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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골프장 따라 덮친 토사…오염된 '흙탕물 바다'

입력 2018-11-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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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가 오면 바다가 흙탕물로 변하는 곳이 있습니다. 인근 골프장 공사장에서 토사가 흘러내려오기 때문인데,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킬뿐 아니라 어민들 생계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비가 내렸던 지난 8일, 경북 울진군의 한 바다 어장입니다.

정박된 어선들 옆으로 흙빛 파도가 몰아칩니다.

지금 울진에는 시간당 3㎜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짙은 황토색 물이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바다도 온통 멀리까지 황토색으로 변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물에 나뭇가지 같은 부유물질들도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바다가 흙탕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 태풍 '쏠릭'이 닥쳤을 때입니다.

인근 골프장 공사장에서 하천을 따라 토사가 덮친 것입니다.

주민들은 이후부터 비가 내리면 바다가 흙빛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임진열/덕신리 어촌계장 : 이런 일은 우리가 처음 보는 일입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이튿날 비는 멈췄지만 바다는 여전히 누렇습니다.

흙탕물이 된 바다에서는 따개비 하나 찾아보기 힘듭니다.

해산물을 채취해 오던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동섭/덕신리 이장 : 냄새도 나잖아. 죽으니까 하나도 없잖아. 요런데 보면 잔 굴도 많이 있었다고.]

지난 9월 주민들이 바다에서 건져올린 전복과 멍게입니다.

당시 이미 이렇게 껍데기만 남거나 살이 붙었지만 바닥에 떨어진 채 죽어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민들은 이 공사장 토사로 인해 해산물의 90% 이상이 폐사했다고 주장합니다.

부산 부경대학교가 멍게 등 해산물 시료를 분석한 결과 폐사 원인은 '뻘 물 유입으로 인한 호흡곤란'.

[덕신리 주민 : 자 보세요. 요기 입이에요. 살아 있을 때는 이리 벌려 있어요. 닫힌 상태거든요. (죽어 있는 전부 내가 주워 왔는기라.)]

공사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골프장 공사장 바로 앞인데요.

보시다시피 흙물이 끊임없이 쏟아져내리고 있습니다.

토사 유출 방지시설이 있지만 흘러내리는 토사를 막아내기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천에도 태풍 때 쌓인 토사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김동섭/덕신리 이장 : 싹 다 물이었어. 물이 맑아서 거들묵지라든지 미꾸락지라든지 수없이 놀고. 골프장 이걸 하고부터는 토사가 내려와가지고.]

골프장은 울진군이 지역 발전 차원에서 올해 초부터 짓기 시작했습니다.

군청과 시공사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비가 올 때마다 쏟아지는 흙이 '자연재해'라는 것입니다.

[울진군청 관계자 : 아직까지는 저희가 완전히 뭐 정화시설 하나 해서는 걸러낼 수가 없거든요. 한 이틀 지나면 또 없어져요.]

+++

바닷가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갈등을 빚는 곳은 또 있습니다.

부산 기장군 앞바다.

배가 시동을 걸자 엔진이 돌아가며 바닥에서부터 누런 흙물이 올라옵니다.

바다가 흙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골프장 공사때 부터입니다.

2년이 지나도 피해는 여전합니다.

[박동준/이천리 어촌계장 : (흙이) 누적이 돼 가지고 밑에 차 있으니까. 3~4년 걸려야 회복이 된다는 말을 내가 들었어요.]

골프장 측은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입니다.

토사의 경우 환경부가 관리하는 오염물질에 해당합니다.

관리 부처가 유출방지시설 설치 여부를 검사하지만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 번에 20㎜ 이상 비가 내려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규제나 복구 의무 조항도 없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관리를 잘하고 있어도 큰비가 왔을 때는 유출이 될 수 있기 때문에…좀 더 높게 규제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그러면 검토를 해볼 수 있는 사항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골프장이나 사업의 효율성, 물론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는 바다를 이렇게 만들면서까지 추진해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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