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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곳곳서 터지는 울음…'덧나는 상처' 5·18 광주

입력 2016-05-18 21:55 수정 2016-05-1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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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8일)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기념식에서는 1분도 안 돼 노래가 끝이 났지만, 광주 시내 거리 곳곳에선 끊임없이 울려 퍼졌습니다.

안지현 기자가 밀착카메라로 담았습니다.

[기자]

이곳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곧 있으면 36주년 5·18민주화 운동 기념식이 열립니다.

기념식이 열리기 전부터 이곳에는 취재진을 비롯해 정치인 등 많은 인파가 몰려있는데요.

기념식 밖인 민주의 문 밑에서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조영표/광주시의회 :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가 제창을 거부했기 때문에 성남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서 이렇게 침묵 시위를 하게 됐습니다.]

기념식장 안에는 3년 만에 참석한 5·18 유가족이 일찍감치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선희/5·18 유가족 : 계속 참여를 안 하니깐 학생들 동원하고 일당 줘서 앉히고 하니깐 우리 우겨서라도 제창을 하자고 해서 올해부터 참석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유가족석 앞에 배치된 박승춘 보훈처장을 비롯해 귀빈석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김길자/유가족 :우리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17살 먹은 놈이 죽었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한 박승춘을 왜 거기 앉히냐고요.]

한 유가족은 지정석에 붙은 이름표도 떼어냈습니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기념식장에 나타나자, 순식간에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여기 올 자격이 없어. 가세요!]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의 인사말이 시작되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조용히 피켓을 들었습니다.

폐식을 앞두고 기념 노래 합창 순서입니다.

보시다시피 유가족뿐 아니라 학생을 비롯해 모두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같은 시각 귀빈석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뉩니다.

하루 전 같은 곳에서 유족 중심으로 열린 추모제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곳곳에서 터지는 울음 속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으로 불립니다.

[다시 한 번 제창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묘소를 찾은 유족은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최정희/5·18 유가족 : 우리 애 아빠거든요. 나는 호강도 받는데 저 사람은… 너무 마음이 아파요. 지금도 이 노래도 못 부르게 하고 미치겠습니다. 100년이 돼야 풀리려나요.]

36년 전 학우를 잃은 이들도 이곳을 찾았습니다.

[조혜경/전주 효자동 : 이 모습을 보면서 먼저 간 세종이의 몫을 다 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곤 합니다.]

국립 5·18 민주묘지 가운데 제 10 묘역인 이곳은 행방불명자의 묘역입니다. 아직 유해조차 찾지 못해 이처럼 묘비만 세워둔 겁니다.

[송희섭/인천 계양구 :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마음이 아프죠.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가운데 5·18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광주 시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군의 본부가 있었던 옛 전남도청 앞에는 5·18 민주항쟁 알림 탑이 있습니다. 그런데 탑 주변에는 보시다시피 300개 넘는 꽃 화분이 놓여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이 화분을 놓은 학생의 이름이 써있습니다. 광주 시내 6곳의 사적비에 400여개의 꽃 화분을 설치했습니다.

[김현숙 대표/광주문화연구회 : 긍정적으로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두운 느낌이 항상 있는데 꽃을 놓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고요.]

광주시내 곳곳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렸습니다.

[송희성/오월민주여상회장 : 그날의 기억, 그날의 함성, 그날의 아픔들이 다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불의에 항거했던 그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5월 18일 낮 12시. 지금 제 뒤로는 민주의 종이 33번 울리고 있습니다.

36번째를 맞은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은 끝이 났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등 광주의 5월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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