 샀다니.

과자와 곰인형을 보고 가격에 의구심이 생길 때쯤, 결정타를 날린 건 바구니다. 살이 듬성듬성한 건 그렇다 치고, 곳곳에 글루건 자국이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머리카락도 곱게 엮여 있었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어떻게 이 상품에 37,000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됐는지 궁금했다. 인건비, 배송비, 유통마진 등을 감안해도 납득이 어렵다.

■ 사흘 동안 '빼빼로 바구니 찾아 삼만리'

과일 바구니는 과일, 꽃바구니는 꽃이 메인이다. 이들이 상품의 가격대를 결정한다. 근데 우리가 사온 이 빼빼로 바구니는 모르겠다. 과자, 곰인형, 바구니 이중 누가 판매가를 결정할까?

다른 바구니 상품도 확인해보기로 했다. 3일에 걸쳐 홍대, 신촌, 종로, 동대문, 신림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편의점, 마트, 백화점을 돌았다. 총 30여 곳을 탐사했고 사흘간 20시간 이상 소요됐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도 같이 살펴봤다.


■ 빼빼로 바구니, 편의점과 온라인에 많더라

우리가 갔던 마트나 백화점에는 바구니 상품이 없었다. 단품 과자를 묶음으로 싸게 팔거나, 선물용 박스에 담아서 파는 게 대부분이었다. 일부 마트에는 바구니 상품이 있긴 했으나, 곰인형이 들어있지 않았다. 과자 가격도 다 공개되어 있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우리가 찾던 과자+곰인형+바구니 조합의 상품은 주로 편의점과 인터넷 쇼핑몰에 있었다. 편의점의 경우 2만~4만 원 사이의 제품들이 많았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만원 대부터 20만 원 대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포진되어 있어 가격 폭이 넓었다.


■ 빼빼로 바구니 4종 '완전분석'

편의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 각 판매처의 고가 상품 중 4개를 골랐다. 그리고 각 상품을 구성하는 과자, 곰인형, 포장(바구니 및 기타 장식)의 가격을 확인했다. 이들이 판매가격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아보는 거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도소매의 가격 차, 각종 제반 비용 등은 배제하고 소매가를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기로 했다. 상품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를 기준으로 했다. 곰인형이나 바구니처럼 동일 제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 유사품 가격으로 대체했다.


■ 완전분석① 과자

빼빼로데이, 근본적으로 과자를 선물하는 날이다. 가격 결정에서도 본래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먼저 우리가 샀던 1번 바구니다. 수입 과자로만 채워졌다. 인터넷 판매가를 찾아보니 5천 원도 안 된다. 판매가가 37,000원인데, 그럼 나머지 32,000원은 누구의 몫인가? 곰인형인가? 아니면 바구니인가? 1번의 곰인형과 바구니 상태가 기억나지 않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올려서 사진을 다시 보고 오자.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2번 바구니도 수입과자가 대부분이었다. 가격을 따져보니 7,800원 정도 나온다. 판매가 40,000원에서 약 20%를 차지한다. 과자값을 빼면 2번 역시 32,000원 정도 남는데, 이게 곰인형 가격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3번 바구니는 곰인형이 2마리 들어있던 상품이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가격의 다른 바구니보다 과자 용량이 제일 작았다. 전부 국산 과자로 가격은 4,640원, 판매가에서 빼니 33,000원 정도 남는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4번 바구니는 인터넷에서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235,800원에 팔리는 고가 상품이다. 가격이 센 만큼 과자 양도 많았다. 2kg에 모두 국산이다. 과자값을 계산해보니 28,000원 수준이다. 값은 가장 크지만 전체 판매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 정도다. 20만 원 이상이 남는다. 혹시 바구니에 들어있던 작은 곰인형 2마리 값이 그 정도 되는 걸까? 아니면 크고 화려한 바구니 몫인 걸까?


■ 완전분석② 곰인형

과자와 달리 곰인형은 똑같은 제품을 찾기가 어려웠다. 'Made in China' 정도의 라벨만 붙어있을 뿐 제조사나 다른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창신동 완구거리까지 찾아갔다. 골목골목 가게를 다 뒤졌지만 동일 제품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국내 최대 완구거리에 없다면 어디에 있는건지. 곰인형이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여도 원단과 마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결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사 제품을 찾아 가격대를 추정하기로 했다. 알리바바에서 도매가도 확인해봤다.

1번 바구니에 들어있던 곰인형은 소재부터 바느질까지 전반적으로 상태가 나빴다. 그냥 곰 형상일뿐, 인형이란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다. 애초에 소매용으로 생산된 게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비슷한 상태의 곰인형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그나마 크기나 색상 등이 비슷한 인형이 소매가로 5,280원이었다. 다른 유사품의 도매가는 주문 수량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500원 정도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국내 소매가를 기준으로 해도 판매가 37,000원 중 곰인형이 차지하는 건 13%다. 먼저 살펴본 과자랑 별반 차이가 없다. 곰인형도 바구니 가격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었던 거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나머지 곰인형도 마찬가지다. 2번 바구니 곰인형은 유사품 소매가가 5,000원 수준이다. 전체 판매가에서 13%를 차지한다. 3번 바구니 곰인형도 유사품 소매가 5,000원 정도다. 다만 두 마리가 들어있기 때문에 전체 판매가에서 26%를 차지했다. 과자보다 지분이 더 많다.

