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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닿으면 활활…인증 받은 내화제, 대부분 불량

입력 2015-06-10 10:10 수정 2015-06-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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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로 짓는 건물엔 불길을 막는 내화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저희 취재팀이 국가기관과 함께 조사해봤는데요,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5개 업체 제품 가운데 4곳의 제품이 불에 타는 불량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층 건물인 제2롯데월드에도 문제의 내화재가 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타는 내화재'를 취재했는데요.

밀착카메라 강신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0년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초고층 화재.

아래층에서 발생한 불은 38층까지 솟구쳤습니다.

올초 경기도 의정부에서 발생한 화재 역시 1층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번졌습니다.

대형화재 참사에서는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이런 배관을 통해 불길이 치솟았던 건데요. 이 때문에 건설법상 불길을 막아주는 이런 내화충전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우레탄으로 채워넣어 화재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래층에서 시작된 화마가 위층에 사는 사람을 덮치는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배관이 통과하는 건물 모형입니다. 아래층에서 불길이 나면 이 틈 사이로 치솟게 되는데요. 때문에 이런 내화 충전재를 설치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내화성능이 없는 일반 고정구를 설치하게 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요.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지금부터 실험해 보겠습니다.

내화충전재를 설치한 배관과는 달리 일반 고정구를 사용한 배관은 급속히 타들어갑니다.

내화충전재를 사용한 곳에는 이렇게 연기가 나지 않는데, 이곳에는 유독가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화충전재를 설치한 파이프는 하나도 뜨겁지가 않습니다.

이처럼 불길을 막아주는 내화충전재. 그렇다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모두 불길을 막을 수 있는 걸까.

내화충전재 인정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공사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품 5개를 수거해 실험해 봤습니다.

2시간을 견더야 하는데 30분 정도 지나자 이곳저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C 제품이 먼저 타더니 이어 E, A, B사 제품 순으로 불이 납니다. 결국 한 업체 제품만을 제외한 모든 제품이 타버렸습니다.

방금 영상에서 보셨던 실험실에 나와 있습니다. 다섯 개사 제품 중에서 한 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타버렸습니다.

이 내화충전재가 이렇게 불길을 막아서 이런 모습이 돼야 되는데 이렇게나 타버린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제품들이 모두 시험기관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겁니다.

방재시험연구원에서는 합격을 받았지만 내화충전재 시험을 총괄하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 다시 실험을 했더니 문제가 발견된 겁니다.

이렇다보니 "시험을 통과한 제품과 실제 유통되는 제품에 차이가 있는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용대/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위원장 : 내화충전재가 일반 국민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 그런 시공이 아니고요. 배관이라든지 파이프 속에 하다 보니 발견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업체 제품이 제2롯데월드에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입니다.

저곳은 어떤 내화충전재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서울시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A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제품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이렇게나 불에 타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롯데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겠습니다.

롯데 측도 황당해합니다.

[롯데 관계자 : 두 시간도 채 안 된 상태에서 연기가 발생했고, 일단 육안상으로 탄 부분이긴 맞긴 한데…]

롯데 측은 자체 확인 후 제품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롯데 뿐만이 아닙니다. 실험에서 불에 탄 제품과 같은 제품이 공사현장 여기저기서 발견됐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입니다. 배관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요. 곳곳마다 내화충전재를 설치해 놨습니다. 이 한 동만 200여 개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제품을 자세히 살펴봤더니 실험에서 불에 탔던 제품을 만든 업체 제품입니다.

[이영주 교수/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 시공 자체가 제대로 됐고, 정확하게 재료를 썼다고 한다면 (건기원) 실험의 결과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맞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부는 현재 이렇게 불이 통하는 불통건설자재가 어느 곳에 얼마만큼 쓰이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화재안전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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