똑같은 곰인형을 찾았던 건 4번 바구니가 유일했다. 두 마리가 들어있는데, 똑같은 인형 한 쌍이 국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9,280원에 팔리고 있었다. 바구니 판매가의 4% 수준이다. 티끌 같은 지분이다. 같은 인형은 알리바바에서 도매 거래가 되고 있었는데, 대량으로 주문할 경우 개당 500원에도 살 수 있었다. 5천 원이 아니라 500원이다.


■ 완전분석③ 포장

과자와 곰의 가격을 다 합쳐도, 그 지분이 판매가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4개 상품 전부 다 그렇다.
결국 포장이 상품 가격을 좌우한단 말인가? 별도 비용을 내고 선물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래도 포장 값이 알맹이보다 비싼 경우는 난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이번엔 어떨까?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포장 재료 상가가 몰려있는 남대문 시장으로 달려갔다. 샅샅이 뒤졌지만 바구니나 다른 장식 소품도 정확히 똑같은 것을 찾지 못했다. 곰인형과 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서 유사 제품 가격과 비교하기로 했다.

1번 바구니, 글루건 자국과 머리카락에서 인간미가 물씬 풍기던 친구다. 유사품 소매가는 7,280원이었다. 이것도 국내 오픈마켓에서 구했다. 이건 상태가 매우 좋아서 1번 바구니와 비슷하다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어찌 됐든 판매가 37,000원에서 약 20%를 차지한다. 각각 13%씩 차지했던 과자나 인형보다는 많긴 하다. 그렇다고 가격의 결정적 요인으로 보긴 애매하다. 판매가에서 과자, 곰인형, 바구니값을 제외하니 2만 원 이상 남았다. 지분 54%를 차지한 익명의 대주주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2번 바구니는 판자로 만들어진 8각형 제품이다. 오픈마켓에서 구한 유사품의 소매가는 5,000원으로 판매가에서 18%를 차지한다. 평범한 대나무 바구니였던 3번은 유사품 소매가가 8,000원이었다. 그리고 같이 들어 있던 장미 조화는 900원, 모두 합해 포장이 24%를 차지했다.

비교하기 어려웠던 건 4번 바구니다. 내용량이 많은 만큼 바구니도 꽤 컸다. 겉포장을 포함한 전체 너비가 80cm인데, 포장 레이스 같은 걸 빼고 계산해보니 50cm 정도 나온다. 이만한 크기의 유사품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게 독일에서 생산된 라탄바구니였는데 소매가 86,900원이다. 빼빼로 바구니를 독일산으로 쓴게 말이되냐? 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똑같은 바구니를 찾지 못했으니 최대한 가격을 쳐주자는 의미다. 바구니 사이즈도 크고, 포장재가 많이 들어간 것을 감안해 최대한 이 가격을 인정해줘 봤다.

그래도 전체 판매가에서 포장이 37%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판매가 235,800원에서 과자, 곰인형, 포장 값을 다 빼도 11만 원 이상이 남는다. 그에 해당하는 47%는 다른 이의 몫인 거다. 믿고 싶지 않지만 저렴한 바구니를 썼다고 가정하면 알리바바에서 베트남산 50cm 바구니를 12,400원에 구할 수 있다. 그럼 전체 판매가에서 포장은 5%를 차지한다. 판매가 235,800원에서 과자, 곰인형, 포장 값을 다 빼면 18만 원 이상이 남는다. 인건비가 그 정도 들었다면 폄하해서 죄송하다.


■ 내가 산 건 무엇인가?

비싸게 팔아 마진을 많이 남기는 게 무조건 잘못이란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공급자에겐 판매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 가격이 괜찮은지 아닌지는 소비자가 판단한다. 맘에 들면 사고, 아니면 안 사는 거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봤던 상품들은 좀 다른 문제다. 이 가격이 합당한지 아닌지 소비자가 결정하기 굉장히 모호하다. 과자, 곰인형, 하다못해 포장까지도 전체 판매가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상품의 어떤 부분이 이 가격을 형성했는지 불분명하다. 하나하나 비교해본 우리도 그러한데, 포장된 모습만 보고 사는 소비자들은 더더욱 그럴 거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과자 외에 다른 물건들을 넣어 값을 부풀리고,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높은 마진율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가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니, 공급자가 과잉 이익을 챙겨도 사는 사람은 쉽게 당할 수밖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들 주머니는 가벼워지는데 바구니 상품들 가격은 계속 과다하게 올라가는 게 문제"라고 했다.


■ 과연 판매자만의 문제인가

오늘 소탐한 내용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누구나 익히 알고 예상했을 법한 내용일 거다. 작년 혹은 그 전에도 들어봤던 이야기다. 매번 쓴소리가 나오지만, 이번에 우리가 확인해보니 바뀐 건 없었다. 똑같았다. 이름만 다를 뿐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도 상황은 비슷할 거다. 이걸 다 판매자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김시월 건국대 교수는 비판적으로 보지 않고 계속 사는 우리들에게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내년 빼빼로데이는 어떨까? 좀 바뀌어 있을까? 파는 사람이든, 사는 사람이든 말이다.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소탐대실 끝.


#저희는_작은_일에도_최선을_다하겠습니다

기획·제작 : 김진일, 김영주, 박진원, 이지연

 
[소탐대실] 빼빼로 바구니 속 곰인형,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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